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일본은 원료를, 중국은 경험을 들고 왔다 , 한국은 베트남에 무엇을 들고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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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일본은 원료를, 중국은 경험을 들고 왔다
, 한국은 베트남에 무엇을 들고 가는가

김대옥 햇잎푸드 대표

  • 승인 2026-11-03 11:18
  • 신문게재 2026-11-04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대옥 햇잎푸드 대표
김대옥 햇잎푸드 대표
호찌민과 하노이의 중심 상권을 걷다 보면 눈에 띄는 장면이 있다. 목 좋은 자리마다 일본, 중국, 필리핀, 태국 기업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손님으로 붐빈다. 한국 식당도 적지 않지만, 그 존재감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한류와 K푸드의 인기가 여전한데도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농림축산식품부와 aT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는 43개 브랜드, 634개 매장이다. 브랜드 수로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러나 브랜드당 평균 매장은 15개 안팎에 그친다. 일본인이 창업한 피자포피스(Pizza 4P'S) 한 곳이 베트남에서만 35개 매장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하다. 그 차이는 결국 '준비'에서 나온다. 경쟁국 기업들과 한국 기업의 차이는 다음 여섯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일본은 원료부터 준비했다. 2011 년 일본인 부부가 호찌민에서 문을 연 피자포피스는 창업 초기부터 달랏에 치즈 공방을 세워 생 치즈를 직접 만들고 24시간 안에 매장으로 보낸다. 2024 년 기준 식재료의 59%를 현지에서 조달하고, 2022년에는 일본 정부 출자 펀드인 쿨재팬기구가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맛의 핵심을 현지에서 지켜낼 체계를 먼저 갖춘 것이다. 둘째, 중국은 경험을 판다. 중국 후어궈 브랜드 하이디라오는 올해 상반기 베트남 20개 매장에서 약 1조 4870억 동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30.8% 늘어난 수치로, 매장한 곳이 반년 동안 평균 740억 동 안팎을 벌어들인 셈이다. 현지 언론은 그 비결로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 경험을 꼽는다.

음식보다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상품으로 만든 전략이다.

셋째, 필리핀은 현지 브랜드를 키웠다. 필리핀 졸리비푸드는 2012년 베트남 커피 체인 하이랜드커피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꾸준히 투자해 올해 1분기 베트남 매장 1011개의 체인으로 키웠다. 올해 9월 창업자 측에 지분 11%를 약 8800만 달러에 넘기기로 하면서 기업가치를 약 8억 달러로 인정받았다. 자사 브랜드 졸리비도 22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올해 1분기 베트남 EBITDA가 46% 늘었다. 현지인이 사랑하는 브랜드에 10년 넘게 시간과 자본을 쏟은 결과다.

넷째, 태국은 현지 파트너와 함께 들어왔다. 태국 마이너푸드는 더피자컴퍼니, 스웬슨스 등 여러 브랜드로 베트남에 100개 넘는 매장(2024년 초 기준)을 운영한다. 현지 다 브랜드 운영사 골드선푸드와 손잡고 새 브랜드를 들여오며 2026년까지 20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더피자컴퍼니는 2025년 74개 매장으로 베트남 패스트푸드 업계 5위권에 올라 있다. 상권과 인력, 인허가를 아는 파트너가 사업의 속도와 안정성을 함께 높였다.

다섯째, 한국은 유행에 기대고 있다. 많은 한국 식당이 교민과 관광객을 주 고객으로 시작해 현지인으로 넓히려 하지만 쉽지 않다. 개업 초기 할인으로 손님을 모았다가 가격을 되돌리면 발길이 끊기고, '한국 그대로의 맛'이 통할 것이라 믿다가 현지 입맛과 어긋나기도 한다. 한국인 주방장이 떠나면 맛이 흔들리고, 통역을 거치며 운영 방침이 절반만 전달되는 일도 흔하다. 그사이 약 500개 식당을 거느린 베트남 외식그룹 골든게이트는 한국식 고기구이 체인 고기하우스(GogiHouse)를 주력 브랜드로 키웠다. K푸드의 인기를 정작 현지 기업이 매출로 바꾸고 있다.

준비된 창업만이 살아남는다. 상권 분석, 현지 입맛에 맞춘 메뉴 재해석, 안정적인 식자재 공급망, 매뉴얼에 기반한 인력교육, 믿을 수 있는 현지 파트너가 기본이다. 특히 소스와 양념처럼 맛을 좌우하는 핵심 재료를 표준화해 어느 매장에서나 같은 맛을 내는 체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베트남에서 한국 식품 중심의 슈퍼마켓 150여 곳을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한류는 영원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유행은 문을 열어줄 뿐, 매장을 지켜주지는 않는다.

K푸드는 분명 베트남 시장의 문을 여는 열쇠다. 하지만 문을 연 뒤의 시간은 오롯이 준비의 몫이다. 경쟁국 기업들이 원료와 경험, 브랜드와 파트너십에 공을 들이는 동안 우리가 이름값에만 기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때다. 한 그릇의 음식에 시간과 정성을 담는 한식의 본래 정신처럼, 베트남 외식 창업도 서두름보다 준비가 먼저여야 한다. /김대옥 햇잎푸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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