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66-예향의 고장 진주, 비빔밥의 감칠맛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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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66-예향의 고장 진주, 비빔밥의 감칠맛에 반하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5-03-17 16:59
  • 신문게재 2025-03-18 10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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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천황식당.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번 맛있는 여행은 멀리 예향(藝鄕)의 고장 진주로 떠나 본다.

진주는 진주성, 진양호공원, 진주남강유등전시관, 철도문화공원, 김시민호, 월아산 숲속의 진주, 진주 K-기업가정신센터, 경남수목원있다.

진주에 가볼 만한 곳은 우선 진주 시내를 가로지르는 남강의 아름다움과 우국충정의 기개를 가지고 왜장을 끌어안고 순절한 논개 그에 얽힌 이야기가 남아 있는 촉석루(矗石樓)와 의암(義庵)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게 숙연함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조선 영조 때 활동한 실학의 대가(大家)가 성호( 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이 쓴『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음식을 노래한 시를 보면 "비벼 먹는 것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骨董吾無厭)"라고 읊었다.

성호 이익 개인의 입맛이라고 간단하게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 민족은 대체적으로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한다.

조선후기 실학자 오주(五洲) 이규경(李圭景, 1788-1856)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비빔밥을 골동반(骨董飯)이라고 해 채소비빔밥, 잡비빔밥, 회비빔밥, 전어비빔밥, 대하비빔밥, 새우젓갈비빔밥, 새우알비빔밥, 게장비빔밥, 달래비빔밥, 생오이비빔밥, 김가루비빔밥, 고추장비빔밥, 황두비빔밥 등 다양한 비빔밥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평양의 비빔밥이 유명하다고 한 것으로 보아 이미 다양한 비빔밥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 진주의 특징으로 땅이 기름지고 풍속은 부유하며 화려함을 숭상한다고 했다. 화려하다는 진주비빔밥에는 지역의 이런 역사적, 문화적 특징이 반영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조선인에 의해서 운영된 진주의 근대 외식업의 대표는 비빔밥전문점이다. 1920년 서울과 진주는 우시장이 활발하게 운영되었던 곳이다. 이곳에서 육회비빔밥이 식당의 주요 메뉴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시장의 설치와 도축의 시행은 도시에서 쇠고기 육회를 먹을 수 있는 기회를 그 이전에 비해 증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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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식당 비빔밥. (사진= 김영복 연구가)
1922년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당시 전국에는 760개의 우시장이 있었다. 특히 진주 우시장은 경남에서 대표적인 곳이었다. 그러나 1914년에만 해도 진주에는 영세한 소규모의 비공식 우시장만 있었다. 이 점은 현재도 육회비빔밥을 판매하고 있는 진주의 천황식당이 1927년에 문을 열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래도 식민지시기 진주비빔밥은 서민의 음식이 었다. 진주에 있던 일본식과 조선식 요리점은 진주 외식업의 가장 고급에 속했다. 진주요리점은 조선후기부터 이어져온 진주 권번과 관련이 있다. 진주기생은 1900년에 기생조합을 구성하다. 그러나 1915년에 진주기생조합은 잠시 해산되었다.

1939년 11월 2일경에 주식회사진주기생권번을 창립하다. 주식회사를 설립한 후 전통적인 진주기생의 기능과 품위를 회복하는 훈련을 전문적으로 하는 견습소를 운하다. 1939년의 기생

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10만3천여 원에 달하며, 권번에서 받는 수수료는 15%, 요리옥에서 받는 수수 로는 10%로 기생은 나머지 75%를 자신의 수입으로 확보하다. 1940년에 성업을 이루었던 진주의 요리점 상호는 다음과 같다.23) 망월(望月), 타코헤이(たこ平), 갱과(更科), 도정(都亭), 사요미(さよみ), 진주관(晋州館), 금곡원(金谷園), 올림피크, 등아각(登雅閣), 동아헌(東亞軒), 경성관(京城館), 분양관(汾陽館), 오다복(お多福), 연승관(聯陞館), 군현관(群賢館), 건흥관(建興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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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식당 비빔밥. (사진= 김영복 연구가)
중앙시장에는 현재 천황식당과 제일식당 두 군데 육회비빔밥 집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천황식당은 1927년 진주법원 앞에서 문을 연 貸房(대방·여인숙)을 하던 할매 강문숙씨가 처음에는 아침식사가 여의치 않은 손님들을 위해 백반정식과 국밥을 팔다가 비빔밥으로 바뀌었으며, 실제로 식민지시기에 진주 근처로 출장을 오는 서울 사람들 중에서 이 진주비빔밥을 먹기위해 중앙시장을 찾게되는데, 사람들은 이 시장의 골목을 나무정거리라고 불렀고, 당시 땔감 장사들은 나무정거리를 지나 장에 갔다가 다 팔지 못하면 마당이 넓었던 천황식당 앞마당에 땔감을 내려두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음날 다시 가져다 파는 일이 많았다.

