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혼모노(?) 일상으로의 복귀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혼모노(?) 일상으로의 복귀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5-04-22 10:15
  • 신문게재 2025-04-23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2024년 12월 3일 계엄선포로부터 시작했던 혼란 정국이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의 탄핵 인용 의견으로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일단락됐다. 4개월 남짓의 기간 동안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대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계엄령을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그 자체가 생소한 국민들도 있었고, 계엄 상황의 적절성 여부와 절차의 합법성에 대해 법 전공자들도 왈가왈부 논란이었으니, 일반 서민들은 혼동 속에 계속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고, 일견 불안 속에 공포스런 면도 있었다. 시간이 생각보다 조금 더 걸리긴 했으나, 대한민국은 민주 정치의 원칙을 위해 한 대통령을 파면했고, 정상적인 법치국가로서의 위상을 회복하였고 국민들도 일상으로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할 6월 대선이 예정됐고, 정치권에서는 당내 경선 상황을 포함해 예비 후보자들의 소식이 신문을 가득 채운다. 작년 12월 이후 4월 현재까지 리더가 부재했던 대한민국이 직면했던, 그리고 6월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돼 우선 대응이 필요한 사안들을 살펴보자. 먼저, 의대 증원에 따른 의대생 수업 거부, 전공의 미복귀 등을 포함한 교육, 의료계 문제는 정부가 한발 물러나 2026년도 의대 증원을 철회해도 해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2~3년 이상 이런 상황이라면 의료시스템 붕괴를 걱정하는 우려 의견도 많다. 또, 국제적으로는 트럼프 집권2기가 되면서 관세 전쟁에 대한 대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수출을 국가 경제의 주된 동력원이라는 것과 악화된 국내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이 역시 실기(失期)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 외에도 지난 몇 개월간은 유난히 사건·사고도 많았다. 무안공항에서는 여객기 사고로 179명이 희생됐고, 100일이 지난 지금도 지역적 조류 출현 상황이나 항공기 결함, 공항의 활주로 길이 및 콘크리트 둔덕 등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미발표상태이다. 올해 11주기를 맞는 세월호 사고가 생각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3월에는 전국적으로 산불이 일어났다. 이전에도 산불로 문화재를 잃는 적이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전국적으로 장기간 많은 피해를 낸 적은 없었다. 수차례 본 칼럼에서도 언급됐지만 기후 변화 대응을 극구 반대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산불을 주지사의 몫이라고 떠넘겼다(?)던데, 우리 정부는 산불의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기후변화라고 하면서도 40년 넘은 구식 소방헬기를 임차해 쓰다가 사고를 만든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됐던 '폭싹 속았수다' 라는 드라마가 있다. 필자를 포함한 주위에 이 드라마로 눈물을 쏟았다는 지인들이 많다. 탄탄한 스토리에 배우들의 연기력도 돋보였고, 제주도를 배경으로 유채꽃밭뿐만 아니라 당시의 선거 포스터와 같은 소품 디테일, 석양의 제주바다 등 미장센도 한몫했지만, 그런 것들로 불러낸 그 시대를 살아 낸 사람들의 감흥이 더 크지 않았을까? 거기에 그 시대를 살았던 내가 겪을 법한 애처로운 상황에서 내가 못했으나 하고 싶었던, 혹은 듣고 싶었던 대사에 눈물이 나올 수밖에…. 다소 아쉬움이 있다면, 제주 주민들에게 그 당시는 4.3항쟁은 잊혀질 수 없는 사건인데, 극중에서 다루지 못한 것은 주제가 너무 무거웠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는 김에 소설 하나 더 소개한다.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 라는 책이다. 혼모노라는 일본어는 한자로 본물(本物)이라 쓰고, 가짜가 아닌 진짜라는 뜻이다. 가짜, 짝퉁은 니세모노(僞物)라고 한다. 책 제목을 일본어로 붙인 이유 해석은 독자의 몫이겠다. 단편 7개로 구성된 소설집에는 신기(神氣)를 잃은 중년의 박수무당 이야기로부터 무속뿐만 아니라 예술, 인성, 관념 등에 관한 진짜와 짝퉁의 경계에 대한 물음들이 젊은 여류 작가의 '예리한 발톱에 낚인 문장'들로 제시됐다. 이 작가는 인터뷰에서 '거짓일지라도 다수가 믿으면 진실이 되는 현 시대상'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의 감성을 자극해 눈물을 쏟게 하는 드라마는 허구(짝퉁, 니세모노)라는 것을 알지만, 드라마의 스토리나 연기력, 배경에 감동하고 자신에게 투영되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몇 년 전 영화에서 "뭣이 중헌디?!"라는 대사가 유행했었다. 우리는 대통령을 두 번이나 탄핵한 경험을 가진 민주시민으로 진짜, 가짜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은 가지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것이 비단 대통령 선택만의 문제이겠는가? 정계, 의료계를 포함, 거의 모든 사건, 사고에는 개인이나 집단의 이기심들이 깔려 있는데, 모두들 자신은 혼모노라고 한다면 너무 나간 걸까?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도심 속 워터파크가 공짜”… 청주시 어린이 물놀이장 ‘피켓팅’ 시작된다
  2. “돈 주면 수용자 챙겨주겠다”… 대전교도소 교감 징역 3년 구형
  3. 3년 간 지연된 작은내수변공원 복합문화체육센터 공사비 문제로 또 늦어지나
  4. 글로벌 우주 강자들과 어깨 나란히…ISS2026 충청 우주기업들
  5. 충남대 통합 찬반투표 앞두고 쟁점 재점화…17일 대토론회
  1. 화재 원인 다양·복잡해지는데…소방 화재사례 공유 체계 '미비'
  2. [현장의 사람들] 불길이 남긴 흔적 쫓아 원인 밝힌다…대전동부소방서 곽맹걸·이태규·김재능 화재조사관
  3. 오석진 "소통·청렴이 최우선"…인수위 첫 업무보고 돌입
  4. [사설] 충청 ‘반도체 패키징 벨트’ 흔들림 없어야
  5. 충남대·공주대 통합 논의 막바지…토론회서 소통 필요성 부각

