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유연한 '두쫀쿠', 엄격한 '한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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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유연한 '두쫀쿠', 엄격한 '한쫀쿠'

윤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 승인 2026-02-26 17:40
  • 신문게재 2026-02-27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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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두쫀쿠'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쫀득한 초콜릿 쿠키가 인기다. 반으로 갈라지며 늘어나는 마시멜로, 윤기 나는 초록빛 단면, 묵직한 단맛. 인기가 이어지자 뜻밖의 변화가 생겼다. 피스타치오, 마시멜로 등 주요 재료 가격이 모두 급등한 것이다. 그러자 레시피도 달라졌다. 피스타치오는 다른 견과로 바뀌고, 마시멜로는 직접 만들거나 찹쌀떡으로 대체됐다. 재료는 달라져도 '쫀득함'은 지키려 한다.

최근 한의계에는 "40대 이상은 두쫀쿠 말고 한쫀쿠"라는 말이 유행처럼 돌았다. 여기서 한쫀쿠는 '한의원 쫀득 쿠키', 즉 한의원에서 조제하는 공진단을 빗댄 표현이다. 동그랗고 윤기 나는 외형,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 쫀득한 식감까지 묘하게 닮은 데서 착안한 농담이지만, 유머를 넘어 한의학이 삶 속에서 어떻게 대중화되고 있는지, 나이에 따라 건강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볼 수 있어 흥미롭다.

공진단은 『세의득효방』, 『동의보감』, 『방약합편』 등 여러 의서에 등장하는 대표적 보약이다. 사향, 녹용, 산수유 등에 꿀을 넣어 반죽한다. 전통적으로 기혈을 보하고 정신을 맑게 하며 원기를 북돋운다고 전해진다. 사향은 공진단의 핵심이다. 사향노루의 향낭에서 얻는 값비싼 약재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라 거래가 엄격히 통제된다. 제한적 공급과 희소성 때문에 가격은 금값에 비견될 만큼 치솟았다.

덕분에 최근에는 침향이나 목향 등 대체 방향성 약재를 넣는 조제법도 널리 쓰인다. 침향은 침향나무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분비된 수지가 오랜 세월 응축된 것이다. 향과 안정 효과가 강해 전통적으로 약재와 향료로 귀하게 여겨졌다. 양질의 침향은 사향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기도 한다. 품질 편차가 큰 만큼 전문가의 식별이 중요하다. 목향은 국화과 식물의 뿌리로 방향성을 지니며 기 순환을 돕는다. 사향보다 작용은 완만하지만 공급이 쉬워 대체재로 쓰였다. 소화기 약화가 동반된 환자에게는 목향 기반의 공진단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전통적 이해와 현대적 욕구의 사이에서 한의학도 과학적 근거를 축적해 왔다. 최근 공진단 구성 약재의 생리작용과 복합 처방 효능을 평가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사향 성분의 신경계 활성 기전, 녹용의 항피로·면역 조절 효과, 산수유·당귀의 항산화·혈관 보호 작용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 2018년 대전대 둔산한방병원과 진행한 공진단 임상시험에서는 수면 부족 상태에서 위약군보다 피로감이 감소하고 수면의 질과 기상 후 컨디션이 개선됐으며 체내 활성산소가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2024년 부산대 한방병원과의 임상시험에서도 공진단 복용군의 '사회적 기능' 점수가 위약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향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적 기능은 대인 관계 유지나 사회활동 참여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피로와 연관된 심리적·정신적 쇠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두쫀쿠는 재료가 바뀌어도 '쫀득한 경험'을 유지하려고 한다. 공진단은 약재가 바뀌면 처방의 성격이 달라진다. 약재의 대체는 때로는 진화이고 때로는 타협이기도 하다. 답은 결국 대상과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흥미로운 것은 이름의 법적 지위다. 두쫀쿠는 산지와 상품의 성질을 직접 설명하는 표현이어서 상표로 독점하기 어렵고, 레시피도 기능적 절차에 불과해 누구나 만들고 부를 수 있다. 반면 공진단이라는 명칭은 아무 식품에나 붙일 수 없다. 식약처는 일반 식품이 '공진단', '경옥고', '십전대보탕' 등 처방명이나 유사 명칭을 사용해 의약품으로 오인되도록 광고한 사례를 적발해 왔다. 식품과 의약의 경계는 이러한 오인을 막는 데서 출발한다.

두쫀쿠가 공유와 모방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면, 공진단은 규제와 신뢰를 바탕으로 무게를 유지해 왔다. 전자는 누구의 것도 아니기에 빠르게 확산되고, 후자는 아무나 쓸 수 없기에 그 무게가 다르다. 재료가 변해도 '쫀득한 경험'을 유지하려는 쿠키와 약재를 달리해도 '치유의 본질'을 지키려는 공진단은 닮아 있다. 유행은 열려 있어야 하지만, 의약의 이름은 신뢰와 직결된다. 전통과 현대의 유행을 건강하게 즐기는 법을 생각할 때다. 윤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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