1950년대 초 대방 할매의 며느리 오봉순(작고)씨가 6·25 전쟁 때 불탄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천황식당」이란 옥호를 붙인 것이며 3대째 김정희씨가 물려 받아 지금까지 장사를 하고 있다.

이 집 비빔밥은 비빌 거리가 놋쇠 그릇에 담겨 나오는 데, 삶거나 데친 고사리, 무채, 숙주나물 등의 나물과 쏙대기돌김 무침을 잘게 잘라놓고 그 위에 붉은 육회와 진주의 대표적인 '엿꼬장'이라 고추장을 얹어놓았다. 밥에 국물 간이 약간 되어 있어 비비기가 아주 편하다. 잘게 자른 고명, 꾸미와 나물이 밥과 함께 섞이어 쉽게 넘어간다. 육회비빔밥에 맑은 선짓국이 곁들여 나온다.

일부 젊은 사람들은 양이 작다고도 한다.

한편 중앙시장에 화재가 난 이후 시장이 현대적 형태를 갖추면서 1960년대, 고(故) 윤수연 할머니가 해장국을 주 메뉴로 문을 연 제일식당은 2대 며느리 이윤자, 3대 손자며느리 유진선으로 이어 오면서 천황식당과 쌍벽을 이루는 유명 진주비빔밥집으로 자리 메김을 하고 있다.

제일식당의 비빔밥은 감칠맛과 절제미가 있다. 달랑 세가지 반찬에 보탕국 한그릇 과 육회비빔밥이지만 어디서도 맛 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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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무침. (사진= 김영복 연구가)
제일식당의 비빔밥에 쇠고기육회가 올라 가는데, 육회도 아무나 무친다고 맛이 나는 것이 아니다. 비빔밥에 올리는 나물도 숙채나물이기 때문에 나물을 까무러치게 무치되 색감과 향이 살아 있어야 하고 감칠맛을 내려면 보통 비법을 가지고는 안된다. 필자는 제일식당 비빔밥을 먹을 때는 가자미무침과 함께 식혀 잘 비빈 비빔밥위에 가자미 무침을 함께 올려 먹는다.

필자의 주관적인 맛이지만 전국 어디를 가도 이런 맛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인 맛이다.

진주비빔밥은 해방 이후 중앙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다.

진주의 비빔밥이 육회비빔밥이라면, 중앙시장의 비빔밥은 육회와 콩나물을 함께 올린 비빔밥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시장이 진주에서 가장 큰 집산지 역할을 하면서 시장비빔밥이 대단히 성업을 이룬다. 실제로 진주에서 진주비빔밥의 조리법은 꽃밥, 일곱 색깔 꽃밥 또는 칠보화반(七寶花飯)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동황색의 둥근 놋대접과 흰빛의 밥테, 다섯가지 나물이 어우러진 녹청색, 여기에 보탕국, 그 위에 묽은 엿고추장과 특히 쇠고기를 채로 썰어 깨소금, 마늘, 참기름 등으로 양념한 육회를 반드시 얹어 먹는데 시각적으로나 영양적으로 매우 우수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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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 무침. (사진= 김영복 연구가)
1970년에 황혜성이 조사한 진주비빔밥 식당은 '창조집'이란 상호를 가진 곳이었다. "그솜씨의 비결을 들어 보니 첫째 재료 하나 하나를 좋은 것, 싱싱한 것으로 선택하고 나물을 무치는 모든 조미 료는 모두 자기 집에서 장만을 한다. 즉 깨소금, 참기름, 엿꼬장(엿처럼 단 고추장)에 이르기까지 정성을 들여서 장만하여 쓴다. 비빔밥에 따라 나오는 국은 곰탕거리 즉 소의 내장인 감바지고기, 고동줄기, 삶은 선지 등을 오래 끓여 단 맛이 나며 고사리, 숙주, 콩나물, 장아찌외(참외의 일종) 등 나물거리를 넣고 건지가 많은 국을 만든다. 이것을 보탕국이라 부른다. 밥에 얹는 나물은 콩나물, 질금(숙주나물), 건, 애호박(여름), 박(가을), 소풀(부추) 등 채소를 정히 손질하여 살짝 데쳐서 각 각 묽은 장, 참기름, 깨소금을 치고 바락바락 주물러 뽀오얀 물이 나올 때까지 무쳐야 간이 제로 배어서 맛이 있다.

