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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기수(인구보건복지협회 대전충남지회 본부장) |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다시 갱신했다. 이는 단순히 국제적 비교에서의 순위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신호이다.
특히 충남도를 비롯한 지방은 수도권 집중화와 맞물려 이중·삼중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청년 인구가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지역은 급격한 인구 유출을 겪고 있고, 동시에 고령화 속도는 전국 평균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부 농촌 지역은 인구소멸위험지수가 '소멸주의 단계'에 진입하며, 학교 통폐합이나 지역 의료·복지 서비스 축소와 같은 구체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출산율 저하는 단순히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지역 공동체의 유지 기반을 흔들고, 장기적으로는 지역 경제를 떠받칠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지며, 나아가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불러온다.
또한 젊은 세대의 부재는 지역 문화와 공동체 네트워크를 약화시키고, 남은 세대에게는 더 큰 돌봄 부담과 사회적 고립을 안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저출생 문제는 개인의 삶의 질 저하에서 나아가, 국가 경쟁력과 사회적 지속 가능성 전반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회 위기라 할 수 있다.
많은 청년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부담 때문만은 아니다.
우선, 안정된 일자리의 부족이 큰 걸림돌이다. 청년들은 비정규직이나 단기 계약직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장래를 계획하기 어렵다. 결혼과 출산을 고려하려 해도 소득이 불안정하다 보니 장기적인 가족 계획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온다.
또 높은 주거 비용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대도시는 물론 충남도의 주요 도시에서도 신혼부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전세·매매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내 집 마련'은 사실상 꿈이 되고 있다. 안정적인 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육아와 돌봄에 대한 사회적 책임 분담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정원 부족, 질 높은 돌봄 인프라의 한계, 조부모 세대에 대한 과도한 의존 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다.
결국 육아의 부담은 부모, 특히 여성에게 집중되며, 이는 경력 단절로 직결된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이후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이로 인해 '출산=커리어 포기'라는 인식이 청년 세대 사이에 뿌리내리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사회 전반에 결혼·출산을 '개인의 희생'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아이를 낳으면 경제적으로 힘들다", "자유와 여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인식이 청년 세대의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퍼져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결혼과 육아를 기피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제도적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회 문화적 인식이 함께 변화하지 않는다면, 저출생 문제는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 어렵다.
저출생 대응의 핵심은 단순히 출산 장려 정책을 넘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곧 개인의 부담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기쁨과 책임'이라는 인식 전환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과 더불어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부모 역할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확산이 필요하다. 결혼과 출산, 양육은 고통이나 희생이 아니라, 삶의 기쁨과 성장을 가져다주는 소중한 경험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아야 한다. 특히 아빠의 육아 참여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상'으로 정착되도록 하는 문화적 변화가 중요하다. 아빠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릴 때, 아이는 더 안정적인 정서 발달을 경험하고, 가정은 더욱 평등하고 건강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 차원의 '아빠 육아휴직' 장려, 지역사회에서 아빠-아이 체험 프로그램 확산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과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둘째, 다양한 가족 형태를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1인 가구, 비혼, 재혼가정, 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삶의 형태가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들을 사회의 '예외'가 아닌 '동등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동시에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단순히 혈연 중심이 아니라, 함께 돌보고 지지하는 공동체적 가치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언론과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차별 없는 사회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셋째, 돌봄과 양육을 사회 공동체의 과제로 인식하는 구조가 자리 잡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아이 키우기를 부모, 특히 여성 개인의 책임으로만 떠넘겨 왔다. 그러나 이제는 마을과 기업, 기관, 지방정부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사회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지역 어린이 돌봄센터 확충, 기업의 직장 어린이집 운영 확대, 지역사회 아동 돌봄 봉사 네트워크 구축 등이 그 실질적 방안이 될 수 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 홀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보살피는 문화를 만들어 갈 때 저출생 문제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저출생 문제는 어느 한 기관이나 정부 정책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국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지역사회 모두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일상 속 작은 실천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직장과 학교, 마을이 양육의 파트너가 되는 문화가 정착될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이 축복으로 느껴지고, 부모가 된다는 사실이 삶의 행복과 의미를 더해주는 경험이 될 때, 저출생 문제의 해법은 열릴 것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 대전충남지회는 그 길을 지역과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한다. '100인의 아빠단'과 같은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아빠의 육아 문화를 확산시키고, 청소년·청년 대상 인구교육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며, 지역 언론 및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저출생 대응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확산해 나가겠다. 또 지역 기업, 학교, 지자체와 연계해 일·가정 양립을 돕는 환경을 조성하고, 주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캠페인을 통해 공동체적 책임 문화를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
앞으로도 저희 협회는 지역민들과 함께 숨 쉬며, 지역사회의 작은 목소리까지 귀 기울이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청년 세대가 안심하고 머물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저출생 극복의 길'이다.
손기수(인구보건복지협회 대전충남지회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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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