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57- 당진 향토음식 칼칼하고도 구수한 깨묵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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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57- 당진 향토음식 칼칼하고도 구수한 깨묵된장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5-01-06 15:40
  • 신문게재 2025-01-07 10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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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사진= 김영복 연구가)
당진의 향토음식 중 깻묵 된장이 있다. 요즘 된장을 끓이다가 들깨가루를 넣은 것이 '깻묵된장'이라고 한다.

요즘 들깨가루와 된장이 들어간 음식이 당진의 '깨묵된장'이라 한다. 그러나 당진의 토속 '깨묵된장'과는 다른 조리법이다.

된장에 들깨묵 가루가 들어가야 당진의 토속 '깨묵된장'이라 할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삼국사기(三國史記)』신라본기 신문왕조의 폐백 품목에 유(油)가 나오는 걸로 보아 삼국시대에 이미 식용유가 사용되었다. 현재 한국에서 주로 이용되는 식용유는 참기름·들기름·콩기름 등이고 면실유도 사용된다.



이렇듯 참기름과 들기름은 삼국시대 부터 우리들이 사용했던 식용유였다. 국정(國政)에 관한 일체의 제도 법규의 개혁에 대해 논한 책으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이 1808년(순조 8년) 유배지 강진군에서 짓기 시작하여 1817년(순조 17년) 집필을 끝낸 『경세유표(經世遺表)』에 '청소(靑蘇) 속칭 수임(水荏)을 들깨라 이르며 그 기름은 법유(法油)라는 것이다.'라고 나온다. 조선 후기 들깨를 청소(靑蘇) 속칭 수임(水荏)이라고 한것이다.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는 야임(野荏)이라고도 했다. 조선 숙종 임금 때 실학자인 유암(流巖) 홍만선(洪萬選:1643∼1715)『산림경제(山林經濟)』 들깨[水蘇麻] 시골에서는 수임(水荏)·유마(油麻)라 한다.

이렇듯 들깨를 청소(靑蘇) 속칭 수임(水荏), 야임(野荏), 수소마(水蘇麻), 유마(油麻)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들깨[油麻]는 길가 혹은 밭두둑에 심는 것이 좋은데, 포기의 거리를 한 자 정도로 해야지 빽빽하게 하면 가지가 없고 열매도 적다.

또 한 가지 방법은, 4월 상순에 모를 부었다가 보리나 밀 갈았던 땅에 근경(根耕)할 때, 비가 오면 두 이랑 사이에 옮겨 심는다. 시골에서는 직접 농사지은 깨를 볶아 짜서 기름을 만들고, 도시에서는 작은 가게에서 기름을 짜서 파는 형태로 유통되어 왔다.

한국음식 특성상 기름에 튀기는 음식이 적었던 까닭에 전통적인 식용유는 주로 들기름과 참기름이었다. 들깨를 이용해 식용유를 짜고 남은 지꺼기를 임자박(荏子粕)이라 한다. 한편 들깨로 식용유 외에도 들깨가루를 만들어 음식에 넣어 먹기도 했다.

들깨가루를 임자설(荏子屑)이라고 하는데, 혼궁에 대한 조석 상식을 올릴 때 임자설(荏子屑) 1기를 올렸다고 나오며, 『일성록(日省錄)』정조 10년(1786) 5월 19일 『진연의궤(進宴儀軌)』내. 외 숙설소에도 임자설(荏子屑)이 보인다.

전라도나 경남에서는 들깨가루를 넣어 토란탕, 토란들깨국, 토란찜국을 해 먹기도 한다. 들깨 토란탕은 들깨와 물에 불린 쌀을 곱게 갈아 물에 넣고 끓이다가, 미리 삶아서 껍질을 벗겨 놓은 토란을 넣고 소금으로 간하여 걸쭉하게 끓인 들깨탕. 지역에 따라 쇠고기, 새우, 조개 따위를 더하여 끓이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재야 지식인이었던 위관(韋觀) 이용기(李用基 1870~1933)가 1917년에 쓴『조선무쌍신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전라도 경남 음식으로 토란탕 : 土卵湯)에 소개되어 있다.

한 여름에 시원한 들깨국수를 해 먹기도 하는데, 평북강계의 토속요리 중에 들깨국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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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사진= 김영복 연구가)
들깨를 갈아 들깨국물에 국수를말아먹는데, 들깨는 씻어서 그늘에 말린다음 볶는다.

