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67-딸기의 고장 논산의 축제와 고향식당 도가니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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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67-딸기의 고장 논산의 축제와 고향식당 도가니탕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5-03-31 16:49
  • 신문게재 2025-03-31 23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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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사진= 김영복 연구가)
어느새 남쪽으로부터 봄의 전령인 매화꽃이 활짝 피기 시작하면서 따스한 햇살이 만물을 소생시키기 시작했다.

북유럽 신화에 오딘의 아내이며 사랑, 풍요, 대지와 가정, 결혼, 출산을 주관하는 신화의 여신·프리그(Frigg)에게 딸기를 바쳤다고도 한다.



기독교에서는 성모 마리아에게 바쳤다고도 하는데, 천국의 문을 찾아온 사람이 입이나 손에 딸기 즙을 묻힌 상태면 신성한 딸기를 훔쳐 먹은 것으로 간주하여, 지옥으로 보낸다고 한다. 그만큼 딸기는 천상의 과일이다.

그러나 눈과 입으로 느낄 수 있는 봄의 향기는 풍부한 과즙과 새콤달콤한 딸기 맛의 유혹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게 한다. 필자도 과일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것이 딸기다.



그래서 이번 '맛있는 여행'은 딸기의 고장 논산으로 정했다.

논산은 우리나라 딸기생산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 고장이다.

일본 품종에 의지했던 딸기재배를 품종개발을 통해 국산화에 성공해 수출기반을 닦은 지대한 공이 인정되는 곳이 바로 논산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딸기의 고장 논산에서는 매년 이맘때면 '딸기축제'가 열리는데. 금년에는 '논산 딸기 세계를 잇다'라는 주제로 3월27일(목요일)부터 3월30일까지 4일간 논산시 시민가족공원에서 열린다고 한다.

이번 축제에는 성심당도 참여한다고 하며, 킹스베리 등 다양한 딸기 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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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베리. (사진= 김영복 연구가)
딸기는 장미목 장미과 달기속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학명은 프라가리아 애나나사 뒤센(Fragaria ananassa Duch)이다. 영어명은 스트로베리(Strawberry) 일어명은 이치고, 중국명은 차오메이다. 딸기를 매, 초매라고도 한다. 북한에서는 밭딸기라고 한다.

딸기는 불란서와 벨기에 일대에서 시작되었으며, 보편화된 전파는 1819년 이후의 일이므로 한·중·일의 역사는 근대 이후의 일이다.

일제강점기에 출간된 코노사카에(兒野榮, 1935)가 쓴 『조선의 산열매와 산나물(朝鮮の山果と山菜)』에 '5)에는 "나무딸기는 산과 들의 가는 곳마다 자생하는 작은 관목(灌木)으로 줄기의 높이는 120~150㎝에 달하고 줄기와 잎에는 모두 가시가 많아 옷에 잘 붙어 오기 때문에 현구자(懸鉤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과실은 6~7월 경 익어 약간 신맛을 띠지만 달고 즙이 많아 산촌(山村)에서는 아이들의 식용이 된다. 드물게는 시골의 가게에서 팔고 있는 것이 눈에 뜨이는 일도 있다. 이것을 따서 우유와 설탕을 뿌려 먹으면 장딸기와 다르지 않고 또한 잼이나 젤리 등을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며 술에 담그면 이것 또한 꽤나 맛이 좋은 것이다.나무딸기로 잼을 만드는 일은 잘 익은 열매를 따서 물에 잘 씻어 꽃받침을 떼어 버리고 과육(果肉) 1500g에 대하여 흰 설탕 225g의 비율로 섞어 냄비에 넣고 약한 불로 원형(原形)이 손상되지 않도록 가볍게 저어 가면서 오래 동안 끊이는 것이 좋다. 또한 산딸기 술을 만드는 일은 잘 익은 과실의 즙액을 만들어 하루 동안만 밀폐하여 둔 후 같은 양의 물을 부어 주석산(酒石酸) 3.8g, 설탕 1875g을 미지근한 물 1되에 녹여 섞어 항아리나 술독에 넣어 밀봉하고 6~7주 동안 놓아두면 좋다. 날이 지남에 따라 향기와 단맛이 증가한다"라 하여 나무딸기를 구황식물로 소개하였다.

