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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철 변호사 |
나중에 알고 보니 Slippery when wet은 '비 올 때 미끄러우니 주의하라'는 미국의 도로 교통 표지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교통 표지의 내용들은 너무도 당연한 말들이지만 다시 한번 환기시키며 주의를 촉구하는 것들이 많다. 도로가 아닌 영업장에서도 이러한 문구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영업주가 주의의무를 다했는지에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최근 대전지방법원에서 '미끄럼 주의' 안내 없는 목욕탕에서 넘어져 골절당한 손님에게 업주가 그 손해의 일부를 배상하라고 한 판결이 있었다. 40대 A씨는 목욕탕 내부에서 미끄러져 앞으로 넘어지면서 얼굴이 바닥에 부딪히는 큰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업주는 목욕탕 이용객이 커피 등 음료나 얼음을 목욕탕 내부에 반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이용객이 반입한 음료 등으로 인해 목욕탕 내부가 다소 미끄러웠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목욕탕엔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주의 사항을 적은 안내 표지는 없었다.
법원은 업주에 대해 시설물을 안전하게 보존 · 관리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해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은 "업주 B씨가 운영하는 목욕탕은 영업 특성상 항상 바닥에 물기와 비누 성분이 있어 미끄러질 위험이 있어 목욕탕 관리자에게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에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를 설치하고, 바닥에 미끄럼 방지시설을 설치하거나 미끄러운 부분을 수시 청소하는 등 시설물을 안전하게 보존 · 관리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하면서 "그럼에도 B씨는 이용객들에게 음료와 얼음 반입을 허용하여 미끄러운 상태를 야기했고,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도 설치하지 않아 설치 · 보존상 하자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목욕탕 바닥은 통상 물기가 있어 A씨도 주의할 의무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업주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비슷한 사례가 대구에서도 있었다. 이번에는 형사 사건이었다. 대중목욕탕에서 80대 손님이 고정되지 않은 배수구 덮개를 밟고 넘어져 다친 사고에 대해 법원이 업주에게 업무상과실치상의 혐의가 인정되어 벌금형이 선고된 사례이다. 목욕탕 내부 욕탕 바로 앞에는 배수구가 설치돼 있었는데, 그 배수구의 철제 덮개가 고정돼 있지 않아 이용객이 욕탕에서 나오면서 덮개를 밟을 경우 덮개가 들려 미끄러져 넘어질 위험이 있었고, 업주는 덮개를 고정하거나 경고 문구를 부착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 손님이 욕탕을 나오다가 그 덮개를 밟았고, 덮개가 뒤집어지면서 미끄러져 발가락 골절 등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다. 법원은 미끄러운 목욕탕 바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업주에게는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 바닥을 평평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할 높은 수준의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하면서 업주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런 일들은 식당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미끄러지는 사고 뿐만 아니라 뜨거운 음식이 쏟아지는 등의 사건에서도 업주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뛰거나 돌아다니다가 종업원과 부딪혀 화상 등의 사고가 난 경우에도 업주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보호자의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사고의 경위 등을 고려하여 업주의 책임이 일부 제한되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업주에게는 고객의 안전을 배려해야 할 보호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업주로서는 평소 영업장 내 위험 사항에 대해 점검하고, 직원들에 대한 안전교육 및 손님들에 대한 주의사항의 고지, 주의 문구를 장착을 통해 사고의 책임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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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익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