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해루질 낭만과 위험 사이

  • 충청
  • 서산시

[기고]해루질 낭만과 위험 사이

서산소방서 구조구급센터 구조대 소방교 이광섭

  • 승인 2026-09-09 23:34
  • 임붕순 기자임붕순 기자

최근 해루질 인구가 급증하며 고립 및 익수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안전한 활동을 위해서는 출발 전 물때와 기상 상황을 반드시 확인하고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갖춰야 하며, 해산물 채취에 몰입해 정해진 출수 시간을 놓치지 않도록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사고 발생 시에는 즉시 119에 신고해 구조를 요청해야 하며, 해루질의 진정한 즐거움은 많이 잡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무사히 돌아오는 데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clip20260909233412
서산소방서 구조구급센터 구조대 소방교 이광섭
여름의 끝자락이 다가오고 아침저녁으로 조금씩 선선해지고 있다. 입추와 말복이 지났지만 여전히 낮에는 시원한 물에 풍덩 몸을 담그고 싶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여름 휴가철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지나가는 여름이 아쉬워 마지막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바다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해루질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해루질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해루질이란 바닷물이 빠진 갯벌이나 얕은 바다에서 조개·게·낙지 등 해산물을 직접 채취하는 활동을 말한다. 낮에도 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해루질 명소가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참여자가 크게 늘고 있다. 문제는 참여자가 늘어나는 만큼 안전에 대한 인식도 함께 높아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해루질 사고를 살펴보면 2021년부터 2026년 6월까지 전국에서 해루질 관련 연안사고 422건이 발생했고, 구조된 사람은 592명, 사망·실종자는 94명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2025년에는 사망·실종자가 2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2026년 상반기에도 이미 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사고 유형을 보면 고립사고가 300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어 익수 69건, 추락 11건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해루질 사고의 상당수는 밀물에 갇히거나 갯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고립사고인 셈이다.

지역별 사망·실종자를 보면 충남이 3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인천 11명, 강원과 경북이 각각 9명, 전북 8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충청남도에서도 최근 해루질 도중 발생한 수난사고로 4명이 숨졌다. 관내에 바다가 있고 갯벌을 끼고 있는 당진과 서산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로서는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해루질 사고의 가장 무서운 특징은 위험을 알아차렸을 때 이미 탈출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갯벌에서 해산물을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바닥만 바라보게 된다. 나 역시 지인과 태안으로 스킨해루질을 몇 차례 하러 갔던 경험이 있다. 물속에서 해산물이 보이면 너무 신이 난 나머지 '한 개만 더 잡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곤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출수 시간이 임박했음에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로 그 순간이 위험하다.

순간적으로 물이 차오르고 있거나 육지 방향으로 물길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늦게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곳이 많아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주변 환경이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

야간 해루질은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어두운 갯벌에서는 지형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고, 물이 들어오는 속도를 체감하기도 쉽지 않다. 익숙한 장소라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다.

낮에는 눈에 잘 보이던 갯골이나 웅덩이가 밤에는 보이지 않을 수 있고, 작은 판단 착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갯벌에 고립됐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물이 들어와 퇴로가 차단됐다면 무리하게 물을 건너려고 해서는 안 된다. 즉시 119에 신고하고 해양경찰에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 자신의 위치와 주변 지형을 최대한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휴대전화의 지도나 위치 공유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면 구조기관에 자신의 위치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을 피하는 것이다. 안전수칙은 어렵지 않다. 출발 전 반드시 물때와 기상 상황을 확인하고, 구명조끼와 랜턴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혼자 행동하지 말고 일행과 함께 움직이며, 정해진 출입로와 안전한 구역을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해진 출수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면 '조금만 더'라는 욕심을 버리고 즉시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해산물 몇 마리를 더 잡는 것보다 안전하게 육지로 돌아오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해루질은 바다의 풍요와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여가활동이다. 바다와 갯벌이 주는 즐거움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활동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즐거움이 안전을 앞서서는 안 된다.

