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전 통합, 방향을 묻다] ③두 번의 주민투표에도 끝나지 않은 오사카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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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전 통합, 방향을 묻다] ③두 번의 주민투표에도 끝나지 않은 오사카의 선택

日 오사카도 구상 2015·2020년 잇따라 부결… 최근 부수도 논의 재점화
간세이가쿠인대 교수 "개편 실익 끝까지 설명 못 해"… 충남·대전 공론화 과제

  • 승인 2026-10-29 09:58
  • 신문게재 2026-10-30 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충남·대전 행정통합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치적 결단에 앞서 주민들이 변화의 실익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숙의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두 차례 주민투표 부결을 겪은 일본 오사카 사례는 행정 효율화라는 명분만으로는 부족하며, 주민 서비스 변화와 재정 운영 등 구체적인 득실에 대한 설득 부족이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통합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점과 중장기적 이익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주민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해법으로 추진된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첫 출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하나의 경제·생활권을 구축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주민 동의와 재정·권한 이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것만으로 통합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행정통합을 경험한 일본과 대만 역시 행정 효율화와 재정 기반 강화라는 기대 속에 주민 갈등과 재정 부담,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본보는 일본의 헤이세이 대합병과 오사카 행정체제 개편, 대만 가오슝의 현·시 통합 사례를 통해 통합의 성패를 가른 조건을 짚어본다. 해외 사례를 통해 배울 것은 배우고,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경험 삼아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과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멈춰 선 충남·대전 통합… 20여 년 먼저 합친 일본의 교훈

② [르포] 충남·대전 통합의 미래는… 27년 먼저 합친 도시를 가다

③ 두 번의 주민투표도 부결… 오사카가 충남·대전 통합에 남긴 교훈

④ 먼저 합친 가오슝 16년… 충남·대전 통합에 던지는 질문

⑤ [르포] 충남·대전 통합 청사는 어디로… 가오슝 16년의 선택

⑥ 두 번의 실패는 없어야… 충남·대전 통합, 이제는 '이후'를 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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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시청. (사진= 김지윤 기자)
행정구역을 바꾸는 데 필요한 것은 정치권의 결단일까, 주민의 동의일까. 일본 오사카는 이 질문에 두 차례 주민투표로 답했지만,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새로운 행정체제를 둘러싼 논의를 끝내지 못했다. 두 차례 투표 모두 반대표가 근소하게 앞서면서 개편안은 부결됐다. 그러나 주민들이 무엇을 얻고 잃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는가는 여전히 되짚어볼 문제로 남아 있다.

오사카의 경험은 충남·대전 행정통합 논의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정치권이 강조하는 것과 주민들이 그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통합 이후 달라질 행정서비스와 재정 운영, 지역별 이해관계까지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한다면 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두 번의 주민투표, 같은 부결이지만 다른 이유=오사카도 구상은 오사카시를 폐지하고 여러 특별구를 설치해 광역행정과 기초행정의 역할을 재편하려는 계획이다. 오사카부와 오사카시 사이에 중복된 행정 기능을 정비하고 정책 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이를 주도한 오사카유신회는 기존 행정체제의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측은 오사카시 폐지에 따른 주민서비스 변화와 행정 비용, 자치 기능 약화 가능성 등을 문제 삼았다.

결국 주민들의 판단을 받기 위해 2015년 5월 첫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결과는 반대 50.38%, 찬성 49.62%였다. 불과 0.76%포인트 차이로 개편안이 부결되면서 오사카시의 기존 행정체제는 유지됐다.

논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사카유신회는 특별구 설치 방안을 다시 추진했고, 2020년 11월 두 번째 주민투표가 이뤄졌다. 이번에도 반대 50.63%, 찬성 49.37%로 반대가 근소하게 앞섰다. 두 차례 모두 절반에 가까운 주민들이 개편에 찬성했지만, 최종적으로는 현행 체제 유지가 선택된 것이다.

오사카 주민투표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온 젠쿄 마사히로 일본 간세이가쿠인대 법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두 차례 부결의 배경을 구분해 설명했다.