헤드라인 뉴스


`대전의 아들, 2차전도 부탁해` 태극전사 19일 2연승 정조준

'대전의 아들, 2차전도 부탁해' 태극전사 19일 2연승 정조준

2026 북중미 월드컵 1차전 승리로 자신감이 한껏 오른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이 개최국 멕시코를 상대로 2연승에 도전한다. 2차전에 승리할 경우 조 1위로 32강 진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만큼 축구 팬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9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멕시코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멕시코와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펼친다. 이번 경기는 사실상 A조 1위 결정전으로 꼽힌다. 양 팀 모두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승점 3을 확보한 가운데 이번 경기는 사실상 A조 1위 자리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공사판된 대전 도심, 트램 개통 미뤄지나…與野 책임 공방 재점화

2028년 말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던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 일정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28년 만의 착공으로 본궤도에 진입한 듯 했지만, 토지보상 지연과 시운전 기간 연장, 수소트램 기반시설 문제까지 줄줄이 드러나며 2030년 개통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민선 9기 인수위에서 공식화되며 여야는 또다시 네 탓 공방에 나선 모습이다. 18일 취재에 따르면, 대전시는 최근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당초 목표였던 2028년 말 트램 개통이 사실상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는 `만스피`다… 코스피 사상 첫 9000선 돌파
이제는 '만스피'다… 코스피 사상 첫 9000선 돌파

국내 유가증권시장 종합지수인 코스피가 18일 사상 처음으로 9000포인트를 돌파하며 '만스피(코스피 1만) 시대'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지난달 15일 장중 처음으로 8000선을 넘어선 지 22거래일 만이며,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달 26일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코스피는 전날보다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날보다 20.68포인트(0.23%) 오른 8884.92로 출발해 오후 12시 57분께 9000선을 터치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