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100-고흥반도 그곳에서 맛보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 ‘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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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100-고흥반도 그곳에서 맛보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 ‘피굴’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6-02-23 16:56
  • 신문게재 2026-02-24 10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 고흥반도에서 맛보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의 피굴을 맛볼 수 있는 고흥으로 여행을 떠나려 함
- 고흥의 겨울은 비교적 온난해 시설 원예 등의 농업을 하기에 적합함
- 고흥의 애도(艾島)라 불리는 쑥섬을 방문함
- 고흥의 우주천문과학관에 오르면 머리 위로 광활한 우주가 펼쳐짐
- 고흥은 남해안 해산물의 집산지로, 가을이면 갓 잡은 삼치와 전어를 맛보려는 미식가들로 북적임
- 고흥에서는 전어를 '대나무대로 열 마리 한 묶음으로 팔았다 해서 '대미'라 부르고, 값이 싸다 해서 '싸대미'라고 부름
- 고흥은 참장어, 낙지, 매생이, 유자, 삼치, 전어, 서대, 붕장어, 굴 등을 9미(味)로 꼽음
- 고흥 녹동항구 앞에 가면 백반집이 몇 곳 있는데 아무 데나 들어가도 푸짐한 한 상을 받을 수 있음
- 고흥의 향토 음식 피굴은 석화 껍데기 자체를 삶아 석화 속에 담긴 알맹이와 물을 혼합하여 요리한 음식임
- 피굴을 만들 때 굴의 짠 성분으로 인해 별도로 소금 간을 하지 않아도 됨
- 고흥에서 석화가 제일 많이 생산된 곳은 해창만이었음
- 해창만은 조선시대 흥양현의 2조창 중 하나인 해창이 있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임
- 일제강점기 해창만은 간척이 계획되어 많은 문제를 일으킴
- 1926년 6월 13일에 매립공사를 착수하고 1930년 6월 20일을 준공기로 정함
- 공사 착수기가 지났음에도 착수를 하지 않고 있어 사업 취소를 요구함
- 고흥에서 석화(굴)은 전통적으로 유명했을 뿐 아니라 주민의 생존과 직결된 어패류임
- 고흥 굴은 수심이 얕고 유기물이 풍부한 바다에서 생산되며, 갯벌이 위에서 수하식으로 양식함
- 피굴은 고흥에서만 먹을 수 있는 향토 음식으로 시원한 국물과 고흥 굴 본연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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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쑥섬. (사진= 김영복 연구가)
고흥반도 그곳에서 맛보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 '피굴'

이번 맛있는 여행은 '높을 고(高)'에 '일 흥(興)', '최고의 즐거움'을 주는 고장 고흥(高興)으로 떠나 볼까 한다.



고흥의 겨울은 비교적 온난해 시설 원예 등의 농업을 하기에 적합하다. 산지는 저산성 구릉 지형으로 팔영산(八靈山)이 608m로 가장 높고, 천등산 550m, 비봉산 447.6m, 마복산 538.5m 등으로 대부분의 산이 600m를 넘지 않는다.

이 팔영산(八靈山)은 소백산맥의 맨 끝 자락에 위치한 산으로 여덟 개의 봉우리가 남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솟아 있다. 일설에 의하면 세숫대야에 비친 여덟 봉우리의 그림자를 보고 감탄한 중국의 위왕이 이 산을 찾으라는 어명을 내렸고, 신하들이 조선의 고흥 땅에서 이 산을 발견하고 지은 이름이라 한다.



이번 여행은 고흥의 애도(艾島)라 불리는 쑥섬을 방문했다. 이곳은 평온한 호수처럼 보여 애도라고 부르기도 하며, 쑥의 질이 좋아 쑥섬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다양한 식물, 동물을 볼 수 있으며, 특히 겨울철에는 붉게 피는 동백꽃이 아름다워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쑥섬은 겨울이면 바람이 불고, 바다의 물결은 낮게 인다. 이 섬에는 오래된 원시림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섬을 천천히 걸으며 아무 생각 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리고 고흥의 낮이 바다와 산이 자태를 뽐낸다면, 밤은 별이 주인공이 된다.

