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꼴라쥬와 브리콜라쥬, 기업가정신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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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꼴라쥬와 브리콜라쥬, 기업가정신을 찾다

최종인(국립한밭대 교수,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추진단 단장)

  • 승인 2025-09-21 10:23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최종인 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
최종인(국립한밭대 교수, 개교100주년 기념사업추진단 단장)
창업의 어려움을 잘 표현한 말이 있다. '창업가는 늘 모든 게 부족한 전쟁터에서 싸우는 전사다'. '창업은 마치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떨어지는 도중에 낙하산을 조립하는 것과 같다.' 이런 표현은 스타트업이 본질적으로 대기업처럼 풍부한 자원을 가지지 못했기에 나온 것이지만 대기업도 과거로 돌아가면 이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한국화의 현대화 선구자'로 불리는 고암 이응노는 1958년 50대 중반의 나이에 기존의 안락함을 던지고, 세계 미술계의 한복판인 프랑스로 떠났다. 그는 모든 것이 부족한 가운데 '꼴라주(Collage)'라는 당대 미술계 흐름에 동참한다. 피카소와 브라크가 입체파(Cubism) 작품에서 처음 시도한 꼴라주. 프랑스어 '풀로 붙이다'라는 뜻의 'coller'에서 유래했으며 잡지, 신문, 헝겊, 나무 조각, 사진 등 질감이 다른 재료들을 조합, 중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독창적 표현방식이다.

가을 문턱에 이응노미술관에서는 <꼴라쥬-이응노의 파리 실험실>이 열리고 있다(2025. 9. 12~11. 23). 그가 파리에서 재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버려진 신문과 잡지를 찢어 붙인 후 긁어내거나 색을 칠하는 독창적 방식으로 또 솜과 한지처럼 동양의 소재로 꼴라주에 몰두해 만든 예술적 성과물이 한꺼번에 전시되는 소중한 기회다. 콜라쥬 개념은 기업경영과 창업 등에도 은유적으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전략적 꼴라쥬는 여러 이질적 아이디어·시장 요소를 결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데, 애플은 음악-디자인-IT를 붙여서 아이팟, 아이튠즈(iPod, iTunes) 생태계를 창출했다. 또 조직문화 꼴라쥬라고 하면, 다국적 기업에서 다양한 문화 요소를 섞어 새로운 조직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이다. 브랜드·마케팅 꼴라쥬도 서로 다른 문화적 기호와 이미지를 차용해 하나의 독창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주어진 재료를 새롭게 조합한다'라는 공통점을 가진 또 다른 개념인 브리콜라주(Bricolage)도 창업과 기업가정신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프랑스어로 '이것저것 여러 일에 손대기' 란 의미로서 다양한 재료나 사물을 즉흥적으로 활용하여 새롭게 구성하고, 문제 해결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야생의 사고 The Savage Mind(1966)>에서 사용한 용어지만, 현재는 경영, 예술, 문학, 철학 등 여러 분야에서 '손에 닿는 재료들을 새롭고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행위'로 확장되어 쓰이고 있다. 다양한 소재로 만든 고암의 작품세계에서 기업가정신이 깃든 브리꼴라쥬를 본다. 기업현장에서도 브리꼴라주의 사례들은 창업· 혁신· 자원기반관점(RBV) 연구에서 자주 등장한다. 자원이 제약된 상황 속에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자원부족 때문에 임기응변적으로 기존의 것을 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그 예로 중고 장비활용, 네트워크 자원 재활용, 인력의 다기능 활용 등이다. 기업가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있는 자원으로 최대한 시도'하는 태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브리꼴라쥬를 창업의 생존전략으로 설명한 바 있다. 혁신경영 측면에서 기존 지식, 기술, 조직 관행을 새롭게 조합해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으며, 대기업에서도 자원 재배치와 창의적 문제해결의 메타포로 사용하고 있다. 초창기 에어비앤비(Airbnb)는 자금과 마케팅 능력이 절대 부족했으며, 브리꼴라쥬 전략으로서 자신의 아파트를 임시 숙소로 썼고, 디자인 감각을 살려 직접 만든 '시리얼 박스'를 팔며 운영 자금을 마련했다. 또한 당시 인기 많았던 부동산 게시판,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에 숙소정보를 자동 게시하도록 하는 기능을 개발했다. 즉 '없는 것을 만들기보다 있는 것을 조합'해서 쓴 것이다. 대전에서 열린 '이응노의 파리 실험실' 은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기업가정신을 생각하게 만든다. 파리동양미술학교를 설립(1964)하고 제자를 양성하며 보여준 그의 기업가정신에서, 자원이 부족하지만 열정이 많은 학생과 같이 와 관람할 계획을 세운다. 또 어린 학생들과 은퇴자,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는 분들도 이곳에서 다양한 영감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 /최종인(국립한밭대 교수,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추진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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