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77-그 섬에 가면…보령시 원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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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77-그 섬에 가면…보령시 원산도

김영복 식생활연구가

  • 승인 2025-06-23 17:41
  • 신문게재 2025-06-24 10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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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해저터널.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번 맛있는 여행은 '만세보령'으로 떠나 볼까 한다.

보령시 하면 예전에는 대천해수욕장이 떠 올렸지만 요즘에는 머드 축제가 떠 올린다.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한 이 축제에는 매년 전국에서 몰려 든 관광객으로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맛있는 여행은 보령출신인 충청남도 중앙협력본부 장재욱 본부장의 추억을 소환하면서 부터다.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고향 이야기 중 갑자기 어렸을 적 먹었던 갯솔(갯부추)이야기를 한다.

어렸을 적 갯가에 나가 채집해 온 갯솔을 무쳐 먹으면 그렇게 맛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멸종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음식 글을 쓰는 필자는 솔깃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럼 이번 맛있는 여행에서 파헤쳐 보겠다고 약속을 하고 글 소재를 찾아 나섰다.

'부추, 정구지, 솔, 분초' 모두 우리가 즐겨 먹는 같은 채소다.

충남지방에서는 부추를 솔이라고 한다. 그래서 갯부추를 알아 봤다.

부추는 별명이 월장초(越牆草)라고도 했다. 담을 넘게 해준다는 약초다. 다른 별명으로는 양기를 일어나게 해서 기양초(起陽草), 양기를 굳세게 해서 장양초(壯陽草), 소변을 보면 벽이 무너진다 하여 파벽초(破壁草), 운우지정을 나누면 집이 무너진다 하여 파옥초(破屋草) 등이 다. 로맨스가 묻어 있는 채소 그게 바로 부추다.

부추는 지역마다 이름이 다르다. 강원도에선 '분추', 경상도와 충북에서는 '정구지'라고 부른다. 봄이면 어머니께서 밭에 나가 정구지를 직접 베어 오시던 기억이 난다. 충남은 '졸', 전라도는 '솔'이라 부르고, 경남과 전남의 접경지에서는 '소불', 제주도에서는 '세우리'라고 한다.

그러니 강원도 사람은 분추의 추억이 있고, 경사도와 충북에서는 정구지의 추억 충남은 졸 전북과 충남남부와 전남에서는 솔의 추억이 있다.

특히 보령 남포에서는 갯솔의 추억이 있는 것이다.

두산백과에서는 갯부추에 대해' 바닷가에서 자라는 부추 종류라는 뜻의 이름이다. 여러해살이풀이며, 높이 30~80㎝이다. 땅 속에 길이 2~3㎝의 좁은 달걀형의 비늘줄기가 있다.

잎은 선형이고 2~3개가 위로 퍼지듯 자라며, 횡단면이 삼각형이다. 백록색을 띠고 광택이 있으며 상록성이다. 길이는 8~40㎝, 폭은 0.3~0.9㎝이다.

그런데 장본부장이 어렸을 적 즐겨 먹었던 갯부추가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미등록종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갯부추는 부추속(屬)의 세계적 희귀식물 한 종으로 국내 미기록종이어서 이름은 20여년 전 '갯부추'로 명명됐다고 한다. 국립수목원은 1910년 일본 대마도에서 발견된 이후 세계적으로 일본 남부 일부 해안지역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온 부추의 한 종류라고 하는데, 보령 남포지역에서는 이미 마을 사람들이 여린 갯부추를 즐겨 먹었다는 것이다.

그저 학자나 당국만 몰라 '미기록종'으로 남겨 두지 않았나 생각 된다.

꽃은 8~9월에 모여 난 꽃줄기 끝에 홍자색으로 피며, 20~75개의 꽃이 모여 산형꽃차례를 이룬다. 포는 끝이 갑자기 뾰족해지며 넓은 달걀형이다. 꽃자루는 길이가 1~1.5㎝이다. 화피조각은 6개이고 타원형이며, 끝이 둔하고 길이가 0.4~0.5㎝이다. 수술은 6개이고 화피보다 길게 나온다. 암술대는 1개이다.

