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동서남북 자치구, 다른 선택지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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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동서남북 자치구, 다른 선택지는 없을까

방위식 명칭 한계 속 지역 정체성 논의 부상
전국 공통 구명, 브랜드·인지도 약점 지적
인천은 실행, 다수 도시는 비용·여론에 멈춤
명칭 변경 필요성, 공론화부터 시작해야

  • 승인 2025-12-22 16:59
  • 신문게재 2025-12-23 2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지방자치 30년은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시간이다.

주민과 가까운 행정은 자리 잡았지만, 지역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제도는 커졌지만, 지방의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수도권 일극 구조가 겹치며 지방자치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의 자치 체계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구조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인지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다.

2026년은 지방자치 30년을 지나 민선 9기를 앞둔 해다. 이제는 제도의 확대가 아니라, 지방자치의 질적 성숙을 논할 때다.



중도일보는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시리즈를 통해 광역 행정체계, 지역 정체성, 지방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차례로 점검한다. 충청의 다음 30년을 미리 준비하기 위함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대전·충남 통합 논의, 전환점에 선 지방자치

② 방위식 자치구 명칭, 통합 시대에도 유효한가

③ 무늬만 지방자치… 재정자립도 후퇴

④ 재정 규모는 커졌지만, 버틸 수 있는가

ChatGPT Image 2025년 12월 21일 오후 05_02_39
AI로 생성된 이미지.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자치구 명칭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전의 동구·중구·서구·대덕구. 방향과 위치로 구분한 이름은 익숙하지만,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 등을 담지 못한다는 비판도 오래됐다.

방위식 행정구역 명칭은 행정 편의를 앞세운 결과물이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조선총독부는 통치 효율을 이유로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을 단행하며 숫자와 방위를 지명에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고유의 이름과 공동체성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지금의 동·서·남·북구 체계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단순한 역사 논쟁에 그치지 않는다.

행정구역 명칭은 주민의 소속감과 자긍심을 형성하고, 외부에는 지역 이미지를 전달하는 상징이다. 하지만 전국 대부분의 광역시가 동구·서구·남구·북구를 공유하는 구조에서는 고유성과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최근 대전 동구청의 SNS 콘텐츠가 주목을 받았지만, '동구'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확장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위식 명칭이 지역의 모든 것을 망라해 담기엔 역부족 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인천은 가장 적극적인 사례다. 2018년 남구를 미추홀구로 바꾼 데 이어, 중구와 동구는 2026년 제물포구로 통합된다. 서구 역시 검단구 분리와 함께 새 명칭을 준비 중이다. 행정체제 개편이 마무리되면 인천에서는 방위식 기초자치단체 명칭이 모두 사라진다. 인천시는 이를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닌 지역 정체성 재정립 과정으로 보고 있다.

부산과 대구, 광주에서도 방위식 명칭 변경 논의가 이어졌지만 대부분 중단됐다. 부산 남구와 북구, 대구 동구, 광주 4개 구 모두 한때 검토에 나섰으나 주민 반발과 비용 부담, 혼선 우려에 부딪혔다.

대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도일보가 만난 대전 5개 구청장 모두 명칭의 한계에 공감했다. 일제식 잔재라는 지적과 현재 위치와 맞지 않는 명칭이라는 문제의식에도 이견은 없었다.

중구청장은 공개적으로 명칭 변경 필요성을 언급했고, 다른 구들도 원론적으로는 동의했다. 다만 어떤 이름이 주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반대 여론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됐다.

명칭 변경은 상징의 문제인 동시에 비용의 문제다.

행정 전산 시스템 정비와 조례·공문 수정, 공공시설 간판과 관용차 표시 교체 등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경찰서나 소방서, 교육지원청 명칭 변경은 중앙·광역 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해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인천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시 차원의 로드맵과 재정 지원, 명확한 명분 제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산과 광주 사례는 주민 수용성과 공감대 없이 추진된 명칭 변경이 얼마나 쉽게 좌초되는지를 보여준다. 행정통합과 광역 행정체계 재편 논의 속에서 방위식 자치구 명칭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결국 지역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는 "자치구 명칭 변경은 도시 브랜드와 정체성 확립에 중요한 요소"라며 "단체장의 적극성과 함께 주민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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