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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는 전쟁의 연속이었다. 그중 인류 역사상 최악으로 꼽히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 최소 7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최초로 원자폭탄이 사용됐다. 전쟁에 참여한 주요 6개국(미국·영국·중국·소련·독일·일본)의 GDP 손실, 사회간접자본 파괴, 재건 비용을 포함한 경제적 피해는 약 24조 3000억 달러에 이른다. 원화로 환산하면 3경 5826조 원으로, 우리나라가 약 14년 동안 창출하는 모든 경제적 가치와 맞먹는 천문학적 규모다.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키운 것은 최고 권력자들의 오판이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 해군기지를 기습하자 히틀러는 "이제 우리가 전쟁에 질 리 없다. 3000년 동안 한 번도 패한 적 없는 동맹국(일본)이 생겼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1939년에 체결한 독소불가침조약을 1941년 스스로 파기하고 소련을 침공한 것은 히틀러 최대의 악수(惡手)였다. 이는 2차 대전의 전략적 전환점이 됐을 뿐 아니라 독일 경제를 회복 불가능한 붕괴로 몰아넣은 뇌관이 됐다. 1812년 러시아 원정에서 혹한과 보급 실패, 상대의 결사항전 의지를 과소평가한 대가로 대참사를 겪었던 나폴레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냉철한 판단이 필요했건만, 히틀러는 끝내 그 교훈을 외면하다 결국 자살로 생을 마쳤다.
군사학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저서 '전쟁론'에서 '전쟁의 안개(Nebel des Krieges)'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전쟁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가리키는 이 말은 세 가지 요소, 곧 아군의 실제 전투 능력, 적군의 규모와 전력, 적군의 의도와 행동으로 이루어진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 행위의 4분의 3은 이런 불확실성에 의해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이 안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 치명적 오판이 뒤따른다.
일부에선 전쟁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른바 '전쟁의 철의 법칙(Iron Law of War)'을 내세우기도 한다. 전쟁이 오히려 경제를 성장시키고 불황을 타개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는 주장이다. 2차 대전 기간 중 미국이 대공황에서 벗어난 사례 등이 근거로 제시되지만, 이를 보편적 법칙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원유·비료 등의 글로벌 공급망 붕괴, 식량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전쟁이 1970년대 석유 파동, 코로나 대유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두 합친 것보다 심각한 세계사적 위기라고 진단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현재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가 3억 1900만 명인 상황에서, 중동 사태가 오는 6월까지 지속될 경우 추가로 4500만 명이 극심한 굶주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의 도구나 권력에 익숙해지면 온갖 문제를 그것 하나로만 해결하려 든다는 뜻이다. 이 말이 오늘날 전쟁을 선택하는 지도자들에게 겹쳐 보이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지구 종말 시계(Doomsday Clock)'가 저절로 떠오른다. 2026년 1월 28일, 미국 핵과학자회가 발표한 이 시계의 바늘은 자정 85초 전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해보다 4초 더 앞당겨진 것으로, 1947년 시계가 처음 만들어진 이래 인류 종말에 가장 근접한 수치다. 지난 2월 28일 발발한 전쟁은 그 초침을 자정으로 더욱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인류애에 기반한 대화와 타협으로 이 참혹한 전쟁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야 한다.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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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