열매는 여러 개의 방에서 튀어나오는 삭과이고, 삼각 모양이다.'라고 나온다.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는 세계 다섯 번째이자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긴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되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섬 남쪽은 보령해저터널을 통해 보령시로 연결되어 있고, 북쪽은 원산안면대교를 통해 태안군 안면도 영목항과 연결되어 있다.

한편 보령시가 보령해저터널 개통으로 원산도 시내버스를 구 대천역~저두~선촌항~초전항 노선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으며, 보령시 원산도와 태안군 안면도를 순환하는 버스도 운행 중이다.

원산도를 옛날에는 고란도라 불리다가 1914년 원산도라고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멧돼지 형상을 닮았다고도 하고 뫼 산(山) 자 모양 같기도 하다.

특히 원산도 해수욕장은 고운 모래질과 완만한 경사도, 그리고 깨끗한 수질과 적당한 수온으로 한번 찾은 이들이 두고두고 되찾는 곳이라고 한다.

배를 타고 섬을 일주하면 모래밭의 흰색 띠가 섬 전체를 휘감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 하얀 띠의 길이는 70리를 넘는다. 원산도의 해수욕장으로는 섬 남쪽해안에 오봉산해수욕장, 원산도해수욕장, 저두해수욕장이 서쪽에서부터 동쪽으로 줄지어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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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도 고기 국수. (사진= 김영복 연구가)
멧돼지 섬, 저두(猪頭 돼지머리)해수욕장 돼지고기와 밀접한 섬이 바로 원산도다.

그래서 그럴까? 우리는 고기국수하면 제주를 떠 올린다. 그러나 충남 보령시 원산도에도 돼지편육이 올라가는 맛있는 고기국수가 있다.

제주도 고기국수는 삶은 건면에 돼지뼈를 이용해 만든 육수를 넣고 고명으로 돔베고기를 수육으로 얹는다.

돔베고기로 만든 수육과 면이 두껍다.

제주 고기국수는 마을 잔칫날이나 큰 행사가 있던 날에 즐겨 먹던 음식이다. 양념을 거의 쓰지 않고 재료 자체의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제주도 고기국수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원산도 고기국수는 소면으로 만들고 바지락 등을 넣은 해산물 육수다,

돼지고기를 대략 소면 두께로 얇게 썬다. 서로 이질감이 하나도 없다. 해산물이 비린 맛 없이 국물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

원산도 고기국수는 제주도 고기국수는 확연이 차이가 난다.

섬마을 원산도 고기국수에는 어릴 적 추억과 애환, 엄마의 향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김주영(金周榮)의 소설 [野丁]에도 고기국수가 나온다.

바로 여진족의 산탕자(酸湯子]라는 국수다. 발효시킨 옥수수로 국수를 만들고 그 국수를 고기와 야채를 함께 볶아 국물을 말아 먹는 매우 시큼한 국수다.

우리 고문헌에도 고기국수 만드는 방식은 다르지만 이미 세종(世宗) 때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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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도 고기 국수.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름하여 육면(肉麵) 즉 고기국수다.

조선 초기인 1450년대 세종 왕실 어의를 지냈던 전순의(全循義)가 지은『산가요록(山家要錄)』에 나온다.

'만드는 법을 보면 '凡肉 切如松葉 淨洗 眞末 或蕎末 反覆塗之 入烹水 令熟 醬和交菜用(범육 절여송엽 정세 진말 혹교말 반복도지 입팽수 영숙 장시화교채용) 고기를 솔잎처럼 가늘게 썰어서 깨끗이 씻어 밀가루 또는 메밀가루를 반복하여 묻혀 끓는 물에 삶는다. 뜨거울 때 된장을 타고 채소를 섞어 먹는다.'라고 나온다.육면(肉麵)은 채소 된장국에 고기로 된 면을 말아낸 음식으로, 문자 그대로 정말 '고기국수'이다.

여기서는 육수가 채소된장국이고 제주는 돔베뼈를 우린 육수며, 원산도는 바지락 육수다.

다 독특한 맛을 가진 고기 육수들이다.

경운기(耕耘機)는 1920년대 오스트레일리아의 아서 클리포드 하워드가 최초로 경운기를 개발했다.

