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맹꽁이 울음소리가 돌아오는 도시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기고>맹꽁이 울음소리가 돌아오는 도시

한규호 유성구 푸른환경과장

  • 승인 2026-05-13 09:34
  • 신문게재 2026-05-12 18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증명사진
어린 시절, 장마가 시작되면 시골 논두렁과 웅덩이마다 생명의 기운이 넘쳐났다. 해 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던 맹꽁이 울음소리는 특별한 것이 아닌 평범한 일상이었다. 친구들과 논길을 뛰어다니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귀를 기울이곤 했다. 비 온 뒤 촉촉한 흙냄새와 개구리, 풀벌레 소리 사이로 들려오던 맹꽁이 울음은 어린 시절 자연이 들려준 가장 따뜻한 기억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하지만 지금 도심에서 그 소리를 듣기란 쉽지 않다. 개발과 도시화 속에서 습지와 논, 작은 웅덩이들이 사라지면서 우리 기억 속 풍경도 함께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 사라지는 것은 단지 동식물 몇 종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의 건강성과 삶의 질까지 흔들리게 된다.

오는 5월 22일은'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이다. 지구위 모든 생명체의 공존과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날이다. 생물다양성은 단순히 동식물을 보호하는 개념을 넘어 인간의 삶과 도시의 미래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생태계가 건강해야 시민의 삶도 건강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대전 유성구는 은구비 공원 맹꽁이 서식지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주관 생태계 보전부담금 반환사업에 선정되어 확보한 국비 4억 4000만 원을 바탕으로, 물모이 시설과 빗물 저금통을 조성하고 음수 전에서 산란지까지 물을 공급하는 수로관 등을 설치해 안정적인 산란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관찰 데크와 생태교육 해설판도 함께 설치해 시민들이 생태적 가치를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실제 공사는 맹꽁이 이동 시기를 고려해 9월부터 10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행정의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대전녹색환경지원센터와 대전충남녹색연합과 협력해 서식지 10곳에 보호 안내판을 설치하며 보전 활동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시설 설치를 넘어 시민들에게 생태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 협력의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례다.

또한, 은구비 공원 인근 은구비서로 일원에서는 매년 '맹꽁이 장날' 행사도 열리고 있다. 주민과 상인,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를 통해 생태와 지역공동체, 골목상권을 연결하는 노력이다. 맹꽁이가 단순한 보호종을 넘어 지역의 상징이자 공동체 문화를 잇는 매개가 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뜻깊다.

맹꽁이는 환경 변화에 민감한 대표적인 '생태 지표종'이고 국가에서 보호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다. 그 존재는 우리 주변 생태계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번 복원 사업은 단순한 종 보호를 넘어, 훼손된 도시 생태계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유성구는 단순한 서식지 복원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생태교육, 시민 참여형 환경정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도시 속 작은 생명 하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결국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언젠가 아이들이 도심 속 공원에서 맹꽁이 울음소리를 자연스럽게 듣고, 그것을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으로 기억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생명의 소리가 다시 살아나는 도시,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도시,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미래의 모습이다.


한규호 유성구 푸른환경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트램 또 지연되나…8개월째 호남선 비개착공사 시공사 선정 난항
  2. 한성숙 국무총리, 청도 운문댐 방문
  3. 당진시 파견 충남 공무원, 농가보조금 약 12억 원 횡령…충남도, "엄정 조치할 것"
  4. 대전시 충남도 공공기관 2차이전 정주여건 확보 시급
  5. 서산 사과농업 '스마트 전환' 본격화, 48억 투입해 미래형 과수원 만든다
  1. 대전시 감사위 ‘트램 개통 지연’ 감사 착수
  2. 국립대 '등록금 0원' 검토… 대전 대학가 셈법 복잡
  3. 국가재정범죄 수사 대전중수청으로… 관세·국세 수사 전문인력 주목
  4. [주말사건사고] 폭염 속 대전·충남서 아파트 화재·정전 잇따라…주민 대피·불편
  5. 충청권 의대 7곳 신입생 10명 중 7명 ‘지역선발’… 대전도 69.7%

헤드라인 뉴스


교실 밖에서도 수능시계는 간다… 마지막 선택형 수능 D-100

교실 밖에서도 수능시계는 간다… 마지막 선택형 수능 D-100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D-100을 하루 앞둔 10일 대전의 한 스터디카페. 고3 수험생 강민주(19) 양은 태블릿PC로 온라인 강의를 들은 뒤 오답노트를 펼쳐 부족한 부분을 다시 확인했다. 지난주까지 학교에서 방학 중 자율학습에 참여했던 강 양은 이번 주엔 도서관과 스터디카페를 오가며 수능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인강으로 개념 이해가 부족한 단원을 다시 공부하고 필요한 과목은 단과강좌를 들으며 자신에게 맞춘 학습계획을 소화한다. 강 양은 "밖은 폭염이라는데 우리는 더위를 느낄 새도 없다"며 "남은 기간에는 모의평가에..

대전시 감사위 ‘트램 개통 지연’ 감사 착수
대전시 감사위 ‘트램 개통 지연’ 감사 착수

대전시 감사위원회가 막대한 사업비 부담과 개통 지연에 시민 불편을 초래한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에 대해 전격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수위 점검 과정에서 민선 8기 트램 사업 지연 및 사업비 은폐 의혹에 이어 최근 일부 공구 시공사 선정 지연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그간 사업 추진 전반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도일보 2026년 8월 10일 자 1면 보도> 감사 결과에 따라선 트램 사업이 지연된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 속 공직사회 일각의 책임추궁 등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10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최근..

대전 선도지구 공모 탈락 구역들, 2차 공모 준비 `분주`
대전 선도지구 공모 탈락 구역들, 2차 공모 준비 '분주'

대전 노후계획도시 정비 선도지구 1차 선정 이후 탈락한 구역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올해 10월 또는 11월 전반적인 선정 방식 등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탈락구역 대부분은 1차 탈락 원인 분석과 동시에 주민대표단 구성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서는 등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10일 대전시와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대전 선도지구 1차 선정에 도전한 구역은 1구역(상록수·상아·초원·강변) 3899세대과 7구역(향촌·파랑새) 2056세대, 8구역(은초롱·꿈나무·샘머리1·샘머리2·둥지) 5440세대, 9구역(수정타운) 2010세대, 11구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었음’ ‘에어컨 파워냉방으로 틀었음’

  • 광복절 앞 태극기 나눔 광복절 앞 태극기 나눔

  • 쓰레기와 악취에 몸살 앓는 으능정이거리 쓰레기와 악취에 몸살 앓는 으능정이거리

  • 도심 속 시원한 물놀이 도심 속 시원한 물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