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이슈현장] 쌓여있는 물건 속 전기 끌어와 영업 중… “추위·누수로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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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이슈현장] 쌓여있는 물건 속 전기 끌어와 영업 중… “추위·누수로 힘들어”

십여년 방치된 대전 동구 현대그랜드오피스텔 가보니
1층 상가 내 3개 상점 남아… "대책 세워달라" 희망고문

  • 승인 2025-02-20 17:09
  • 신문게재 2025-02-21 7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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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동구 성남동에 위치한 현대그랜드오피스텔 전경. 정비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일부 상인들이 점포를 운영하며 위태로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이은지 기자
"자식들은 위험하니 가게 나가지 말라고 난리 치는데, 우리마저 안 나오면 이 건물은 정말 폐건물이예요. 얼마라도 보상받고 훌훌 털고 나가고 싶은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요."

20일 오전 10시께 도심 속 흉물로 남은 동구 성남동 현대그랜드오피스텔에서 만난 점포 상인 권한수(76)씨는 건물이 폐허가 된 지 14년이 흘렀지만, 손님 한 명도 오지 않는 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1993년부터 오피스텔 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권 씨는 5년 전 건물이 정부의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고 해 기대감을 품었지만, 사업이 기약 없이 흘러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 사이 건물은 더 낡고 허름해져 금방이라도 천장이 내려앉을 거 같은 아찔한 풍경이지만, 이곳을 떠나면 장사할 곳도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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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기자가 찾아간 현대그랜드오피스텔 1층 내부 모습. 무너져 내린 천장과 어지럽게 쌓여있는 물건들이 '방치'된 건물의 안타까운 현실을 실감하게 한다.  사진=이은지 기자
해당 오피스텔은 지하 4층, 지상 18층 규모로 한때 대전 최대 오피스텔 상가로 명성이 나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본래 1층에는 30개 점포가 있었지만, 현재는 빈 점포 사이에서 금은방, 옷가게, 전자제품 등 3개 점포만 남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건물이 관리 되지 않아 건물 천장 곳곳이 파손돼 위험천만해 보였다. 뜯어진 천장 사이로 골조와 배관이 그대로 드러나 천장이 무너지거나, 파편이 떨어질 위험도 커 보였다. 버려진 점포에는 쓰레기들이 쌓여있고, 건물이 낡아 겨울에는 웃풍이 심해 춥고 여름에는 곰팡이 냄새가 진동한다. 진입을 막아놓은 건물의 2층에 들어서니 오래전 영업을 접은 식당, 커피숍 등 간판이 보였다. 썰렁한 내부엔 식탁, 의자 등 먼지 쌓인 집기류가 고스란히 방치돼 있었다.

상인들은 장마철만 되면 빗물이 떨어지고 지하 주차장에는 물이 찬다고 했다. 정화조 배수 펌프 장치가 고장 나 건물의 임시 관리를 받은 한 상가 소유주가 기계를 다시 설치했지만, 지하 어딘가가 파손돼 장마철에는 인근에 있는 도랑물이 넘쳐 지하주차장 빈틈으로 샌다는 것이다. 해당 건물은 10년 전 단전·단수 됐지만, 건물 관리와 영업을 위해 건물 임시관리 소유주와 3개 점포 소유주들이 한전에 일부 전기세를 납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점포 상인들은 조그마한 조명과 난방기구로 근근이 영업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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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끊긴 현대그랜드오피스텔 2층 내부 모습. 오래전 영업을 접은 식당과 커피숍 간판이 눈에 띈다. 썰렁한 내부에 먼지쌓인 집기류가 고스란히 방치돼있다.  사진=이은지 기자


건물이 장기간 방치돼 있다는 점을 노리고, 몇 해 전에는 오피스텔에 도둑이 들기도 했다. 금은방 귀금속 등 상인들의 귀중품을 훔치고 달아나 지자체에서 뒤늦게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줬다.

그럼에도 남아있는 상인들은 아직도 가느다란 희망을 품고 있었다. 오피스텔 상가에서 30년째 전자제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손님 하나 없고 장사가 안 되도 내 가게니까 나와서 앉아 있는다"며 "구청에서 정비 사업 때문에 상가 소유주 동의를 받는다고 한지가 수년이 지났는데, 시에서는 관심도 없고 국회의원이 나서도 소용이 없는 거 같다. 얼른 사업이 진척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은지·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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