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신뢰 무너진 적십자병원…장례식장 뒷돈·비리 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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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신뢰 무너진 적십자병원…장례식장 뒷돈·비리 난마

허종식 의원 "서울·거창적십자병원, 상조·도시락·영정사진 업체 꽂아주고 억대 리베이트"
사무보조·장례지도사 조직적 분배…내부 통제 시스템 마비, 전면 쇄신 촉구

  • 승인 2026-09-16 09:54
  • 주관철 기자주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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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허종식 국회의원 ( 인천 동구 · 미추홀구갑 )
/사진=허종식 의원실 제공
국민 성금과 공공 재정으로 운영되는 대한적십자사 산하 공공병원이 유가족의 슬픔을 담보로 불법 리베이트 장사를 벌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공공의무를 최우선시해야 할 의료기관 장례식장에서 특정 상조회사와 외주 업체를 알선하고 억대의 뒷돈을 나눠 챙기는 조직적 비위가 발각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산하 병원 장례식장 비위 적발 내역'에 따르면, 서울적십자병원과 거창적십자병원 장례식장 직원들이 유가족을 상대로 장기간 불법 수익을 올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비위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서울적십자병원이다. 이곳의 원무팀 사무보조원 A씨와 장례지도사 4명 등 총 5명은 2022년 8월부터 상조에 미리 가입하지 않은 경황없는 유가족들에게 특정 업체인 'M상조'를 집중적으로 알선했다.

이들은 단순 알선을 넘어 치밀한 '수수료 분배 체계'까지 구축했다. 건당 상조회사로부터 받아낸 80만 원 중 A씨가 35만 원을 선취하고, 나머지 45만 원을 장례지도사 3명이 15만 원씩 나눠 갖는 구조였다.

수수료 외에도 미승인 외부 염습비, 업체 직접 송금액 등을 합산한 총 불법 수수 금액은 1억 6,676만 5,000원에 달한다. 이들은 자체 감사가 시작되자 금품 거래 내역을 '외부 염습 노무비'로 위장하기로 사전 모의하는 등 범죄 은폐까지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6월 이들 5명을 전원 파면 조치했으며, 사건은 현재 경찰 수사로 넘겨진 상태다.

지역 거점 공공병원인 거창적십자병원에서도 수년 간 비위가 이어졌다. 장례지도사 B씨와 C씨는 2022년부터 서울 소재 영정사진 인쇄 업체와 대구 소재 장지 도시락 업체로부터 지속적으로 리베이트를 챙겼다.

이들은 8만 원 상당의 영정사진 출력 비용 중 절반인 4만 원을 수수료로 가로챘으며(확인된 건수 7회, 28만 원), 대구 도시락 업체를 연결해 준 뒤 주문 금액의 20%를 소개비로 챙겼다. 이 과정에서 현금 100만 원과 명절 주유 상품권 20만 원 상당(10회 수수)을 받아 챙긴 사실이 적발됐다.

심지어 주말이나 휴일에 외부 장례지도사가 염습을 진행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23회에 걸쳐 230만 원의 허위 염습료를 챙기고, 외부 업체에 직접 노무를 제공한 뒤 50만 원을 따로 받는 등 온갖 수법을 동원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해 4월 B씨를 파면하고 C씨를 해임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대한적십자사의 안일한 늑장 대응이 서울적십자병원의 대형 비리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거창적십자병원 비위를 적발했을 당시 적십자사가 산하 병원 전반으로 감사를 확대했더라면 서울병원의 억대 금품 수수 행위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장례식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고 유족들이 이성적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취약한 환경이다. 그렇기에 공공병원 장례식장의 표준 수가 정립과 투명한 계약 절차 마련이 시급함에도, 내부 통제 시스템은 사실상 멈춰 서 있었다.

허종식 의원은 "가족을 잃은 유족의 슬픈 심정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운 공공병원 직원들의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며 "경찰 수사를 통해 불법 행위의 전모를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년에 걸쳐 조직적 비리가 지속되는 동안 감시망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며 "적십자사는 산하 전체 장례식장에 대한 즉각적인 전수조사에 착수하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주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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