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디지털 시대의 웰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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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디지털 시대의 웰다잉

홍인숙 대전웰다잉연구소 소장

  • 승인 2026-08-10 14:39
  • 신문게재 2026-08-11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풍경소리 홍인숙 대전웰다잉연구소장
홍인숙 대전웰다잉연구소 소장.
"아니! 이분이 어떻게 페이스북에 뜨는 거지?"

언젠가 휴대폰을 보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다. 갑자기 돌아가신 분의 사진이 페이스북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오래전 함께 웰다잉지도사 교육을 이수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나누었던 동료 선생님이셨다. 교육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불행하게도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이라 한동안 마음이 먹먹했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스토리를 찾아보니 고인이 생전에 올렸던 내용이 알고리즘에 의해 다시 노출된 모양이다.

반가운 마음보다 알 수 없는 안타까움이 앞섰다. 분명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고인인데 활짝 웃는 얼굴로 일상이 공유되니 또 다른 슬픔이 올라왔다. 본인이 원했는지 아닌지도 모른 채 사이버 세상을 부유하는 듯한 모습이 썩 편안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사람은 언제 완전히 떠나는 걸까, 심장이 멈추는 순간일까 아니면 마지막 디지털 흔적까지 사라지는 날일까, 고인의 가족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싶어 공연히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문득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적인 일상이 공유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딸아이에게 말했다. "이다음에 엄마가 세상을 떠나거든 네가 알아서 계정 삭제해 줘. 미리 비밀번호 알려줄게." 그러자 딸아이가 웃으면서 요즘은 디지털장의사라는 서비스도 있으니 알아서 정리할 방법이 있단다. 그래도 나는 "엄마를 추억하며 챙길 건 챙겨주면 좋겠어"라는 투정 어린 한마디를 기어코 덧붙였다. 사진을 인화해야만 남길 수 있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기록이 넘쳐나서 무엇을 지워야 할지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너나 할 것 없는 SNS 시대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 일기를 쓰듯 날마다 감정과 일상을 공유한다. 그 즐거움은 어디까지나 살아 있는 동안 나의 자유의지로 이루어지는 능동적 행위이다. 삭제할 수도, 수정할 수도, 감출 수도 있는 나의 책임 안에 존재한다. 하지만 내가 사라진 세상에 계정은 그대로 남고, 내 이름과 얼굴이 뜻밖의 순간마다 다시 나타난다면 그것은 추억일까 비극일까. 이 또한 애도의 한 방식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나 묻게 된다.

전에 TV에서 방영한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가 생각난다. 세상을 먼저 떠난 어린 딸을 그리워하며 고통받던 어머니가 가상현실 속에서 다시 만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어머니는 가상공간에서 딸의 모습을 보고 목소리를 들으며 못다 한 말을 전했다. 그 장면은 많은 사람에게 깊은 위로와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기술이 인간의 깊은 상실감까지 다가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동시에 윤리적인 질문도 남겼다.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나는 기술은 애도를 돕는 것일까 아니면 떠난 사람을 계속 불러내어 이별을 지연시키는 것일까의 문제이다.

애도는 떠난 사람의 부재를 인정하면서도 그 사람의 의미를 마음속에 새롭게 자리 잡게 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은 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스르기도 한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사람과 사건의 기억을 반복해서 소환한다. 오래 기억하는 것과 영원히 반복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아름다운 기억은 사람을 붙잡아 두는 것보다 떠난 사람을 떠난 자리대로 존중하는 데 있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웰다잉은 단순히 계정을 삭제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떤 글과 사진을 남길 것인지, 어떤 계정은 추모 공간으로 보존하고 어떤 계정은 없앨 것인지 미리 결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제는 재산과 유품뿐 아니라 자신이 남길 디지털 흔적까지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기술은 모든 것을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저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억에도 여백이 필요하고 관계에도 정리가 필요하다.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마지막 흔적까지 갈무리해 두는 것, 그것 또한 존엄한 삶을 마무리하는 새로운 방식이 아닐까 한다. /홍인숙 대전웰다잉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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