볶은 들깨는 물을 붓고 믹서로 간뒤 베헝겊에짜서 국물을 우려낸다. 들깨국물을 냉장고에 넣어 차게한다.

시원해진 들깨국물에소금으로 간을 한다음 그국물에 삶아 물기를 빼낸 국수를담가낸다. 그리고 국물에 오이 채썬것을 곁들이연 한층 먹음직스럽다.

소금으로 간을 하는 들깨국수는 콩국수완 또 다른고소한 맛을 낸다. 국물을 짜 낸들깨 찌꺼기로는 얼굴마사지를하는데,피부미용에 꽤 효과가있는것같다.

이 외에도 들깨가루가 들어 가는 음식으로는 국밥, 감자탕, 추어탕, 추어숙회 등이 있다.

한편 들깨가루는 나물 무칠 때도 들어 가면 고소한 맛이 난다.

단순히 된장찌개에 들깨가루가 들어간 것을 당진의 향토음식 깨묵된장이라고 소개하기는 많이 빈약하다.

들깨가루와 깨묵은 엄연히 다르다. 들깨가루는 들깨를 볶아 곱게 갈은 것이고 들깨묵은 들

기름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를 말한다.

당진의 깨묵된장은 된장과 깨묵가루를 섞은 것을 말한다.

한국최초의 조선요리집 명월관의 양념만드는 법에 '들기름첫번짠깨묵이 토장찌게에 넛는것이죠코 들깨를날로찌여두엇다가 토장국을 고기너커나 고기안너코 소로하는대 들깨찐 것을 물에 타걸너붓고 찍기는버리고끄리면 맛이매우죠코 빗도뽀야지나니라(들기름 첫 번째 짠 깨 묵이 토장찌개에 넣는 것이 좋고 들깨를 날로 찌어 두었다가 토장국을 고기 넣거나 고기 안넣고 관계없이 들깨 찐 것을 물에 타 걸너 붓고 찌꺼기는 버리고 끓이면 맛이 매우 좋고 빛깔도 뽀얀해 지나니라) '라고 나온다.

위관(韋觀) 이용기(李用基)가 명월관의 요리를 인용한 것인지는 몰라도『조선무쌍신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도 '들기름을 첫 번 짠 깨묵을 토장찌개에 넣는 것이 좋다'라고 나온다.

이처럼 깨묵된장은 1900년대 그 이전에도 즐겨 먹었던 것 같다. 그러나 깨묵된장은『조선무쌍신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외에 그 어떤 요리서에도 보이지 않는다.

당진의 깨묵된장은 일제강점기에 태생된 음식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 전통적인 식용기름은 참기름과 들기름이었다. 한국음식에는 튀김요리가 많지 않아 들기름과 참기름은 일제강점기에도 공급량이 충분했다.

그러나 당시 된장국 등에 들깨가루를 넣어 먹을 정도로 호사를 누릴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소규모 기름집은 지방마다 산재해 있었고, 들기름과 참기름은 한국 음식의 필수요소였던 만큼 조선사람들이 많이 생산하고 소비했다.

1924년 경성부의 제유업에서 호마유(참기름), 임유(들기름)가 대부분을 점하였는데 총생산가액 13만원 중 조선인 생산액이 8만2천여원으로 전생산액의 육할오분이었다.(『동아일보』 1924.09.03. 「경성의 일선인공장세력(7)」)

『동아일보』 1945년 12월 7일자 조선유지업소의 광고를 보면 서울시 냉천정 12 (교남정 입구)에 위치하는 조선유지공업소라는 곳에서 참기름, 들기름을 만들고 그 외 식물유 만드는 원료를 무역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특히 일본 나가사키 앞바다 하시마에 해군 전함을 닮았다 하여 '군함도'라 이름 붙여진 곳이었다.

그곳에서 미쓰비시 석탄 광업주식회사의 탄광에 한인 징용노무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하시마 탄광은 해저 400~900m를 내려가는 곳에 있었고, 3km 가량 떨어져 있는 다카시마(섬)와해저로 갱도가 이어져 있었다.

