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가까운 행정은 자리 잡았지만, 지역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제도는 커졌지만, 지방의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수도권 일극 구조가 겹치며 지방자치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의 자치 체계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구조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인지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다.
2026년은 지방자치 30년을 지나 민선 9기를 앞둔 해다. 이제는 제도의 확대가 아니라, 지방자치의 질적 성숙을 논할 때다.
중도일보는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시리즈를 통해 광역 행정체계, 지역 정체성, 지방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차례로 점검한다. 충청의 다음 30년을 미리 준비하기 위함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대전·충남 통합 논의, 전환점에 선 지방자치
② 방위식 자치구 명칭, 통합 시대에도 유효한가
③ 무늬만 지방자치… 재정자립도 후퇴
④ 재정 규모는 커졌지만, 버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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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시청사 전경. |
지방자치 30년, 대전시 예산은 외형상 성장했지만 재정의 주도권은 여전히 중앙에 있다. 돈을 쓰는 책임은 지방이 지고, 재원을 쥔 쪽은 중앙인 구조가 고착화됐다. '무늬만 자치'라는 평가가 반복되는 이유다.
대전시 재정은 복지 확대와 SOC, 미래 산업 투자로 빠르게 불어났다. 그러나 의무지출 비중이 커지면서 실제로 정책 선택이 가능한 가용재원은 제한적이다. 인건비·법정 복지비는 매년 늘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재정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 규모의 성장이 곧 재정 체력의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다.
이 같은 한계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방자치 부활 30년이 지났지만 지방의 사무 비중은 36.7%, 세입 비중은 25.3%에 그친다. 권한은 일부 이양됐지만, 재정 자립은 뒤따르지 못했다. 정책 실패의 책임은 지방정부가 지지만, 재정 선택의 여지는 좁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5극3특' 균형발전 전략과 재정분권 강화를 지방 재정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산업·고용·국토 등 주민 체감도가 높은 국가 사무를 지방에 넘기고, 국세-지방세 비율을 7대3으로 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수도권에서 멀수록 재정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차등 지원 방침도 포함됐다.
대전 입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중부권 초광역 축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재정 규모 확대와 정책 자율성 강화라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재정분권이 이전재원 확대에 그치고, 세입 구조 개편 없이 권한만 늘 경우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광역 통합 논의 역시 재정 격차 조정과 비용 분담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정분권의 핵심을 '이양'이 아닌 '자율성'에서 찾는다. 국고보조금 중심 구조를 유지한 채 사무만 넘기는 방식으로는 지방정부의 책임 행정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지방세 확충, 교부세율 조정,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실질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분권은 선언에 그칠 수 있다.
지방자치 30년은 제도를 키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재정 운용의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앙 이전재원에 기대 예산을 편성하고, 국비 확보 여부에 따라 정책 성패가 갈리는 방식이 반복돼 왔다. 지방정부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재정 구조가 자리 잡지 못한 채, 부담만 누적돼 온 셈이다.
다음 30년은 재정을 견디는 시간이다.
5극3특이 대전 재정의 돌파구가 될지, 또 하나의 재정 부담으로 남을지는 결국 세입 구조 개편과 재정 자율성 확대가 실제로 뒤따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권한 이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 경제 전문가들은 "재정 없는 지방자치는 책임만 떠넘기는 구조"라며 "5극3특이 재정분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지방자치의 다음 30년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끝>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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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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