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속의 대전]2.대전탑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시간속의 대전]2.대전탑

양홍석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장

  • 승인 2026-11-05 10:58
  • 신문게재 2026-09-28 8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내 기억의 출발점은 다섯 살 무렵, 가양동이다. 가양동이라고 하지만 사실 비래리(현 비래동)와 매우 가까웠고, 서쪽으로는 송촌, 동쪽으로 언덕을 넘으면 우암사적공원이 자리 잡은 일명 더퍼리 길목이 나왔다. 우리 집은 그 언덕길목의 오른편 골목에 있었다. 당시 골목길 하면 늘 동네 친구들과 주먹야구와 축구, 딱지치기를 하던 기억이 난다. 매번 싸우고 얻어터지고, 다시 화해하기를 밥 먹듯 하던 시절이었다.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았던 따뜻했던 우리 동네는 어느 날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담벼락이 무너진 적이 있었다. 나는 전쟁이 난 줄 알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버지와 어머니는 담벼락이 무너진 원인을 갖고 외교 관계 단절하듯 동네 이웃들과 시시비비를 가리며 한바탕 가족 간 대항전을 벌였던 기억도 난다.

예전에 금은방 거리로 유명했던 목척교 부근 중동에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가 있었다. 가게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저녁때 집으로 돌아가려면 꼭 지나야 하는 곳이 있었다. 이곳이 보이면 이제 집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들 정도이다. 삼성동 굴다리, 성남동 사거리, 가양동 사거리를 지나 용전동 방향을 앞두고 커다랗게 솟아 있던 상징물. 바로 '대전탑'이다.

대전탑 및 조경_1982--_2
대전탑 전경(1980년대) <출처: 대전시 '대전찰칵' 제공>
대전탑은 1973년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이 대전시에 기증한 높이 34m의 거대한 탑으로, 한자 '큰 대(大)' 자 모양을 한 대전의 대표적인 상징물이었다. 최상부에는 대전시의 마크가 있었고, 커다란 탑의 중심부에는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앉은 월계관을 든 여성상과 양옆으로 기념 동상들이 자리 잡았다. 대전탑은 경부고속도로 대전나들목을 드나들 때 반드시 거치던 관문이었다. 어렸을 때 바라본 대전탑의 위용은 당시 어린아이였던 나에게 에펠탑이자 파르테논 신전을 마주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대전탑은 이제 어디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1990년대 초반, 급속한 교통량 증가로 대전탑 로터리가 대전 동부지역 교통 지체의 원인이 되면서 결국 철거되고 말았다. 지금은 동부네거리 한편의 작은 조형물로만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대전탑 주변의 조형물들은 대전나들목 부근으로 이전되어 보전되고 있다.

대전탑 주변에는 지금도 당시의 흔적을 간직한 옛 건물들이 있다. 해태제과 건물은 무늬만 보아도 아이스크림과 과자가 바로 먹고 싶다. 대전탑을 지나 가양동 사거리와 자양동 방향으로 가면 옛 롯데 건물과 현대자동차서비스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길은 할아버지를 뵙기 위해 세천동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렇게 수없이 오갔던 길에 우뚝 서 있던 대전탑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당시에는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불편한 상징물이기도 했지만 지금 대전탑이 없는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은 매우 아쉽다. 공허함이 사라진 자리에, 오히려 그 시절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움이 남은 것 말이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한다. 나의 눈을 사로잡았던 건물도 사라지고, 갑자기 길의 이름도 바뀌고, 우리가 매일같이 오가던 풍경도 어느 날 무슨 이유로 흔적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그곳에서 뛰어놀고, 넘어지고, 혼나고, 웃었던 사람들의 기억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추억의 가려움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등긁이 같은 옛 대전의 사진들이 앞으로 우리 대전시민들과 함께 더 많이 모였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는 낡은 건물 한 장의 사진일 뿐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40년 전 그 길을 뛰어가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다시 만나는 일이 될 테니까.

대전탑 여성상
대전탑 여성상. <대전시 대전찰칵 제공>
대전탑 동상
대전탑 동상. <대전시 대전찰칵 제공>
대전탑 AI
대전탑 AI로 생성한 이미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교육혁신 선도지역에 대전과 충남.충북 희비 엇갈려
  2. 서산 운산 역천파크골프장 18홀 시대 열렸다, 200명 친선대회로 화합 다져
  3. 홍성군민 700명 '송전탑 백지화 촉구' 총궐기대회… "주민 없는 입지선정위는 요식행위"
  4. 미분양 부담 커진 대전… 주택 인허가 감소에 공급 전망도 불투명
  5. 충남대 통합 재추진 속도전,,, 통합안 수정 여부 쟁점
  1. 대전 학교 행정실 공무원 방학 중 재택근무 검토…근무환경 개선 합의
  2. '지각·중도 퇴장·불참' 어수선했던 충남도 국회의원 초청 설명회
  3. 허태정 "공공기관 유치 위해 시청사도 내줄 수 있다"… 대전 이전 희망기관도 잇따라
  4. [2026 기초기본캠페인] 동방여중, 학생 맞춤형 기초학력 보장 실천
  5. 해외 클럽 몸싸움에 ‘보복 대행’ 의뢰…엉뚱한 집에 세 차례 래커칠

헤드라인 뉴스


대전역세권 개발 줄줄이 난항…쪽방촌 준공도 2033년으로 지연

대전역세권 개발 줄줄이 난항…쪽방촌 준공도 2033년으로 지연

대전 동구 정동 쪽방촌 개발사업의 준공 시점이 2033년으로 또다시 미뤄질 전망이다. 쪽방 주민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낙후된 일대를 공공주택지구로 정비하는 사업인데, 토지·건물 소유주와의 보상 문제가 수년째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사비 상승으로 총사업비와 예상 적자 규모가 기존보다 3배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 되면서, 경영투자심사를 앞두고 사업 추진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복합2-1구역 개발 역시 원점으로 회귀한 점을 감안하면 대전 역세권 개발사업 전반의 사업성 확보와 제도 개선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연체율 44% 훌쩍... 연령대 낮을수록 연체 높아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연체율 44% 훌쩍... 연령대 낮을수록 연체 높아

서민금융진흥원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인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연체율이 44%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대출은 제도권금융 이용이 어려운 저소득·저신용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에서 돈을 빌리지 않기 위해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연체율은 2026년 9월 말 기준 44.3%를 기록했다. 대출잔액은 3140억 원, 연체잔액은 1391억 원이다. 연체율은 전체 대출잔액 중 원리금을 1개월 이상 연체한..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읽기…충남도, ‘맞춤형’ 전략 총력전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읽기…충남도, ‘맞춤형’ 전략 총력전

정부의 2차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발표가 임박함에 따라 충남도가 행정력과 정치력을 총동원한 유치전에 나섰다. 특히 1차 이전에서 제외된 충남의 특수성과 산업 기반을 연계한 '맞춤형' 전략을 앞세워 실리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4일 충남도에 따르면 도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대비해 준비 중인 핵심 전략은 산업 구조와 미래 성장 동력을 반영한 4대 기능군 중심의 '맞춤형 이전'이다. 충남도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기후에너지환경이다. 전국 최대 석탄화력발전소 집적지이자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산업이 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 대전 갑천4BL 청년주택 공급사업 기공식

  • 윤석열 전 대통령 항소심에 쏠린 눈 윤석열 전 대통령 항소심에 쏠린 눈

  • 국가철도공단 사랑의 연탄 나눔 국가철도공단 사랑의 연탄 나눔

  • 미래 전장 누빌 다양한 무인차량 미래 전장 누빌 다양한 무인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