당시 조선인·중국인·미군포로 등은 석탄을 캐는 작업을 해야 했고, '지옥'이라 불릴 정도의 극심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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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 된장. (사진= 김영복 연구가)
그러나 일본인들이 이들에게 준 먹을 것이라고는 하루 한 번 깻묵과 된장국뿐이었다고 한다.

『동아일보(東亞日報)』1923.04.13.자 「임유(荏油)제업현상 경성에 약 2천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조선에 있는 유지의 원료 중 식물유의 원료는 심히 풍부하여 자작자급을 행하고도 남는 양이 많으나 기름을 채취하는 방법은 현재에도 유치하다. 재래부터 사용하던 목압기로 참기름이나 들기름 등을 착취하는 바 현재 경성부 내에서 기름집이라고 칭하여 임유(들기름)를 만드는 처소가 백수십호이요 그 산유가 매년 2천석이다. 유박 약 80만근을 만드는 기계가 불완전하여 1차 착취한 유박 80만근 중 다시 취득할 잔유가 350석에 달하는 유액이 잔류하였으므로 이에 신식기계를 사용케 되면 채유산액이 증가할 뿐 아니라 폐물에 다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라고 나온다. 일본은 식량배급계획요강을 효시로 1940년 5월 경상부의 구매상제의 실시로 전 조선의 도시 지

역에 식량배급이 이루어졌다. 식량배급방법은 처음에 전표제(매출표제)에 의해 실시되었으며,

1943년부터 통장제로 일원화되었다.

배급량은 1941년에는 일반 성인 1일 2합7작, 노동자 6합이었다. 1942년에는 각각 2합5작, 5합으로 감량되었다. 이어 배급의 최저수량인 2합3작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1945년에는 2합으로 결정되었다. 노동자들의 배급량도 계속 감소하였다. 실제 배급에 있어 공식적인 배급량이 지켜지기가어려웠다. 특히 배급식량 중 잡곡 비율이 계속 증가하였으며, 콩깨묵, 깻묵 등의 대용식도 배급되었다.

농민들의 식량 부족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자 특배의 형태로 만주좁쌀, 콩깻묵 등의 대용식을 배급하였다. 그러나 이것도 부족하여 농민들은 초근목피를 일상식화하였다. 지금은 유박을 사료나 거름으로 이용되고 있으나 당시 유박 80만근이 사료나 거름으로 하기

에는 형편이 절박했던 시기라 이 또한 헐벗은 백성들의 식량으로 나누어 줬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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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묵. (사진= 김영복 연구가)
어쩌면 당진의 깨묵된장은 된장을 우렁이나 두부, 묵은지 등 각종 부재료를 넣은 뒤 들깻가루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 것이 아니라 조선 최초의 요리집 명월관이나 『조선무쌍신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기재 된 것처럼 된장을 우렁이나 두부, 묵은지 등 각종 부재료를 넣은 뒤 들깨묵 가루를 넣은 것 아닌가 추측된다.

그래야 '깨묵된장'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것이 아닐까?

당진의'깨묵된장'은 들기름을 짜고 남은 깨묵 즉 임자박(荏子粕) 가루와 된장을 활용해 만든 향토음식이다.

특히 당진의 '깨묵된장'은 진국이다. 쌀뜨물에 집 된장을 넉넉히 풀어서 묵은지를 쫑쫑썰고, 우렁이나 두부를 함께 파, 마늘 넉넉히 넣고 마지막에 들깨 깨묵을 넣어 끓인 토속음식으로 된장의 구수한 맛에 들깨의 맛이 더해져서 칼칼하고도 구수한 영양만점 된장찌개가 된다.

우리의 식사에서 국과 찌개에 소금기가 많아 고혈압이나 심장병의 원인이 된다고 영양학자들이 말하지만 필자는 다른 생각이다. 염분의 기준은 서양치고 육식이 식생활을 거의 차지하는 그들과 밥을 먹는 우리나라 사람과는 소금의 섭취량이 다르다. 탄수화물의 대사에는 나트륨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혈압과 당뇨가 있는 분이 여러 해 동안 너무나 싱겁게 식사를 해왔는데 그 때문에 입맛을 잃으신 건 당연하고 나트륨 부족 현상으로 여러 부작용이 나서 병원에 입원해서 하루에 세 번씩 한 스푼씩 소금을 먹는 처방을 받았다고 한 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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