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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기자단 김지훈 |
놀라웠다. 21대 대선 일정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유권자 기자단의 활동 일정이 바로 나왔다. 유권자 기자단의 활동은 현장 취재이기에 해당 선거 일정과 동일하게 이뤄진다. 이게 의미하는 건, 선거 일정도 선고 이후 바로 계획됐다는 뜻이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선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을 텐데 평시와 같은 체계성을 보여줬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높은 민주주의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우리 사회의 뿌리로 있기 때문이라.
서구청에서 진행하는 개표 책임사무원 실무 교육을 취재하러 갔다. 책임사무원은 선거관리위원회와 일반 사무원 사이를 잇는 중요한 역할이다. 선거 개표 당일에는 수백이 넘는 개표사무원이 투입된다. 현실적으로 이들 모두를 교육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책임사무원을 배정하여 선거관리위원회가 교육하고 책임사무원이 개표 당일 자신이 맡은 팀의 일반 사무원들에게 교육한다.
원래는 민간인에서 개표사무원을 뽑기도 했는데, 최근 부정 선거 이슈 때문에 배정 인원이 0명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민간인에서 개표사무원을 뽑는 것도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고, 시민 당사자로서도 굉장히 값진 일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증명되지 않은 의혹 때문에 이런 과정이 생략되는 게 아쉽다. 어떻게든 트집 잡는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개표 교육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수업을 듣는 책임사무원분들은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된 분들이었지만, 배우는 자세는 현역 못지않으셨다. 분명 맡은 일의 책임을 느끼는 어른의 모습이었다. 교육 진행 도중 도중에 각 부서 책임사무원분의 성함을 띄워놓고 "수고해 주실 분들입니다. 감사합니다"라 계속해서 감사를 전하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형식적으로 보일 수도 있어도, 적어도 나에게는 공무원 사회의 은은한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1시간가량 교육이 진행된 후, 잠깐의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엄숙했던 교육 현장에 여유가 주어지자 춥다며 에어컨으로 달려가 온도를 올리는 사람, 오랜만에 만난 동료 공무원과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 같이 온 공무원과 만담을 하는 사람 등등 결국 이들도 우리 사회 주변에 흔히 느낄 수 있는 친근함을 가진 사람이란 걸 느꼈다. 각각 개함부와 심사집계부를 맡은 공무원 두 분이 상대가 맡은 부서가 더 힘들다며 서로 놀리는 모습도 봤다. 흔히 말하는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유권자 기자단 활동으로 취재할 때면 여러 공무원분을 만나게 된다. 특히 선거에 관련된 공무원분들을 자주 만난다. 내가 본 그들은 묵묵히 제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이었다. 반년 정도 활동하는 동안 마음속에 쭉 드는 의문이 하나 있었는데 "서운하지 않으신가?"였다. 지금은 각종 이슈로 선거업무 담당 공무원들의 노력이 폄하 받는 실정이다. 나라면 나의 노력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 채 내 일을 계속해야 한다면 잠시 멈추고 싶어졌을 거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이들에게서 어른의 굳셈을 보았다. 법으로만 어른인 나는, 언제쯤 본받을 수 있을까.
/대전선관위 유권자기자단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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