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전국 시·도지사들 앞에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사실상 제2의 국무회의'라고 표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시작할 때부터 수식어처럼 강조해 왔던 말이다. 실제 그런 위상은 부여되지 않았다. 지방정부가 우선해서 사무를 처리하고 해결이 어려운 광역적·국가적 사무는 중앙정부가 맡는 원칙은 그저 이상일 뿐이었다. 중앙지방협력회의 같은 협의체가 국정을 주도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이나 균형발전은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중앙과 지방 간 수평적 파트너십의 큰 줄기는 권한과 재정이다. 자율적 정책을 추진할 입법권과 조직 구성권과 함께 재정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식물행정 상황에 놓이지 않게 된다. 기능 배분과 재정 확충이 순조로워야 '무늬만 지방자치'가 되지 않는다. '지방정부'라고 개칭만 해서는 물론 불충분하다.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등 4대 자치권을 헌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상하 관계처럼 유지된 중앙과 지방의 '정부 간 관계(IGR)'부터 재설정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역이 성장의 중심이라는 말은 공허하다. 이 대통령이 이날 약속한 국가사무의 지방 이전, 지방 재정분권 확대, 공공기관 지방 이전부터 꼭 실천해야 한다. 균형발전 영향평가는 그때 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칼 프리드리히)인 것은 국가 하부단위에서 작동하는 제도가 민주정치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정치학자 토크빌이 자유에 대한 지방의회 역할을 학문에서의 초등학교 역할에 비유한 것은 그런 뜻도 있다. 지방정부의 자율성이 헌법과 법령을 위배하지 않는 한, 독자적인 정책 수립과 집행 단계까지 나가야 한다. 대통령과 중앙부처의 장, 광역단체장 등 중앙과 지방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의 의지가 확고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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