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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석 소설가 |
1년이 지나 그는 '내란죄'에 대한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재판정에서도 비상계엄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검찰의 사형 구형을 듣고도 비웃음을 지었다.
나는 그의 태도를 보면서 단순히 한 일례가 아니라 어쩌면 지금 세계의 지도자들이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태도가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 보더라도 자유 민주주의 수호보다는 철저한 자국 중심의 거래주의자이다. 이익이 되면 베네수엘라 침공도 불사한다. 물론 러시아의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비할 수는 없다. 마약 카르텔이 지배하는 정권에 대한 따끔한 일침 성격도 없지 않다. 하지만 유엔헌장에서 합의한 '주권 국가에 대한 무력 사용을 삼가'하자는 규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중국의 시진핑도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대만을 흡수통일하기 위해 대만 해상에서 무력시위를 서슴지 않는다. 얼마 전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를 향해 이란 신정일치 정권이 학살에 가까운 무력 대응을 하는 것을 보았다. 만약 우리도 비상계엄으로 군인들에 의해 국회가 제압당하고 시민들을 향해 총이 발사되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스스로를 돌아보며 국가 주권의 의미와 당신의 민주주의는 안녕한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역사를 조금 돌이켜보면 1948년 7월 17일, 36년의 일제강점기를 끝내고 대한민국을 탄생시킨 제헌헌법이 선포되었다. 제헌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대한민국 건립과 헌법 제정의 정신을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념으로 세워진 나라가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서 국민이 들고일어나 '자유 독립 대한민국 만세'를 외친 3.1운동 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난 여기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새겨진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념 대립은 세계를 반으로 나누고 서로를 앙금 지게 한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그렇고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가 그렇다. 그리고 꼭 이런 앙금을 양분 삼아서 독버섯처럼 자라는 독재자가 있다. 독재자는 사회통합보다는 진영논리를 극대화하고 마치 대변자처럼 행동하면서 권력을 잡으면 상대 진영을 힘으로 제압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독재자를 막는 길은 이념으로 대항해서는 어렵다. 우리 민족에게는 국가가 어려움에 처하거나 정권이 잘못 갈 때는 여지없이 들고 일어나는 국민 주권의 힘이 있었다. 조선말 외세의 압박과 관료의 부정부패가 나라를 무너뜨릴 위기에 처했을 때도 동학의 300만 구도자들이 '시천주 조화정'을 외치며 국가를 바로 세우려고 동학농민혁명을 일으켰다. '자유 독립 대한민국 만세'를 외친 3.1운동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위정자들이 쉽게 내준 국가 주권을 국민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6.25라는 이념전쟁을 극복하고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오늘날까지 발전시켜 온 원동력도 나는 어떤 위정자가 잘해서가 아니라 국민 속에 새겨진 '독립정신'의 DNA가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오늘날 세계 정세를 보면서 이 정신이 밤새 안녕한지를 진정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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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