그러나 위 고문헌에 나오는 딸기들은 대부분 산딸기류 였다.

인공적으로 만든 품종인 서양 딸기, 즉 양딸기가 한국에 전해진 것은 1920~30년대 무렵으로 추정된다.

당시 프랑스에서 자생하던 두 가지 딸기 종, 즉 'Fragaria vesca'와 'Fragaria chiloensis'가 교배되어 새로운 품종이 탄생한 것이다. 이 새로운 품종은 크기가 크고 맛이 뛰어난 특성을 지니고 있어, 곧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딸기가 처음으로 동양에 전해진 것은 19세기 말, 네덜란드를 통해 일본에 관상용으로 처음 전해지기 시작하면서. 미국, 프랑스, 영국 등에서 딸기가 도입되기 시작했는데, 그중 1949년에 도입한 '다나(Donner)'는 적응성이 뛰어나 전국에 보급되어 일본 딸기산업 발전의 계기가 되었으며, '보교조생', '정보', '도요노카', '여봉(女峰)'과 같은 많은 품종이 육성되었다. 최근에는 '아키히메(章姬)', '도치오토메','사치노카', '사가호노카'등 품질이 우수하며 수량성이 높은 품종으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1985년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구능조생'딸기와 '여봉(女峰)'딸기를 교배해 아키히매[章姬]를 개발하였다.

한국과 중국에서 딸기를 먹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반이다.

서양딸기를 개량한 일본산 딸기가 일제 강점기 때인 1917년에 '닥터 모랄(Doctor Moral)', '라지스트 오브 올(Largest of All)', '로얄 사버린(Royal Sovergeign)', 1929년에 '복우(福羽)'가 한국으로 수입된 이후 1952년에 '행옥(幸玉)', 1965년에 '다나(Donner)'를 위시해서 많은 품종이 도입되어 재배되었는데, 이 당시 생산되는 딸기의 대부분이 일본산이었다.

2005년만 해도 국내 딸기 재배면적의 80% 이상이 일본 품종인 '육보'와 '장희'였다. 매년 일본에 지불해야 하는 60억 이상의 로열티는 엄청난 금액이었고, 이는 자연히 농업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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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향. (사진= 김영복 연구가)
국산 딸기 품종 개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충남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에서 육성한 '매향'(2001년), '설향'(2005년), '금향'(2005년) 및 시설원예시험장에서 육성한 '수경'(2008년), '대왕'(2010년) 등이 농가에 확대 보급되면서 2005년에 9% 내외였던 국산 품종의 보급률이 2013년 현재 78%를 차지하고 있다.

이후 논산의 대표적인 수출 품종인 '킹스베리'는 2016년 충남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했다. 기존 딸기보다 2배 크고 무게가 더 나가며 당도도 높다

설향 외에도 매향, 금실, 죽향 등 다른 품종들이 개발되어 재배된다. 이런 딸기들은 겨울에만 재배할 수 있다.

2016년 경남도농업기술원이 경남 진주에서 '설향'과 '매향'을 교배해 개발한 '금실딸기'는 수출에 최적화된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금지옥엽의 귀한 자식 같은 딸기라는 뜻을 담은 '금실딸기'는 했다.

'금실딸기'는 당도가 높고 과육이 단단해 유통과정에서 물러지지 않고 4~5일은 더 신선하게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단단한 과육 덕분에 씹는 맛이 좋고 과즙도 풍부하다. 특히 새콤달콤한 딸기향에 은은한 복숭아향까지 느껴져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담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육성한 '죽향'은 당도와 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2017년 개발한 '아리향'은 기존 재배 품종보다 크기가 50% 이상 크고 28%가량 단단해 선물용으로 알맞은 딸기 신품종이다. 또한 당도와 산도의 비율이 적당해 새콤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비타민C 함유량이 기존 품종보다 100g당 73mg 많아 4~5알만 먹어도 성인 기준 하루 비타민C 권장량을 충족한다.

