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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범 청양경찰서 생활안전교통과장 |
찬장에 반찬이 없어도 고추장에 밥을 쓱쓱 비벼 먹고는 밭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 들판과 산으로 뛰어다니던 그 시절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언제나 밝고 강인하며 평생 늙지 않으실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였다.
그런 어머니를 얼마 전 요양원에 모셨다. 그리고 며칠 전 이른 아침 간호사의 급한 연락을 받고 어머니와 함께 청양의료원을 찾았다. 진료 후 엑스레이 촬영을 위해 촬영실에 들어선 순간, 마음이 아릿해져 왔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의 어깨와 등을 받쳐 들고 촬영대에 눕히는 일은 절대 쉽지 않았다. 온몸에 힘을 주고 내 허리가 버텨주길 기도하며 간신히 촬영을 마쳤지만, 다시 휠체어로 어머니를 옮겨 모시는 일 역시 고스란히 보호자의 무거운 몫이었다.
지방 소멸 위기 지역이자 고령 인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시·군 단위 의료원에서는 매일같이 이런 일이 반복된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병원을 찾는 보호자와 요양원 간호사들에게 '누워서 찍는 엑스레이'는 커다란 신체적 부담이자 넘기 어려운 큰 장벽이다. 휠체어에 앉은 채로 혹은 의자에 편히 앉아 찍을 수 있는 '좌석식(좌위) 엑스레이' 도입이 절실하다고 느낀 이유다.
물론 장비 교체에는 예산과 의료원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의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병원을 찾는 대다수 환자가 고령층인 지역 의료원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좌석식 엑스레이 도입은 단지 '편의 제공'을 넘어 고령 환자의 안전과 이동권, 그리고 존엄성을 지켜주는 국가적인 차원의 필수적인 의료 복지시설이다.
요양원을 오가는 길 봄인가 했더니 가을이고 먼 산에 내려앉은 하얀 눈 풍경을 바라다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약해진 모습으로도 "요양원이 편하다"며 애써 자식을 안심시켜 주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나 역시 언젠가 걸어가야 할 길인 것을 어머니한테 미리 배우게 된다.
그리고 먼 훗날 내가, 혹은 우리 아이들이 나와 같은 처지가 되었을 때 조금 더 따뜻한 의료 환경을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늙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전국 지자체와 공공의료원이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춘 '좌석식 엑스레이' 도입을 정책적으로 적극 검토해 주기를 강력하게 당부해 본다. 나는 오늘도 요양원을 오고 가다가 세월이 저만치 떠나갔다가 다시 또 따라 오는 것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나도 어머니가 가시는 길을 가고 있구나! 인생은 저 멀리서 왔다가 다시 또 저 멀리 떠나간다.
이석범 청양경찰서 생활안전교통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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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