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뭄바이에서 온 두 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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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뭄바이에서 온 두 별 이야기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4-07-24 14:1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대전 정부청사역에서였다. 지하철 개표구를 통과해서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가는데 앞에서 외국인 젊은 남성이 대형 핸드캐리어를 에스컬레이터에 올려놓으려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동행인 젊은 여성은 대형 핸드캐리어를 잡고 그의 뒤에 서 있었다. 나는 손을 들어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남성은 멋쩍은 듯 씨익 웃더니 고맙다는 표시를 했다.

그들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승강장에 도착해서 나는 손짓으로 '굿바이'라고 인사하고 저만치 가다가 뒤돌아보니 그들은 두리번대고 있었다. 문득 독일 뮌헨역에서 친구가 사는 하노버행 기차를 타려고 허둥대던 때가 떠올랐다. 나는 다시 그들한테로 가서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전역으로 간다며 대전역에서 기차 타고 서울로 간다고 말했다. 잠시 생각하다가 나도 같은 방향이니까 대전역까지 안내해 주겠다고 하니 그의 안색이 순간 환해졌다.

나는 오래전 독일에서 3개월간 있으면서 혼자 다닐 때는 주로 기차를 이용했었다. 그 당시는 독일 여행이 흔치 않을 때여서 정보도 많지 않아 그야말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다녔던 것을 생각하니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 있는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지 상상할 수 있어서였다.

지하철을 타고 오며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인도 뭄바이에서 여행 왔다며 대전에서만 15일 동안 있었다고 하는데 믿어지지 않았다. 그 먼 곳에서 와서 대전에서만 15일간 있었다니 의아했다. 옆에 있던 여성이 까만 눈동자를 깜박이며 오기 전에 한국관광안내책을 읽고 스터디를 해서 잘 찾아다녔다고 하는데 그들이 참 대견스러웠다.

뭄바이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의 주도이다. 1995년에 봄베이에서 뭄바이로 이름을 바꾸었다. 인구는 약 1287만 8447명(2018년)이다. 인도의 상업 중심지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 산업의 본고장이다. 최근 인도 경제의 견인 세력들이 모여 그 열기를 더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서부해군사령부의 본부가 있다.(위키백과)

지하철 대전역 승강장은 무척 혼잡했다. 나는 그들에게 역내 엘리베이터 화살표 방향 표시를 말해주면서 한국은 지하철역마다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대형 캐리어를 들었을 때 이용하라고도 말해줬다. 기차역으로 이동하면서는 서울행 기차 티켓을 사는 것까지 도와준다고 했더니 또 기뻐했다. 그들은 나를 만난 것이 정말 행운이었을 것이다. 마침, 나도 바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서울행 티켓이 완전 매진이었다. 하필 그 시간은 금요일 오후여서 새마을호 입석만 몇 장 가능하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새마을호는 서울까지 2시간 정도, 입석으로 대형 가방도 두 개나 있고, 정말 난감했다. 그 순간은 마치 내 아이를 떠나보내는 것처럼 걱정스러웠다. 그나마 빨리 구매하지 않으면 그마저 없다고 티켓 창구 안에서 직원이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서 가는 거 괜찮다고 둘이 합창하듯 말했다. 좌석이 없어서 2시간여 서서 가야한다고 거듭 말했는데도 서서 가는 거 정말 괜찮다고 말하는 데 그 자신감이 내 걱정을 무색하게 했다.

서울행 티켓은 한 시간 30분 후 출발이어서 우리는 대합실 의자에 앉았다. 그들은 인도인으로 뭄바이에 살면서 대전으로 15일간 여행을 왔다고 하는데 믿기지 않아서 되물었다. "뭄바이에서 대전으로 여행을 왔어요?" 젊은 여성은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맞다고 했다. 대전 정부청사 주변에 머물면서 대전 곳곳을 다녔다고 하는데 싱싱한 젊음이 느껴졌다. 내가 의아하게 바라보자 여행책자를 보고 대전 곳곳을 충분히 알아보고 스터디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나를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그들은 서울에서 1박하고 이튿날 뭄바이로 출국한다고 했다.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인사하고 나오다가 생각하니 서울행 기차 타는 승차장을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되돌아가서 승차장을 알려주겠다고 건너편에 있는 전광판을 가리키니까 둘이 복창했다. 잘 탈 수 있다고. 인천공항에서 대전에 올 때도 잘 찾아왔다면서 서울행 기차도 잘 탈 수 있다고 말하는데 정말 참 용기 있는 젊은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과 헤어져서 돌아오는데 연일 찜통 같은 후덥지근한 날씨임에도 불현듯 어디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를 타고 가고 싶었다. 태백, 부산, 목포… 어디든 종착역까지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오래전 유레일 패스를 갖고 유럽 곳곳을 다닌 적이 있다. 주로 독일 뮌헨에서 출발하고 다시 뮌헨으로 돌아오는 일정이기는 했다. 그런데 그즈음은 해외 자유화가 막 시작된 시기여서 한국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때였다. 거리를 돌아다니면 걸어가다 말고 뒤돌아서 동양인인 나를 한 번씩 쳐다보곤 했다.

하루는 친구가 살고 있는 독일 북부 하노버에 가기 위해 뮌헨 중앙역에서 기차를 탔다. 기차를 타고 출발을 기다리며 무심코 차창 밖을 바라보는데 기막힌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기차 바로 옆에서 연인인 듯한 커플이 서로 부둥켜안고 스킨십을 하는 것이었다. 한참을 그러더니 기차가 경적을 울리자 아쉬운 듯 떨어지면서 여자가 쵸콜릿 한 봉지를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그들은 기차가 출발하고서도 헤어짐이 아쉬운 듯 한참을 서로 손을 흔들었다. 차창 밖으로 더 이상 여자가 보이지 않자 그 남자는 비로소 자신의 좌석을 찾아서 두리번거리면서 오는데 바로 내 앞자리였다. 그는 좌석을 정돈하고 자리에 앉자 비로소 내가 보이는지 눈인사를 했다. 물론 나도 눈인사. 얼마쯤 갔을까, 그의 옆자리에 술취한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이상한 듯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뭔가 시비하는 투로 말을 할려고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무척 난감했었다. 그때였다, 그가 그 술취한 남자를 다독이며 나에게는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안심을 시켰다. 정말 감사하고 고마웠다.

그런데다 그는 연인이 준 쵸콜릿 한봉지도 몽땅 내게 쥐어 주었다. 아마 동양인이 혼자 기차를 타고 가니까 그도 무척 신기했던 것 같다. 뭐 어떻튼 고맙다고 말하고는 싶었지만 그는 영어를 못하고 나는 독일어를 못하다 보니 내가 하노바역에서 내릴 때까지 그저 감사하다는 표정만 지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그 술주정뱅이 남자한테 큰 봉변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그와는 헤어졌지만 나는 가끔 그가 생각난다.

유럽을 처음 여행하면서 차내에서 도움을 받았기 때문인지 사진이라도 찍어 놓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때는 필림 카메라인 데다가 그 상황에 미처 사진 찍는 다는 생각을 못해서 그저 그의 윤곽만 생각날 뿐이다. 그후로는 뭔가 기념이 될 만한 것은 거의 사진을 찍는 편이다. 훗날 사진을 보면서 그 당시를 회상한다면 여행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

다행히 뭄바이에서 온 두 별과는 헤어지기 전에 기념촬영을 했다. 누군가가 그리운 날에는 뭄바이 커플 사진을 보며 비상을 꿈꾸기로 해야겠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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