해루질의 진정한 즐거움은 많이 잡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즐기고 무사히 돌아오는 데 있다. 바다를 사랑한다면, 먼저 바다를 존중해야 한다.(서산소방서 구조구급센터 구조대 소방교 이광섭)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괴산 사리면발축제 성료···주민 손맛 담은 면 요리 맛보여
  2. 저가 수소 공급계획 무산 대전 수소트램…선정 평가 타당성 도마
  3. [기고] ‘행정은 세종에, 과학은 대전에'
  4. 충남대 통합 재추진 시동…이번엔 학내 반대 여론 넘을까
  5. 대전교육청, 현장체험학습 준비 부담 줄인다…체험처 정보 통합
  1. [주말사건사고] 대전·충남서 화재 사고 잇따라…타이어 판매점·주택·양계장서 불
  2. 계룡산 유네스코 가치 조명한 학술발표회 열린다
  3. [꿀잼대전 힐링캠프] 중리시장과 동춘당 관광 후 핼러윈 캠핑…대전의 매력 '한껏'
  4. [월요논단] ‘시민의 삶’은 ‘15분 동네’에서 완성된다
  5. 대전시, 내년도 국비 5조 확보 총력… 국회 심사 대응 본격화

헤드라인 뉴스


중도일보 중부권 언론사 최초 `50억 규모 사내근로복지기금` 설립

중도일보 중부권 언론사 최초 '50억 규모 사내근로복지기금' 설립

중도일보가 중부권 언론사 최초로 50억 원 규모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립해 임직원 복지 증진 향상에 나섰다. 임직원의 복지를 위해 설립된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자녀 초·중·고·대학 학자금부터 건강검진, 의료비 지원, 장기근로자 포상 등 실생활에 필요한 지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중도일보(회장 김원식)는 2일 오전 10시 중도일보 회장실에서 김원식 회장과 유영돈 사장, 김현수 대표, 김은정 근로자대표 등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50억 원 규모의 사내근로복지기금 전달식을 가졌다. 중도일보는 50억 원을 출연해 사내근로복지기금 법인을 설..

대전에서 6번째 슈퍼컴퓨터 연산 돌입…세계 10위권 성능에 GPU기반 AI성능도
대전에서 6번째 슈퍼컴퓨터 연산 돌입…세계 10위권 성능에 GPU기반 AI성능도

대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슈퍼컴퓨팅센터에 국내 6번째 슈퍼컴퓨터가 설치돼 2일 가동을 시작했다. 연산 성능이 342.6페타플롭스(PF)에 달해 세계 슈퍼컴퓨터 중에서 10위권 내의 압도적인 계산 능력을 보유했다. GPU, CPU, 메모리, 심지어 전력 공급장치에서도 차가운 물을 이용해 냉각하는 직접 수랭식 시스템을 적용한 첫 슈퍼컴퓨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2일 대전 유성구 KISTI 본원에서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한강' 가동식을 개최했다. 2018년 도입된 국가슈퍼컴퓨터..

트램부터 대통령 공약까지… 대전시 11월 현안추진 분수령
트램부터 대통령 공약까지… 대전시 11월 현안추진 분수령

민선 9기 허태정 호(號) 출범 첫해 대전시 주요 현안과 관련해 11월이 중대 변곡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급전방식 등 연내 결론을 예고한 대형 사업들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이 이달 중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민선 9기 공약사업 성패가 달린 첫 본예산 편성과 이재명 대통령 지역공약 이행 가능성 등도 조만간 가늠해 볼 수 있는 포인트다. 2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은 지난달 대동교와 대덕대교 교량 개축에 따른 장기 교통통제가 시작된 데 이어 이달 16일부터 약 10개월간 유성구 온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타이어전문점 화재 대전 타이어전문점 화재

  •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 미래 진로직업 체험 미래 진로직업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