미국 샌디에고 주립대학 연구팀은 최근 심혈관 분야 국제학술지(Nutrition, Metabolism and Cardiovascular Diseases)를 통해 65세 이상의 건강한 성인 35명을 대상으로, 8주 동안 딸기 파우더 또는 영양 성분이 유사한 대조군을 섭취하도록 했다. 그리고 4주간의 기간을 거친 다음 두 그룹을 교차해서 다시 8주간 먹도록 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에 의하면"딸기의 폴리페놀, 안토시아닌, 엘라지탄닌 등의 성분이 특히 고령층의 인지기능과 심혈관 건강 개선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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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사진= 김영복 연구가)
딸기축제에서 딸기 맛과 함께 논산의 노포(老鋪) 맛도 찾아 즐기는 것도 여행의 묘미가 있다.

논산시 연산면의 현지인만 아는 맛집으로 '고향식당'이 있다.

이 집은 주 메뉴가 한우로 만든 도가니탕 한가지 만 고수하는데, 오전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딱 3시간만 장사를 한다. 그리고 매주 일요일은 휴무다.

시간을 잘 못 맞추면 아무리 멀리서 왔어도 도가니탕 맛을 볼 수 없게 된다.

주차장은 비교적 넓어 주차에 대한 애로는 없으나 12시 정도되면 손님이 몰려 넓은 주차장이 꽉 차 어쩔 수 없이 도로변 주차를 할 수밖에 없다.

이 집은 대전에서 멀지않은 곳에 위치한 맛집이라 미식가들이 많이 찾아온다.

고향식당의 외관은 노란 대문이 인상적인 한옥 스타일의 농가로 30년 전통의 한우 도가니탕 전문 음식점으로, 도가니탕의 깊고 진한 육수의 풍미를 자랑한다.

도가니탕을 즐기는 필자는 서울에서는 서대문의 대성집을 자주 찾았다.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은 아니며, 주로 노인들이 찾는데, 청소년~청년층에서는 평생 한 번도 못 먹어본 사람도 많다.

도가니탕은 국밥치고 그리 저렴한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먹어 보고서 당황하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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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도가니탕. (사진= 김영복 연구가)
도가니탕은 소뼈의 부위 중 뒷다리 무릎 연골 부위에 있는 도가니뼈와 살코기를 재료로 하여 육수를 내는 육탕 음식 중 하나이다.

도가니탕의 대부분은 소 한 마리 당 12개(다리 하나당 3개 x 4다리) 밖에 나오지 않는 관절만으로 만들지 않고, 힘줄을 더 넣고 양을 불려서 끓이기도 하고 심지어 그냥 힘줄만으로 끓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 집은 도가니탕은 소의 무릎뼈와 발목 연골 주변의 물렁뼈를 사용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낸다. 국물은 간이 되어 있지 않아 소금과 후추를 추가해 먹어야 했다.

도가니탕은 재료를 오래 끓여 뽀얀 국물이 우러나오고 관절과 힘줄이 연하게 익으면 건져 발라서 한 입 크기로 썰어내고, 잔뼈는 다시 넣어 국물을 우려낸다. 고기도 건져 찢거나 적당히 썬다. 베 보자기에 싸서 눌러 식혀 얇게 썰어 편육을 만들어 두기도 한다. 썰어넣은 건더기에 양념을 하고, 건더기를 그릇에 담고 기름기를 건져 낸 푹 고은 국물을 넣어 따끈하게 데워 대파, 후추를 넣어 먹으면 좋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설렁탕처럼 다진 고추에 대파와 간장, 고추가루, 마늘을 넣은 다짐 양념을 넣거나 깍두기 국물을 넣어 먹는 경우도 꽤 된다. 관절과 힘줄 부위는 따로 겨자를 넣은 양념장이나 소금에 찍어 먹는다.

어쨌든 고향식당의 도가니탕은 도가니 순도 100%가 듬북 들어 가 있어 도가니가 쫄깃쫄깃하고 맛있다.

그래서 그런지 깊고 진한 국물 맛과 야들야들한 살점의 도가니, 고소한 기름기, 감칠맛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 같다.

도가니탕의 국물은 고단백 저칼로리의 식사로, 체중 감량을 원하는 분들에게 적합하다. 도가니탕은 포만감을 주어 과식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며, 국물 요리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게 해주어 체중 조절에 유리하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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