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화이불류(和而不流)'와 원로언론인의 자세

  • 사람들
  • 뉴스

[독자칼럼]'화이불류(和而不流)'와 원로언론인의 자세

한평용(전 국제라이온스협회 총재. 명예경영학박사)

  • 승인 2025-12-31 00:30
  • 수정 2025-12-31 00:32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unnamed
한평용 전 국제라이온스협회 총재
'화(和)'자를 파자하면 '禾'변에 '口'자를 붙인 모양이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우선 인간이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여 배부르면 서로 싸우지 않고 마음이 동한다는 것을 지칭한 뜻 같다.

충남대학교 발행 <유학연구>(2020년) 차민경 교수의 논문에는 '화(和)'자의 기원은 갑골문이 쓰여진 은대(殷代)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는 '고대에는 음식의 조화로움을 의미하는 '화'자와 음악의 조화로움을 의미하는 '화'자가 '화(和)'자와 함께 통용되다가 점차 소멸하고 '화(和)'자로 통합되었다'는 것이다.

'和'자가 들어간 단어는 나쁜 의미가 없다. 필자도 예기 중용에 나오는 다음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화라는 것은 천하에 도가 이룩된 것이다(禮記.中庸. 和也者,天下之達道也)'

또 좌전 은공 4년 기록에는 '신이 듣기로는 백성이 화합하면 난을 듣지 못했다(左傳.隱公四年 '臣聞以德和民,不聞以亂)'고 하여 화가 정치의 요체임을 기록하고 있다.

조선은 중기에 이르러 당쟁으로 조정이 '화'를 잃은 나머지 난을 불러왔다. 조정에는 화합이 사라지고 분당하여 서로 음모하고 상대편을 죽여 없애려는 모의에만 집착했다.

임진왜란은 역사상 가장 참담했던 비극적인 전쟁이다. 당시 조선은 왜국이 침략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했음에도 임금부터 애써 부정하면서 일본의 침략을 막지 못했다. 당쟁으로 인한 갈등은 나라의 장래나 백성들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았다.

이조정랑이라는 인사를 다루는 직책 하나로 야기된 당쟁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지 모르는 국난을 불러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상대 당 인물이 벼슬길에 오르면 끌어내리려고 무조건 폄하하고 유생들을 시켜 무차별 상소를 하여 임명권자인 왕의 시야를 흐리게 했다.

일본군의 칼날이 시골 백성들을 난도질 할 때도 조정에 웅크리고 있던 신하들은 음모로 일관하여 바다에서 왜적을 소탕하는 충신 이순신 장군마저 후환이 두려워 역적으로 모함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임금에게 올바른 소리로 직간하여 나라의 불화를 바로 잡을 간관들은 제대로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 편당에 집착하고 상대편을 매도해 없애려는 일에 동원되고 말았다.

당시 당파에는 초연한 입장인 영의정 백사 이항복은 어느 날 아침 조정에 도착하여 중신들에게 농 섞인 말을 한다.

'아침에 출근하다보니 중과 환관이 싸우고 있는데 환관은 중의 머리채를 잡고 중은 환관의 아랫도리를 잡고 싸우더라'

중신들은 박장대소했으나 사소한 일로 싸우는 조정을 빗댄 뼈아픈 농담이었던 것이다.

공자의 가르침에 '화이불류(和而不流)'라는 글이 있다. 제자 자로(子路)가 공자에게 '강(强)함이란 무엇입니까?' 라고 질문했다. 그때 공자는 ‘화이불류 중립이불의(和而不流 中立而不倚)’라고 대답했다. ‘주변 사람들과 다투거나 싸우는 일이 없이 화합을 이루며 중용을 지키는 것이 진정 강하다’는 뜻이다.

언론인은 시대의 지성으로 사회적 존경의 대상이다. 원로 언론인은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오랜 경륜을 쌓아 온 만큼 후배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며 때로는 지역 언론 발전을 뒷받침해야 한다. 후배들이 올바른 언론 의식을 갖고 일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때로는 의욕을 북돋워 줘야 한다.

