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때로는 관용과 관조가 필요하다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때로는 관용과 관조가 필요하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승인 2025-07-01 09:33
  • 수정 2025-07-01 11:04
  • 신문게재 2025-07-02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유재일 대표님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한 해의 하반기가 시작되고,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찾아오는 7월을 맞이했다. 7월은 잦은 장마와 폭염이 반복되는 날씨 때문에 불쾌지수가 가장 높은 시기다. 이렇기 때문에 이번 달을 잘 지내려면, 자연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한편 새 정부의 출범으로 희망과 기대가 공존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불안과 우려에 둘러싸여 있다. 이럴수록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살이에 대한 근심을 슬기롭게 다스릴 필요가 있다.

세상 근심은 아무래도 온갖 시련과 난관을 이겨내고, 최고 권력자가 된 이재명 대통령이 과연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갈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자 염려일 것이다. 돌아보면, 지난해 12·3 비상계엄으로 시작되어 탄핵과 대선으로 이어진 정국은 백척간두의 위기 국면들로 점철됐고,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분열은 극에 달했다. 지금도 일부 사람들은 새롭게 정상화된 정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소모적인 열정이나 쓸데없는 기우(杞憂)에 휩싸여 있다. 단적인 예로, 어떤 이들은 무너진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위헌·위법한 국정을 주도했던 세력을 남김없이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가 일당 독재로 흐를 것이라는 적개심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주장들은 권력 논리나 진영 정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뭔가 그럴듯하지만, 정치과학적 차원에서 판단하면 사실 왜곡이자 인지부조화의 산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왜곡이 교언영색(巧言令色)의 대중매체나 곡학아세(曲學阿世)의 식자들을 거치면서 '확증 편향'의 고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다시금 총칼 없는 내전이나 정치적 방화를 조장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아마도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저마다의 세상 근심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일지 모른다. 어떻게 보면 세상 근심은 다반사이기에, 그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은 어쩌면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세상 근심을 잘 다스리는 방안에 대해 나름대로 피력하고 싶다. 필자는 감히 '관용'과 '관조'의 자세를 다시 한번 성찰해볼 것을 제안하려고 한다. 관용(寬容)은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하거나 받아들이는 것을 뜻하는데,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관조(觀照)는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보는 것을 뜻하는데, 세상의 이치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의미한다. 이 두 미덕(virtue)은 이해하기에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역사적 사례를 접하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중국 주나라의 무왕은 은나라의 폭군인 주제를 응징했지만, 그의 아들에게 봉토를 주어 제사를 잇게 했다. 또 플루타르코스의 '대비 열전'에 따르면, 로마 공화국 말기 공화주의자인 키케로는 독재자인 카이사르의 후예들과 싸움에서 실패해 죽음 앞에 섰지만, 패배자의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지난 대선에서 이긴 자나 진 자, 승리한 진영이나 패배한 진영 모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처지에서 관용과 관조를 되새긴다면, 장삼이사(張三李四)인 보통 사람들의 근심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특히 승리한 쪽은 겸허함과 자제,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반면에 패배한 쪽은 깨끗한 승복과 성찰, 환골탈태로 나아간다면,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크게 올라갈 것이다.

한편 관용과 관조는 정치지도자가 통합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이라는 용어를 다섯 번이나 언급해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노태우 1, 김영삼 0, 김대중 0, 노무현 4, 이명박 1, 박근혜 0, 문재인 2, 윤석열 0) 가장 많이 사용했다. 물론 단어의 횟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통합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공하는 지도자는 통합, 용기, 통찰이라는 정치적 덕목을 지녀야 국정 성과를 내고,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이들 덕목은 관용과 관조에서 비롯된다. 후자가 뿌리에 해당한다면, 전자는 꽃이라고 볼 수 있다.

끝으로 관용과 관조와 관련해 덧붙이자면, 정치지도자는 진정성과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분노했다"거나 "격노했다"는 표현이 대중에게 전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도자의 분노나 조급함은 '국민과의 정'을 멀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거점국립대 첫 여성총장… 미래인재 육성·교육 균형발전 기대
  2. 취임한달 영호남 챙긴 李대통령 충청만 박탈감
  3. 교육청-학교 책임 떠넘기기? "대전가원학교 지금 당장 휴업하라"
  4. [사건사고]물놀이 50대 다이빙 후 하반신 마비호소…교통사고 70대 운전자 사망
  5. '다시 집, 다시 학교로' 학업중단 위기 청소년 품는 대전교육청 남학생가정형Wee센터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4년제 대학 신입생 74.7%가 일반고 출신… 기회균형선발 9.3%
  3.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4. 갑천 국가습지 보전대책 본격화…교란식물 제거·울타리 설치
  5. 재료연 AI가 실험하는 자율실험실·전기연 대형 시험설비 현장 가 보니

헤드라인 뉴스


일제시대 보문산별장 복원… 한·일교류 상징시설 될까

일제시대 보문산별장 복원… 한·일교류 상징시설 될까

일본인이 조선의 온돌과 일본의 다다미를 결합해 보문산에 지은 별장의 복원 공사가 완료됐다. 별장 주변에 나무를 심어 조경 복원만 남겨두었으며, 쓰지 만타로의 아들이면서 대전에서 나고 자란 쓰지 아츠시(87) 씨의 바람대로 일본과 한국 교류의 상징이면서 시민 휴식시설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전시 공원관리사업소는 보문산 야외음악당에 오르는 길목에 있는 쓰지 만타로(1909~1983)가 지은 근대식 별장의 복원을 최근 마쳤다고 밝혔다. 보문산 중턱에 정남향으로 세워진 2층 건물로 현관과 햇볕 잘 드는 테라스를 겸한 복도, 침실 1·..

대전시 스포츠 마케팅 매력에 `흠뻑`
대전시 스포츠 마케팅 매력에 '흠뻑'

지역 연고 프로야구단인 한화이글스의 성적과 인기가 치솟으면서 대전시가 이를 활용한 도시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을 끈다. 6월 30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7월 1일 한화이글스 소속 류현진 선수를 대전시 홍보대사로 위촉한다. 이와함께 류현진·오상욱 선수-꿈씨패밀리 굿즈 공동브랜딩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홍보대사는 도시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대내외 시정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지정한다. 대전시는 펜싱황제 오상욱과 트롯가수 김의영, 축구선수 황인범, 배우 이필모 등 20여명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늘어나는데 충청권은 소폭 `감소`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늘어나는데 충청권은 소폭 '감소'

전국적으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30일 발표한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 7013세대로 전월보다 2.2%(591세대) 늘었다. 이는 2013년 6월(2만 7194세대) 이후 11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2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지방에서 두드러졌다. 2만 2397세대로 83% 비율에 달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사랑카드 7월1일부터 본격 운영 대전사랑카드 7월1일부터 본격 운영

  • 더위 피하고 밥값 아끼고…구내식당 ‘북적’ 더위 피하고 밥값 아끼고…구내식당 ‘북적’

  • 무더위 날리는 물줄기 무더위 날리는 물줄기

  • ‘장마철 타이어 점검은 필수입니다’ ‘장마철 타이어 점검은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