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메멘토 모리, 당신은 기억하는가!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메멘토 모리, 당신은 기억하는가!

신천식 배재대 특임교수·행정학 박사·도시공학 박사

  • 승인 2025-01-14 10:12
  • 신문게재 2025-01-15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신천식
신천식 배재대 특임교수·행정학 박사·도시공학 박사
현대 문명사회의 특성으로는 전쟁과 질병으로부터 일정 부분 해방된 덕분에 타고 난 자연수명을 마지막까지 누리게 되는 장수인구 집단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을 들 수 있다. 이제 인류는 살아있는 유기체의 최종단계인 노화와 소멸의 과정까지도 경험하고 자각하는 최초의 인간종으로 변신하고 있다. 장수 인간으로 변모한 새로운 인류는 그동안 회피하거나 부정해왔던 죽음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형성과 의미획득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누구라도 거부할 수 없는 생로병사의 단계적 진행이 인간의 운명적 균형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동안 살아있음에 과도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왔다. 반면에 죽음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평가나 반응은 현대에 들어서도 비교적 제한적이거나 냉담하다. 살아있는 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편향적 사고방식일 수도 있으나,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연장된 수명의 말기 증상인 심신 노화로 인해 삶과 죽음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지고 있는 점도 감출 수 없는 장수 인류의 불행한 현실이다. 이제라도 현실을 반영하는 균형 잡힌 생과 사의 논의가 신중하지만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Memento mori(그대는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Memento te hominem esse(그대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Respice post te, hominem te esse memento(뒤를 돌아보라, 지금은 여기 있지만 그대 역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역사상 초유의 강력한 제국을 건설한 고대 로마 공화정시절, 전쟁에 승리한 장군을 위해 거행되는 개선환영식에서 영광의 주인공인 장군이 탑승하는 전차에는 한명의 비천한 노예가 함께 승차해 죽음을 결코 잊지 말라(Memento mori)는 말을 끊임없이 속삭였다고 한다.

역사 이래로 대다수의 인간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자신이 죽을 거라는 사실은 외면하거나 부정하려 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죽음의 필연을 거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삶의 의미를 진정성 있게 이해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동반자로서 받아 들여야 한다. 삶이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죽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매 순간과 하루하루까지도 소중한 가치실현을 위해 의미있게 살아야 하는 것도 어느 순간 삶을 마무리하는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평온한 마음 상태에서 삶의 마무리가 아름답게 이뤄진다. 역대 모든 종교는 무상하고 그림자와 같은 현실의 세계와 달리 죽음으로 맞이하는 차원을 일컬어 불변하는 진리와 궁극적 실재의 수준으로 설명한다. 천국과 하나님의 왕국, 열반(涅槃)과 진여(眞如)가 그것이며 도(道)로 언급되기도 하고, 아뜨만 (Atman)과 브라흐만 (Brahman)으로 표현한다.

한국사회에서 죽음은 언급불가 대상이거나 금기어로 여전히 인식되는 경향이 존재한다. 장수인구의 등장이 제기하는 죽음과의 모호한 대면은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분명한 관점의 생성을 요구한다. 삶의 존엄성 보장과 의사결정의 자율적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걸음마 단계의 죽음 관련 논의가 시작되고 있기는 하다. 서구중심으로 시작된 존엄사나 조력 자살 등의 사례 연구와 '웰 다잉(Wel-dying)'도 학계를 중심으로 공론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명치료 관련 논의는 세계적 관심사 중의 하나로서 생애말기의 신체통제권을 누가 행사하는 것이 타당한 지와 환자나 보호자의 의료자율성이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는지가 주요 쟁점이 된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인간이 지닌 주체로서의 자립성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보장하는 존엄성이 침해되지 않는 선택이 중요한 반영요소가 될 것이다. 장수인류가 주도하는 시대를 맞아 죽음까지도 포용하는 '생애주기(Life Cycle)' 해석의 새로운 범주와 기준이 필요해진다. /신천식 배재대 특임교수·행정학 박사·도시공학 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5월 7일 '행정수도특별법' 공청회… 22년 한풀이 하나
  2. '세종호수·중앙공원' 명품화 시동… 낮과 밤이 즐겁다
  3. 개혁신당 세종시당 5월 창당… 지선 제3지대 돌풍 일으킬까
  4. 충남대병원 장기이식센터, 생체 간이식 형관재건 '발돋음'
  5. "아쉬운 실책"…한화 이글스, NC 다이노스 3연전 첫 경기 3-7 패배
  1. 멀틱스, 국립중앙과학관 찾은 조달청 앞에서 '누리뷰' 시연
  2. 송활섭 "미래 교육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
  3. 대전교육청 '중증장애인생상품 우선구매' 전국 교육청 1위
  4. 4차 석유 최고가격제 동결…저렴한 주유소로 몰리는 차량들
  5. 대전고용노동당국, 국민취업지원제도 활성화 힘 모은다

헤드라인 뉴스


서산 운산의 봄, 꽃비로 물들다…문수사·개심사 일대 `힐링 명소` 각광

서산 운산의 봄, 꽃비로 물들다…문수사·개심사 일대 '힐링 명소' 각광

충남 서산시 운산면 일대가 봄의 절정을 맞아 '벚꽃비 내리는 힐링 여행지'로 인기와 사랑을 받고 있다. 산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과 고즈넉한 사찰,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겹벚꽃이 어우러지며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여유를 선사하고 있다. 특히 문수사는 조용한 산속에 자리한 대표적인 치유 공간으로 손꼽힌다. 입구에서부터 이어지는 숲길은 방문객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늦추게 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화려함을 덜어낸 소박한 사찰의 모습은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전하며, 바..

대전 오월드 결국 전체 사육시설 중지명령… 당분간 재개장 어려울듯
대전 오월드 결국 전체 사육시설 중지명령… 당분간 재개장 어려울듯

늑대 탈출 사건이 발생한 대전 오월드 동물 사육시설 전체에 대해 금강유역환경청이 안전관리 조치명령을 내리고 완료때까지 운영중지를 명령했다. 과거 퓨마가 탈출했을 때는 해당 개체가 머물던 사육시설만 1개월 폐쇄 명령했던 것에서 이번에는 오월드 사육시설 전체에 대해 개선조치 완료 때까지 운영중지를 명하고 해제 시점을 정하지 않았다. 23일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한국늑대 복원종인 '늑구'의 탈출사건이 발생한 오월드에 대해 4월 20일 사육시설 안전관리 조치명령을 내렸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

5월 7일 `행정수도특별법` 공청회… 22년 한풀이 하나
5월 7일 '행정수도특별법' 공청회… 22년 한풀이 하나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 무산 이후 22년 간 깨지지 않은 위헌 판결의 덫은 이제 제거될 수 있을까.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균형성장이란 국가적 아젠다를 품은 신행정수도 건설은 매번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2018년 개헌안부터 2020년 행정수도특별법 발의 무산 과정을 포함한다. 이재명 정부 들어 맞이한 첫 지방선거 국면은 다를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3건, 조국혁신당 1건, 민주당·국민의힘 공동 1건까지 모두 5건의 행정수도특별법이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야 대표들도 별다른 이견 없이 '국회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4차 석유 최고가격제 동결…저렴한 주유소로 몰리는 차량들 4차 석유 최고가격제 동결…저렴한 주유소로 몰리는 차량들

  • 꽃밭에서 펼치는 투표참여 캠페인 꽃밭에서 펼치는 투표참여 캠페인

  • ‘장애·비장애 경계 허물고’ ‘장애·비장애 경계 허물고’

  • ‘에너지 절약 동참해주세요’ ‘에너지 절약 동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