우주천문과학관에 오르면, 머리 위로 광활한 우주가 펼쳐진다. 겨울 밤하늘은 차가운 공기 덕에 별빛은 더 선명하고 유난히 또렷하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 아름답다. 이곳에서는 망원경을 통해 달의 크레이터를 들여다볼 수도 있고, 멀리 떨어진 행성들을 찾아볼 수도 있다. 밤하늘을 맨눈으로 볼 수도 있지만, 천문과학관의 돔 안에서 별자리 설명을 듣고 우주를 탐험하는 경험도 매우 낭만적이다. 겨울밤,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쥐고 천천히 별을 바라보는 시간. 여행지에서 경험하는 특별한 순간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따뜻한 무언가가 필요한 계절, 고흥의 겨울은 바다와 음식, 풍경이 조용히 스며든다. 고흥은 이렇게 겨울을 견뎌내는 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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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우주천문과학관. (사진= 김영복 연구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한다. 겨울 맛이 별다른 고흥에 왔으니 이곳의 향토 음식을 맛보지 않고 지나칠 수는 없다.

크고 작은 섬을 품은 고흥반도는 황금 어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고흥반도의 동쪽 끝에 자리 잡은 나로도는 예로부터 남해안 해산물의 집산지로, 가을이면 갓 잡은 삼치와 전어를 맛보려는 미식가들로 북적이며, 고흥에서는 전어를 '대나무대로 열 마리 한 묶음으로 팔았다 해서 '대미'라 부르고, 값이 싸다 해서 '싸대미'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렇듯 고흥은 참장어, 낙지, 매생이, 유자, 삼치, 전어, 서대, 붕장어, 굴 등을 9미(味)로 꼽는다.

오늘은 이곳의 향토 음식 피굴 맛을 보아야겠다.

고흥 녹동항구 앞에 가면 백반집이 몇 곳 있는데 아무 데나 들어가도 푸짐한 한 상을 받을 수 있다.

스테인리스 밥그릇에 흰 밥이 가득 담기고, 바지락으로 끓인 국, 파래무침이며 어묵볶음, 갈치속젓, 신김치, 파김치, 시금치 무침 등이 커다란 양은쟁반 위에 가득 올라가 있다. 잘 구운 생선도 한 마리 놓여 있고, 투박하게 부친 '계란프라이'가 올라간 접시도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피굴은 굴로 끓인 국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국은 아니다.

따뜻하게 끓여 먹는 것이 아니라 차갑게 해서 먹는다.

고흥의 향토 음식 피굴은 자연산 석화가 많이 자생하던 고흥 해안을 중심으로 즐겨 먹던 음식으로, 석화 껍데기 자체를 삶아 석화 속에 담긴 알맹이와 물을 혼합하여 요리한 음식이다.

주로 석화가 생산되는 겨울철에 만들어 먹고 있어 설날 음식으로도 주목받고 있으며, 부재료는 김, 쪽파, 참기름을 첨가하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피굴을 만들 때 굴의 짠 성분으로 인해 별도로 소금 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

피굴 만드는 법은 냄비에 물을 펄펄 끓이다가 불을 끄고 그냥 굴(석화)을 넣고 뚜껑을 닫아 놓고 30분을 기다린다.

이때 주의할 점은 절대로 가스 불을 켜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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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굴. (사진= 김영복 연구가)
30분이 지나면 가장 적당하게 굴이 익어서 잘 까지기도 하고, 가장 통통하게 익어서 먹을 수 있다.

굴을 깔 때 나오는 국물이 있는데, 이 국물을 받아 놨다가 굴을 다 까면 굴은 물이나 생수에 깨끗이 한 번 씻고, 굴 까다가 나온 국물을 30분 정도 가만히 놔두면 찌꺼기는 가라앉고 국물만 뽀얗게 된다.

이렇게 3번 정도 반복하면 아주 깨끗한 국물을 얻을 수 있고, 이것과 미리 까둔 굴을 넣고, 파, 김 가루, 참기름 정도 넣어서 차갑게 먹으면 좋다.

고흥의 굴 양식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아픔을 안고 있다.

1889년(고종 26)에 일본과 통어장정(通漁章程)을 체결하여 조선 근해(近海)에서 일본의 어획을 용인하였던 것을 가리킨다. 이후로 일본 어부들은 고흥군 봉래면 창포(滄浦)에 대거 거주하면서 우수한 설비를 바탕으로 참장어나 소라 등 어류(魚類)와 패류(貝類)를 거의 독점적으로 포획하였다고 한다.

고흥의 석화(굴)에 대해 「동아일보(東亞日報)」1930년 1월 17일 자에는 "우리 조선에서 현재 유명한 굴장은 전남 고흥 해창만, 함남 영흥만, 경남 가덕도, 함북 황어포 등이나 그 중 생산고로는 고흥 해창만이 제일이오"라고 보도하고 있고, 또한 1938년 6월 1일 자 신문에는 "석화(굴)는 유달리 맛도 좋고, 자양분도 많으며, 생산도 풍부하다. 일본 내지에서 제일 유명한 광산도보다도 질로나 양으로나 유명하며 그 판로가 조선 각지에는 물론 중남 지방면에까지 수출되어 매년 십만 원 이상의 판매고가 있으므로 생산자의 가게에 큰 도움이 되었는데"라고 보도할 정도로 유명했다.