원로 언론인들이 상대를 폄하하고 때로는 비하하는 발언은 후배들에게도 부끄러운 모습이다. 또 지역 언론계의 화합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봉사단체인 언론인들 모임에서 갈등과 불화를 조장하는 것은 더욱 원로답지 못하다. 봉사단체를 이끄는 자리를 놓고 편이 갈려 상대를 모함하고 불화를 조장한다면 이는 원로답지 못한 자세다. '화(和)란 천하의 도로서 화합하는 곳에서는 난(亂)이 없다'는 고사를 음미했으면 한다.

2026 병오년은 '붉은 말의 해'라고 한다. 붉은 말은 열정, 용기, 생명력을 상징한다고 한다. 우리 지역 현직 언론인들과 일선에서 물러난 선배 언론인들도 모두 말의 기운을 안고 언론 발전과 지역사회 발전의 견인차로서 소임을 다해 주길 소망한다.

한평용(전 국제라이온스협회 총재·명예경영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단독]단양수중보 3억6000만원 소송…관리책임 갈등 다시 법정으로
  2. 괴산고추축제에 32만2천명 찾아···건고추 완판 12억 원 판매
  3. 외딴섬 '집현동'이 뜨겁다… 9월엔 세종 '공동캠퍼스' 축제로
  4. 대전 선도지구 구역들, 주민대표단 신청 분주한데 승인 지연돼 '발 동동'
  5. 목요경마 신설, 평일 온라인 수요 키웠나…마권 매출로 성과 검증
  1. 지역경제계 2차 공공기관 대전·충남 우선배치 요구 힘받나
  2. [중도초대석]복수경 충남대병원장 "사람중심 의료혁신, 새병원 건립·AI전환 착수"
  3. [제일학원] 9월 모평 가채점 충남대 의예 281점·심리 229점 지원 가능
  4. 한밭대 총장 후보 3인, ‘100년 대학’ 미래전략 놓고 열띤 공방
  5. 대전교육청 결산자료 '부실' 지적…조직 효율성·예산 집행도 도마

헤드라인 뉴스


허태정 대전시장 "대전역세권 복합2구역 사업 무산 대비해라"

허태정 대전시장 "대전역세권 복합2구역 사업 무산 대비해라"

허태정 대전시장이 추진 무산위기에 놓인 대전역세권 복합2-1구역 사업에 대해 사업자 측에 정상화를 촉구하는 한편 무산 시 대응 전략 마련을 주문했다. 허 시장은 8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시민들에게 이런(대전역세권 복합2-1구역 사업 무산 위기) 흐름이 알려진 건 최근이지만, 이미 시장 취임 전부터 사업이 진척되지 않아 무산될 위기라는 점을 감지했다"면서 "시가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한화컨소시엄 측에도 명확히 시 입장과 시민 목소리를 전달하고, 사업이 책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도..

"태안 안면도 관광개발 연내 결단"…박수현 지사, 지역현안 적극 지원 약속
"태안 안면도 관광개발 연내 결단"…박수현 지사, 지역현안 적극 지원 약속

충남도가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쇄로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태안군의 미래 발전과 체질 개선을 위해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8일 태안군을 방문해 민선 9기 시·군 방문 브랜드인 '충남통(通)행' 두 번째 일정을 소화하며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 가로림만 해상교량 재도전, 안면도 관광지 개발 연내 결단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박 지사는 이날 태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군민과의 대화 행사를 통해 태안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의 위기를 넘어 '서해안 대전환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한 총리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 이전계획 수립, 만전 기해달라"
한 총리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 이전계획 수립, 만전 기해달라"

한성숙 국무총리는 8일 최근 발표한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 "관련 부처는 대상기관 확정 등 연내에 발표할 추진계획 수립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해외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39회 국무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시대적 과제"라며 이같이 지시했다. 한 총리는 "물론 이전 대상 기관에는 결코 쉽지 않은 변화일 것"이라면서도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음을 이해하고 함께해 주실 거라 굳게 믿는다. 정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나눔의 의미도 배우고 책도 읽고’ ‘나눔의 의미도 배우고 책도 읽고’

  • 충남대학교와 국립공주대학교 통합 찬반 투표 시작 충남대학교와 국립공주대학교 통합 찬반 투표 시작

  • ‘고장난 전자기기 고쳐드려요’ ‘고장난 전자기기 고쳐드려요’

  •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