한국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62년이다. 이 이전에는 소가 아니면 밭을 갈거나 논을 갈 수가 없었다.

당연히 소나 돼지는 살림 밑천일 수밖에 없다.

특히 소는 소농들은 엄두도 못 냈고 동네에서 논마지기나 부쳐 먹는 집들이 소를 사육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농가들은 밭을 간다거나 논을 갈 때 소를 벼나 보리를 주거나 품앗이를 해 주고 빌려 쓴다.

70년대 이전 까지는 비록 소는 빌려 쓴다 해도 집에 돼지 한 .두 마리씩 안 키우는 집이 없었다. 집에서 나오는 구정물을 처리하기도 하지만 돼지는 집안 경조사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잔치음식의 먹을거리였고, 돼지는 번식력도 좋아 자식 교육에 소중한 학자금 밑천이었다.

안면도 다음으로 큰 원산도 섬마을에도 장배에는 언제나 소나 돼지가 실렸다고 한다.

회갑이나 혼사 날에는 동네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가 꽥! 꽥! 온 동네에 들리며 잔치 날 고기를 제공해 주는 소중한 존재였다.

원산도에서는 잔칫날 뿐만 아니라 육지에서 손님이 오거나 고기국수를 상에 올렸다.

그러니 고기국수는 육지에서 손님이 오거나 잔칫날에나 먹을 수 있었다. 부엌에서 고기를 발견한 아이들은 "한입만 먹어보자"고 졸랐고, 할머니와 엄마는 "육지 손님 드릴 것"이라며 돌려보냈다고 한다.

원산도에서는 고기국수는 칠순·회갑이나 결혼식 피로연 때마다 상에 올랐다.

국수 고명으로 고기가 워낙 귀해 소고기를 얹을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그나마 돼지고기도 양이 적어 얇게 썰었다. 얇게 썰어 식감이 좋고 이가 좋지 않은 어른들도 먹기 편해서 좋았다고 한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40년 전만 해도 섬에서는 삼겹살이나 목살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기름기가 많은 데다 가끔 먹다 보니 배탈이 날 때가 잦아서였다. 당시 어른들은 "모든 돼지고기는 삶아서 수육으로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자연스레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고기국수에 얹어 먹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고기국수는 원산도 맞은편 태안 안면도에서도 같은 풍습이 있었다. 이 고기국수는 육지와 단절된 섬만의 독특한 음식문화였다. 그런 고기국수는 20년 전쯤 자취를 감췄었다. 고기는 넉넉해졌지만, 집 대신 결혼식장이나 대형식당, 뷔페에서 피로연을 열기 시작하면서 식탁에서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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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도 다온 식당. (사진= 김영복 연구가)
그런 섬마을 고기국수가 최근 다시 등장했다. 원산도에서 다온식당을 운영하는 추문식(70)씨가 젊은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새로운 메뉴로 선보이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추씨는 원산도 토박이로 40년 전 장가갈 때 먹었던 고기국수가 생각 나 아내와 상의 끝에 메뉴판에 추가했다. 고기국수를 맛볼 수 있다는 소문에 원산도 주민은 물론 다리 건너 안면도 주민들까지 찾는다고 한다.

추문식씨는 장가갈 때 마을에서 사흘간 잔치를 했다고 한다. 육지에서 하객이 오고 바다로 조업을 나갔던 주민들이 모두 잔치 음식을 먹으려면 그 정도 시간이 필요했으며, 어릴 적, 청년 시절을 회상하며 고기국수를 메뉴에 올리게 됐다한다.

국수에 올리는 고기 고명은 주로 돼지고기 앞다리나 뒷다릿살을 사용하며, 고기를 삶아낸 뒤 차갑게 식혀 회를 치듯이 얇게 썬다고 한다. 수육을 얇게 써는 이유는 국물에 적시면 고기의 맛이 살아난다. 고기가 얇아 국물이 잘 스며든다. 바지락 육수에 얇은 수육이 조화를 이루는 맛이다.

고기국수 반찬으로는 해풍(海風)을 맞고 자란 파김치를 곁들어 비로소 '삼합'을 이룬다. 주민들은 잘 익은 파김치가 느끼할 수도 있는 고기의 맛을 감싸줘 담백한 맛이 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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