고흥에서 석화(굴)이 제일 많이 생산된 곳은 고흥군 포두면, 점암면, 영남면에 걸쳐 있는 해창만이었다고 한다.

1936년 통계로 해창만이 37만 근(222,000kg)이었고, 고흥군 통합 50만 근(360,000kg)이었다. 당시 전국 평균 굴 생산량이 2,692,651kg인 것을 감안해도 해창만의 석화 생산은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해창만은 조선시대 흥양현의 2조창 중 하나인 해창이 있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고흥 남부의 세곡을 운반하기 위해 세운 창으로 해창은 해운교통의 요충지였다.

1872년 「흥양현지도」에는 3채의 창고가 그려져 있으며, 흥양현감이 해창별감을 별도로 임명하여 관리하였다. 이곳에는 송곶 송전이 설치되어 있어 선박을 제작하기도 했고, 당산에서는 조곡을 한양으로 싣고 가기에 앞서 당산에서 무사안녕을 비는 제를 올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해창만은 간척이 계획되어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해창만이 일제의 미간지정책에 의해 국유미간지로 편입되어 1916년 5월에 간척사업을 목적으로 해창만 2,800여 정보에 대하여 대부 출원한 도미타 기사쿠(富田儀作)에게 대부가 되었다. 이때의 대부 조건은 1정보에 15원씩, 1,400원의 대부금을 매년 납부하고 있었고, 공사 계획은 1926년 6월 13일에 매립공사를 착수하고 1930년 6월 20일을 준공기로 정하였다. (「동아일보」, 1927년 10월 23일)

하지만 공사 착수기가 지났음에도 착수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는 「국유미간지이용법」 제8조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사업 취소가 가능하였다. 해당 주민들은 사업 취소를 요구하고 1926년 6월 18일에 신임 휴씨 외 975명이 연서를 하여 진정을 하였다. 이후 이들은 총독부 2회 진정 방문, 2회의 전라남도 진정 방문, 군 당국의 진정 방문을 통해 드디어 1930년 3월 7일에 대부 허가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1930년 3월 17일에 「석화양식조합」을 설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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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향토음식 피굴.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때부터 양식이 시도되었는데, 굴껍질(貝)에 포자를 부착시켜서 채취하다가 송지식이 발견된 후부터는 송지에 부착시켜 양식을 했다. 송지식은 소나무를 꽂아서 채묘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후 「해창만석화어업조합」은 1963년 해창만 어업조합으로 변경되어 마을별 조합원을 모집하고 마을 대표를 선정하여 총대를 구성했다. 이때 마을 대표는 대의원으로 조합에 참여하여 마을 사람들의 의견을 대변하였다. 이렇듯 고흥에서 석화(굴)은 전통적으로 유명했을 뿐 아니라, 주민의 생존과 직결된 어패류였다.

지금도 겨울철 고흥에 가면 별미 굴 천지다. 고흥은 조류의 흐름이 빨라 산소 공급이 원활하고 일조량이 풍부해 고품질의 수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지닌 청정 해역이다.

수심이 얕고 유기물이 풍부한 바다에서 생산되는 고흥 굴은 생육 기간이 짧고, 갯벌 위에서 수하식으로 양식하며, 1년 이하의 생육 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알이 작고 피막이 얇아 부드럽고, 영양분은 물론 맛과 향 또한 뛰어나다고 한다. 특히 당일 박신(剝身)이 가능한 양만큼만 수확하기 때문에 신선한 품질을 보장한다. 알알이 영양과 맛이 가득 들어찬 고흥 굴은 생굴·구이·찜·전·튀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하지만, 그 중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이 '고흥의 진미' 피굴이다. 피굴은 시원한 국물과 고흥 굴 본연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 요리로, 고흥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이곳의 향토 음식이기도 하다. 이곳은 옛날부터 패류(貝類)가 다양하게 생산된 곳으로, 유일하게 고흥 사람들만 즐겨 먹던 향토 음식 중 피굴은 지금도 다른 지역에서 먹기 드문 음식이다.

굴은 바다의 우유라 불릴 정도로 영양 성분이 다양하고 풍부한데, 특히 칼슘과 철분 등이 함유되어 있어 빈혈에 좋다. 또한, 저칼로리, 저지방 식품으로 다이어트할 때 적합하며, 식이 조절 시 부족할 수 있는 영양도 채울 수 있다. 레몬과 함께 섭취하면 비타민C를 포함해 철분의 흡수율이 더욱 좋아지므로 참고하면 좋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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