이렇게 무치는 것을 나물이 까바지게 무친다고 말한다. 쇠고기는 살덩어리로 육 회로 썰어서 맛나게 무친다. 밥을 더 맛있게 하려면 밥물을 곰국으로 붓고 고슬고슬하게 지어야 한 다. 따뜻한 놋접에 고슬고슬하게 밥을 푸고 각색나물을 옆옆히 색 맞추어 얹고, 육회를 가운데 듬뿍 놓는다. 엿꼬장을 한술 떠 놓는다. 진주에서는 비빔밥을 화반 또는 이를 일곱색깔의 칠보화반(七寶花飯)이라고도 하는데, 여러 가지 나물과 고추장이 꽃처럼 곱게 담아진 모양에서 오는 별명이다. 먹을 때에는 보탕국을 조금씩 떠 얹으면서 나물을 비벼서 간을 맞게 촉촉하게 먹으면 더할 나위가 없는 성찬이다." 1970년 76세의 이상달 할머니가 구술한 내용을 정리한 자

료를 보면 그 조리법을 짐작하고 남는 다. 재료는 밥과 함께 미나리, 소풀[부추], 질금, 콩기름, 속기, 엿고추장, 쇠고기육회 또는 불고 기, 오징어 무침, 청포묵, 보탕국, 육회장국 등이다. 밥은 비빔밥의 맛을 내는 데 가장 중요한 재료이 다. 밥은 새로 갓 지은 밥을 사용한다.

보탕국은 쇠고기와 합자를 섞어서 잘게 치고 기름에 볶아서 물로 뽀듯하게 끓여 조선간장으로 맛을 낸다. 육회장국은 쇠고기 연한 살코기, 콩기름, 겨울에는 무, 봄에 죽순, 마늘, 파등의 재료를 참기름으로 무치고 장으로 간을 조절한 뒤에 쌀뜨물로 끓인다. 비 빔밥은 놓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밥 두 주걱을 놋그릇에 담는다. 나물을 예쁘게 둘러 놓는다. 보탕 국을친다. 엿고추장을 놓는다. 육회를 얹는다. 실고추를 놓는다. 청포 또는 오징어회를 놓는다. 황혜성은 진주비빔밥의 유래를 제사음식에서 찾았다. "진주에는 3-40년 전에 헛제사밥이라는 별호를 붙여 아무 제사도 아닌데 밤중에 음식점에서 제사집과 똑같은 음식을 마련하여 팔았다고 한다. 출출한 사람이 밤참을 먹는 시각이 제사집의 비빔밥을 먹는 시각과 같이 하여 즐겨 찾았다고 한다. 이는 핑계낌에 밤참을 잘 먹자는 슬기로운 관습인 듯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그러면서 황혜성은 진주비빔밥의 특징으로 다음의 다섯 가지를 꼽았다. 첫째, 비빔밥에 따라오는 탕이 서울에서 해장국이라는 국과 닮아 건지가 많고 재료가 다양한 점, 둘째, 보탕국이라 하여 비빔밥을 담은 위에 맛이 있게 하려고 바지락을 볶아서 만든 자작한 볶음을 한 수저씩 보태서 맛을 돋우는 점, 셋째, 나물을 무칠 때 바락바락 주물러서 나물이 까바지게 하는 방법, 넷째, 서울은 볶은 고기를 쓰는 데 비해 쇠고기육회를 쓰는 점, 다섯째, 고추장이 엿꼬장이라는 특별하게 만든 것을 쓰는 점이 라고 했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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