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변화 시대, 조상의 지혜에서 찾는 적응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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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후변화 시대, 조상의 지혜에서 찾는 적응의 길'

이창석 국립생태원장

  • 승인 2026-06-23 08:47
  • 나재호 기자나재호 기자

기후변화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됨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하는 적응 전략이 중요해진 가운데, 조상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축적한 전통 생활문화가 현대의 기후 위기를 극복할 지혜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자목과 대청마루 같은 건축 구조나 모시옷 등의 생활 방식은 에너지 소비 없이도 폭염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연 기반의 지속 가능한 적응 모델을 제시합니다. 앞으로의 사회는 이러한 전통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기술과 조화를 이루는 환경 친화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기후 변화의 영향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국립생태원 이창석 원장
국립생태원 이창석 원장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 삶의 조건을 바꾸고 있는 거대한 흐름이다. 한 번 시작된 변화의 추세를 단기간에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대기 중에 수십 년에서 길게는 300년 가까이 머물며 지구의 기후 체계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킨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기후변화를 막는 노력과 더불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하며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바로 기후변화 적응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기후변화 적응은 흔히 첨단 기술이나 거대한 인프라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러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생활 방식 속에서도 훌륭한 적응의 지혜를 찾을 수 있다.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오며 축적한 생활문화는 오늘날 기후변화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해법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마을의 정자목과 정자다. 마을 어귀나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 큰 나무와 정자는 단순한 쉼터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울창한 나무 그늘은 한여름의 강한 햇빛을 막아주고 바람이 통하는 공간은 자연스러운 냉방 역할을 한다. 오늘날 우리가 고민하는 '도시열섬현상'이나 '폭염대응'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같은 공간은 자연 기반의 훌륭한 기후 적응 시설이라 할 수 있다.

한옥의 대청마루 역시 조상의 지혜가 담긴 공간이다. 사방이 열려 있어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구조는 여름철 실내 온도를 자연스럽게 낮춰 준다. 인공적인 냉방 장치가 없던 시절에도 시원하게 지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연의 바람과 건축 구조를 활용한 전통 주거 방식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생활 속 작은 문화에서도 기후 적응의 지혜는 발견된다. 여름철 마당에서 찬물을 끼얹으며 더위를 식히던 등목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체온 조절 방식이었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더위를 견디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통기성이 뛰어난 모시옷은 땀을 잘 흡수하고 빠르게 말라 무더운 날씨에도 몸을 쾌적하게 유지하게 해 주었다.

기후변화 시대의 적응은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과거를 돌아보는 일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자연을 거스르기보다 자연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생활 방식을 만들어 왔던 조상의 지혜는 오늘날 우리가 다시 배워야 할 중요한 자산이다.

앞으로의 사회는 기술과 전통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도시에는 더 많은 그늘과 바람길을 만들고 건축은 자연 환기를 고려하며 의생활과 생활문화에서도 환경 친화적 방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속 지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다.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영향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다. 미래의 해답은 반드시 미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오래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바람이 스치는 마루 위에서, 그리고 시원한 모시옷 속에서 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립생태원 이창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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