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갓 어른이 본 진짜 어른들

  • 오피니언

[기고] 갓 어른이 본 진짜 어른들

대전선관위 유권자기자단 김지훈

  • 승인 2025-05-29 16:53
  • 신문게재 2025-05-30 4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유권자기자단(김지훈) (2)
유권자기자단 김지훈
유권자 기자단으로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와 시의원보궐선거 취재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학교생활에 정진하는 중이었다. 앞서 언급한 두 선거를 제외하면, 더 이상 유권자 기자단이 참여하는 선거 일정은 없었다. 한참 활동하던 당시가 탄핵 정국이었기에 대선 관련 취재 일정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지난 4월 4일 선고가 확정되고 21대 대선 일정 시작과 함께 유권자 기자단의 활동도 재개되었다.

놀라웠다. 21대 대선 일정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유권자 기자단의 활동 일정이 바로 나왔다. 유권자 기자단의 활동은 현장 취재이기에 해당 선거 일정과 동일하게 이뤄진다. 이게 의미하는 건, 선거 일정도 선고 이후 바로 계획됐다는 뜻이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선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을 텐데 평시와 같은 체계성을 보여줬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높은 민주주의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우리 사회의 뿌리로 있기 때문이라.

서구청에서 진행하는 개표 책임사무원 실무 교육을 취재하러 갔다. 책임사무원은 선거관리위원회와 일반 사무원 사이를 잇는 중요한 역할이다. 선거 개표 당일에는 수백이 넘는 개표사무원이 투입된다. 현실적으로 이들 모두를 교육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책임사무원을 배정하여 선거관리위원회가 교육하고 책임사무원이 개표 당일 자신이 맡은 팀의 일반 사무원들에게 교육한다.

원래는 민간인에서 개표사무원을 뽑기도 했는데, 최근 부정 선거 이슈 때문에 배정 인원이 0명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민간인에서 개표사무원을 뽑는 것도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고, 시민 당사자로서도 굉장히 값진 일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증명되지 않은 의혹 때문에 이런 과정이 생략되는 게 아쉽다. 어떻게든 트집 잡는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개표 교육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수업을 듣는 책임사무원분들은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된 분들이었지만, 배우는 자세는 현역 못지않으셨다. 분명 맡은 일의 책임을 느끼는 어른의 모습이었다. 교육 진행 도중 도중에 각 부서 책임사무원분의 성함을 띄워놓고 "수고해 주실 분들입니다. 감사합니다"라 계속해서 감사를 전하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형식적으로 보일 수도 있어도, 적어도 나에게는 공무원 사회의 은은한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1시간가량 교육이 진행된 후, 잠깐의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엄숙했던 교육 현장에 여유가 주어지자 춥다며 에어컨으로 달려가 온도를 올리는 사람, 오랜만에 만난 동료 공무원과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 같이 온 공무원과 만담을 하는 사람 등등 결국 이들도 우리 사회 주변에 흔히 느낄 수 있는 친근함을 가진 사람이란 걸 느꼈다. 각각 개함부와 심사집계부를 맡은 공무원 두 분이 상대가 맡은 부서가 더 힘들다며 서로 놀리는 모습도 봤다. 흔히 말하는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유권자 기자단 활동으로 취재할 때면 여러 공무원분을 만나게 된다. 특히 선거에 관련된 공무원분들을 자주 만난다. 내가 본 그들은 묵묵히 제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이었다. 반년 정도 활동하는 동안 마음속에 쭉 드는 의문이 하나 있었는데 "서운하지 않으신가?"였다. 지금은 각종 이슈로 선거업무 담당 공무원들의 노력이 폄하 받는 실정이다. 나라면 나의 노력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 채 내 일을 계속해야 한다면 잠시 멈추고 싶어졌을 거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이들에게서 어른의 굳셈을 보았다. 법으로만 어른인 나는, 언제쯤 본받을 수 있을까.

/대전선관위 유권자기자단 김지훈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서구 괴정동서 20대 남성 전 연인 살해 후 도주
  2. [사설] 광역교통사업도 수도권 쏠림인가
  3. 과기계 숙원 'PBS' 드디어 폐지 수순… 연구자들 "족쇄 풀어줘 좋아"
  4. 의대생 복귀 방침에, 지역 의대도 2학기 학사운영 일정 준비
  5. 등목으로 날리는 무더위
  1. 이재명 정부 첫 '시·도지사 간담회'...이전 정부와 다를까
  2. 농식품부 '인공지능 융합 미래 식·의약 첨단바이오 포럼' 개최
  3. '전교생 16명' 세종 연동중, 5-2생활권으로 옮긴다
  4. [대입+] 정원 감소한 의대 수시, 대응 전략은?
  5. [춘하추동]폭염과 열대야,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헤드라인 뉴스


이대통령 "지역균형발전, 성장위한 불가피한 생존전략"

이대통령 "지역균형발전, 성장위한 불가피한 생존전략"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지역균형발전은 대한민국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생존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TF 3차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강조한 5극(5개 초광역권) 3특(3개 특별자치도) 등 국가균형발전 국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공정한 성장을 통해 대한민국 모든 문제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양극화를 완화해 나가겠다"며 갈수록 심각해 지는 수도권 1극체제 극복을 위한 노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성장 전략..

"법 사각지대가 만든 비극"…대전 교제폭력 살인에 `방지 법 부재` 수면 위
"법 사각지대가 만든 비극"…대전 교제폭력 살인에 '방지 법 부재' 수면 위

대전 괴정동 전 연인 살해 사건으로 교제폭력 특별법 부재, 반의사불벌죄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건 한 달 전 피해자가 가해 남성의 폭행에도 처벌을 원치 않았고 경찰의 안전조치 권유도 거절했으나, 그 기저에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가해자를 처벌하고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시급하지만 관련 법 제정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30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대전 서구 괴정동의 주택가에서 A(20대)씨가 전 연인 B(30대·여성)씨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세종시 `상가 공실 해소` 칼 뺐다… 업종 확대 등 규제 완화
세종시 '상가 공실 해소' 칼 뺐다… 업종 확대 등 규제 완화

상가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세종시가 상가 허용 업종을 대폭 확대하고, 관광숙박시설 입점 조건을 완화한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상가 활성화를 저해하는 '족쇄'를 일부 풀겠다는 전략인데, 전국 최고 수준인 상가공실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도일보 7월 5일 온라인 보도> 세종시는 행복도시 해제지역의 상가공실 해소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련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을 고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상가의 허용업종 확대, 일반상업지역 내 관광숙박시설 입지 허용(총 8필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이동 노동자 위한 얼음물 및 폭염 예방 물품 나눔 이동 노동자 위한 얼음물 및 폭염 예방 물품 나눔

  • ‘대전 0시 축제 구경오세요’…대형 꿈돌이 ‘눈길’ ‘대전 0시 축제 구경오세요’…대형 꿈돌이 ‘눈길’

  • 물감을 푼 듯 녹색으로 변한 방동저수지 물감을 푼 듯 녹색으로 변한 방동저수지

  • 등목으로 날리는 무더위 등목으로 날리는 무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