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의 방위식 자치구 명칭 변경 공론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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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전의 방위식 자치구 명칭 변경 공론화할 때다

  • 승인 2025-12-22 17:04
  • 신문게재 2025-12-23 19면
지리적 방향을 나타내는 방위식 지명이 자연스러운 요소처럼 사용되고 있다. '동서남북(東西南北)'이 붙은 지명은 일제강점기 강제로 적용된 사례가 많은 편이다. 동면(천안), 남면(태안) 등은 1914년 조선총독부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정식 명칭이 된 경우다. 홍성 동쪽에 있어 홍동면, 홍성 북쪽에 있어 홍북면이라고 창지개명(創地改名)을 한 것도 일제강점기였다. 대체로 식민 통치의 편의를 위한 명명이었다. 물론 부여의 남면, 서천의 서면처럼 조선시대부터 사용된 지명도 있다.

전국 특·광역시 자치구의 동·서·남·북·중구 체계 역시 우리 스스로 도입했으나 그 연장선에 있다. 대전은 대전리, 대전면, 대전읍, 대전부, 대전시를 거쳐 대전직할시(1989년)로 승격되면서 구(區)제를 실시했다. 이 무렵 방위를 사용해 고유의 자치성과 공동체성은 파괴된 셈이다. 지역의 역사적 전통이나 향토·문화적 특징은 사라지고 실제 방위와 완벽하게 일치하지도 않는다. 대전 중구는 중심부에 가깝지만 행정 구역상 정중앙은 아니다. 행정통합이 아니더라도 개명을 시도해볼 문제다. 그 자체가 대전의 '지역 정체성 재정립'이며, 도시 브랜드(BI, Brand Identity) 마케팅이 될 수 있다.

일반구(비자치구) 형태지만 청주 상당구, 서원구, 흥덕구, 청원구 등은 식민지 행정 잔재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남구를 미추홀구로 바꾼 데 이어 중구·동구의 제물포구 통합 출범을 앞둔 인천은 대전이 답습해도 괜찮을 선례다. 지역주민과 협의해 과거 둔산구, 보문구, 대동구 등의 구명 변경 계획을 참고해 공론화를 시작해봐야 한다.

다만 추진 동력을 얻기가 의외로 쉽지 않을 수 있다. 사회적 비용이나 주민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바꿔야 할 합당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내용은 달라도 실질은 일본식 지명 왜곡이 될 수 있는 연유에서다. 지역 역사와 미래 가치를 고려한 지명으로 의미까지 담은 새 명칭을 찾아보자. 자치구 명칭 변경 토론회 등을 통해 주민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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