젠쿄 교수는 "2015년에는 불확실성이 높았기 때문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을 주저했다"며 "반면 2020년에는 장점이 마지막까지 설명되지 않아 찬성표를 던져야 할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첫 주민투표에서는 행정체제 개편 이후의 변화에 대한 불안이 영향을 미쳤다면, 두 번째 투표에서는 개편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이점에 대한 설득 부족이 더 중요한 문제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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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오사카시를 폐지하고 4개 특별구로 재편하는 오사카도 구상에 대한 주민투표 결과 시민들의 반대로 결국 부결됐다. 이미지는 주민투표 결과 도표. (사진= 대구경북연구원)
▲설명은 했지만… 주민에게 전달됐는가=두 번째 주민투표의 여론 흐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투표를 앞둔 초기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의견이 우세했으나 최종 개표에서는 반대가 앞섰다. 젠쿄 교수는 당시 여러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이러한 흐름을 근거로 주민 설득 과정의 한계를 설명했다.

행정개편을 추진하는 정치세력이 정책의 장점을 반복해서 강조하더라도, 그것이 주민들의 이해와 동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젠쿄 교수는 "정치권이 스스로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유권자에게 실제로 전달됐는지를 기준으로 본다면 충분히 전달됐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진행한 조사에서도 오사카도 구상의 장단점에 대한 유권자들의 이해 수준은 선거운동 전후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개편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활발했지만, 정작 주민들이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전달됐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던 셈이다.

특히 오사카유신회가 오사카부와 오사카시의 주요 정책을 이미 조율하고 있다는 점도 개편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기존 체제에서도 일정한 정책 조정이 가능하다면 굳이 오사카시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주민들에게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주민들이 오사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잃을 것을 우려해 반대표를 던졌다고 단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젠쿄 교수의 연구에서는 거주 기간과 반대 성향 사이에 일정한 관련성이 관찰됐지만, 지역 정체성에 대한 우려가 반대표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는 인과관계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결국 오사카 사례의 핵심은 주민들이 개편을 반대했다는 결과 자체보다, 개편의 필요성과 예상되는 변화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전달됐는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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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사진= 이혜린 기자)
▲다시 움직이는 오사카… 주민 선택의 무게=두 차례 주민투표에서 부결된 이후에도 오사카의 행정체제 논의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오사카를 일본의 또 다른 국가적 거점으로 육성하자는 '부수도' 구상이 정치권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부수도 구상은 도쿄에 집중된 국가 기능을 분산하고 재난 등에 대비한 대체 거점을 확보하자는 논의다. 오사카시를 폐지하고 특별구를 설치하려던 오사카도 구상과는 목적과 제도적 내용이 다르다. 다만 오사카의 행정 운영과 도시 위상을 둘러싼 정치적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주민투표에서 두 차례 패배한 정치세력이 이후에도 지역 정치의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민투표에서 개편안을 부결시킨 것과 이를 추진한 세력에 대한 정치적 평가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젠쿄 교수는 두 번의 부결에도 불구하고 오사카유신회에 맞서는 정치세력이 충분한 대안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는 개편을 추진한 세력뿐 아니라 반대 진영 역시 주민들에게 설득력 있는 미래상을 제시해야 한다는 문제로 이어진다.

주민투표는 특정 정책에 대한 찬반을 결정하는 절차이지만, 그 결과만으로 지역의 정치적 갈등이나 행정체제에 관한 논쟁이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사카에서 거듭 확인된 사실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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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와 대전광역시 행정통합 추진 과정에서 주민투표 등 시민 의견 수렴되는 과정이 제외됐다며 일부 시민들이 트럭시위를 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사진= 연합뉴스)
▲충남·대전, 투표에 앞서 답해야 할 질문=충남·대전 행정통합은 오사카도 구상과 제도적 구조나 추진 배경이 같지 않다. 그러나 서로 다른 행정체제를 하나로 묶는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개편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과제는 공통적이다.

통합이 수도권 집중에 대응하고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출발점일 뿐이다. 주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통합 이후 생활권과 행정서비스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재정적 이익은 어느 지역에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예상되는 부담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다.

특히 통합에 따른 장기적 효과만 부각하고 초기 비용이나 행정 혼선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단기적인 부담만 강조하는 논쟁 역시 주민들이 개편의 전체적인 득실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젠쿄 교수는 충남·대전 통합 논의에 대해서도 "필요한 것은 일정한 단점이 발생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서도, 왜 통합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어떤 장점을 얻을 수 있는지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불편이 발생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어떤 이익이 있는지 주민들에게 확실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사카의 두 차례 주민투표는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데 주민투표라는 절차만큼이나 그 이전의 설명과 숙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찬반을 묻는 것에 앞서 주민들이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충남·대전 통합 역시 정치적 추진 속도보다 주민들이 체감할 변화와 실익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다. 오사카가 남긴 질문은 통합에 찬성할 것인지 반대할 것인지에 그치지 않는다. 주민들이 자신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오사카=김지윤·이혜린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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