[세상읽기]기대반 우려반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기대반 우려반

  • 승인 2024-06-20 08:42
  • 수정 2025-08-21 14:21
  • 신문게재 2024-06-20 18면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2020030201000132900002801
지난달 국내 축구계 가장 큰 뉴스는 황선홍 감독의 대전 복귀였다. 40년 만에 올림픽 축구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뒤로하고 4년 만에 K리그로 복귀는 이슈를 타기에 충분했다. 황 감독의 취임에 몰려든 취재진만 어림잡아 30개 팀이 넘었다. 대전의 지휘봉을 잡았던 감독 중에는 대한민국 축구를 주름잡았던 레전드 출신도 있었고 축구계 '명장' 반열에 올랐던 감독도 있었다.

창단 초대 감독이었던 김기복 감독을 포함해 대전을 지휘했던 감독은 총 14명이다. 기자가 출입하며 경험한 감독만 12명에 달한다. 탁월한 경기 운영으로 경기를 유도했던 지장(智將) 같은 지도자도 있었고, 부드럽고 온화한 스타일의 덕장(德將),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했던 용장(勇將)도 있었다.

기자와 가장 오랜 시간 마주했던 사령탑은 3대 감독이었던 최윤겸 감독이었다. 당시 40대 초반으로 K리그에서도 비교적 젊은 감독에 속했던 최 감독은 세밀한 패스와 빠른 측면 돌파로 팀의 체질을 바꿔놨고 꼴찌 대전을 리그 중위권으로 올려놓았다. 온화한 이미지로 '덕장'의 이미지도 강했지만, 안타깝게도 시즌 중 폭행 사건으로 대전을 떠나게 됐다.

4대 사령탑 김호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의 '거장'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울산과 수원에서 감독을 역임했고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월드컵까지 경험했던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다. 대전 부임 첫해 팀을 6강 플레이오프로 진출시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거장'이라는 명성답게 선수단을 노련하게 이끌었으나 선수단 운영 방식을 둘러싸고 구단 수뇌부와 갈등이 이어졌고 여기에 성적 부진이 더해지며 2009년 시중 중 수석코치에게 팀을 맡기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5대 사령탑 왕선재 감독은 김호 감독의 대행 사령탑으로 팀을 이끌다 이후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왕 감독은 수석코치 시절부터 선수들과 특유의 붙임성을 발휘하며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다. 기자의 시선에는 감독보다는 조기 축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축구 좋아하는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다. 왕 감독 역시 열약한 지원과 성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K리그 최대 사건으로 불린 '승부조작 사태'에 소속 선수들이 휘말리자 팀을 떠났다.

왕선재 감독 퇴임 이후 유상철 감독을 비롯해 김인완, 조진호, 최문식, 고종수 감독이 대전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들 모두 선수 시절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며 전성기를 보냈지만, 대전 사령탑으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12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흥실 감독은 김호 감독 이후 유일하게 프로팀 감독 경력을 가졌다. 감독 경험이 없는 코치 출신의 감독들이 역량 부족을 드러냈다는 지적에 따라 수석코치와 감독을 역임했던 이흥실 감독을 선택했다. 이 감독에 대한 기자의 첫인상은 카리스마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지도자였다. 미드필더 출신으로 170cm도 안 되는 키에 시골 마을 이장님 같은 푸근한 이미지의 지도자였다. 6개월 남짓의 짧은 재임 기간이었지만, 기자에게는 강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시즌 중 선임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감독은 서두르지 않고 노련하게 팀을 수습했다. 이기는 팀보다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으로 자신의 색깔을 천천히 입혀나갔다. 성적은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대전으로 원정 경기를 오는 지도자들 모두 이 감독의 끈끈한 축구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가난한 시민구단이었던 대전의 현실에 가장 어울리는 감독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취임 첫 해 대전이 하나금융그룹으로 인수되면서 이 감독은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의 마지막 감독이 됐다. 2024년 6월 현재 대전은 기업구단 전환 이후 최대의 위기에 처해있다. 승격 2년 차에 재강등의 위기를 맞았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소방수로 대전은 4년 전 홀연히 팀을 떠났던 황선홍 감독을 재선임했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했던 이력 때문인지 그를 바라보는 축구계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신중하다. 황 감독 본인에게는 축구 인생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절대 길지 않다. 늘 그래왔듯 대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금상진 뉴스디지털부 부장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기부 이어 국정자원마저?… 대전, 또 ‘기관 이탈’ 위기감
  2. 연이틀 대전 도심서 흉기 난동 발생… 대사동서 60대 체포
  3. 광복 81주년 앞두고 대전서 5번째 황국신민서사비 확인
  4. 대학혁신 재원 줄었지만… 한남대 사업비 23.6% 늘었다
  5. 세종 아파트 전세가 대폭 하락
  1. 경산시, 경산갓바위소원성취축제 추진계획 심의
  2. 시민 성금으로 세운 '대전 을유해방기념비', 대전시 등록문화유산 됐다
  3. '읍면 공동주택' 1.2만 호 무산 여파… 세종시 후속 대책 추진
  4. 건고추 100%로 속여 판 충북 옥천 식품업체 대표, 벌금 8억 7000만원 선고
  5. 본보 임병안·임효인·이현제 기자 ‘제20회 참글상’ 영예

헤드라인 뉴스


중기부 이어 국정자원마저?… 대전, 또 ‘기관 이탈’ 위기감

중기부 이어 국정자원마저?… 대전, 또 ‘기관 이탈’ 위기감

지난해 화재가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본원에 대해 정부가 이전을 추진 중인 가운데, 대전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30년까지 대전 본원이 폐쇄 수순을 밟으며 대체부지 검토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최근 세종시가 정부에 유치 의사를 밝히면서다. 이미 대전은 민선 7기 당시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 등 기관 이탈을 경험해 국정자원마저 타 지역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은 즉각 대응하며 대전 내 이전·잔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14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전날에 열린 민선 9기..

올 가을 행정수도특별법 결실 맺나… 연내 제정 기대감 커져
올 가을 행정수도특별법 결실 맺나… 연내 제정 기대감 커져

행정수도특별법 연내 제정 가능할까. 앞서 범국민적 연대 조직이 닻을 올린 데 이어 전국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법안 제정을 실현할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의 협력과 전국 시·도지사들의 지지를 발판삼아 본격 법제화 행보에 돌입한 가운데,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이란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14일 서울에서 열린 제61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행정수도특별법의 연내 제정을 위한 전국적 지지를 요청하고 나섰다. 조 시장은 "올해는 20여..

충남대·공주대 통합대학 명칭 ‘충남대’로… 법적 대표주소 대전
충남대·공주대 통합대학 명칭 ‘충남대’로… 법적 대표주소 대전

통합을 추진중에 있는 충남대와 국립공주대의 통합대학 밑그림이 구체화 됐다. 통합대학은 '충남대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법적 대표주소는 대전으로 정하되, 대전과 공주에 통합본부를 두고 캠퍼스별 특성에 따라 주요 행정기능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양 대학은 14일 세종공동캠퍼스 학술문화지원센터에서 양교 총장과 통합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동안의 통합 추진 경과와 주요 쟁점에 대한 협의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이번 조정안에 따라 통합대학의 교명은 충남대학교로, 법적 대표주소는 대전으로 정해졌다. 통합본부는 대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백중사리 기간에 침수된 보령시 오천항 일대 백중사리 기간에 침수된 보령시 오천항 일대

  •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자동차 불법 튜닝 안됩니다’

  •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대전시-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당정협의회

  •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 대전 가장교 시멘트 떨어짐 현상…시민들 안전 ‘위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