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전 통합, 방향을 묻다] [르포] 합친 지 27년, 도시 이름까지 바꿨다… 단바사사야마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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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전 통합, 방향을 묻다] [르포] 합친 지 27년, 도시 이름까지 바꿨다… 단바사사야마의 생존법

日 첫 헤이세이 대합병 도시… 재정난·행정서비스 축소의 그늘
검은콩 지키려 시명까지 변경… 충남·대전 통합 이후의 과제

  • 승인 2026-10-28 15:39
  • 신문게재 2026-10-29 8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재추진되는 시점에서 27년 전 통합을 단행한 일본 단바사사야마시의 사례는 무리한 공공사업으로 인한 장기적 재정 부담과 주변 지역의 행정 서비스 소외라는 실질적인 과제를 시사합니다.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은 지역 불균형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통합 이후의 재정 건전성 확보와 거점 외 지역의 행정 기능 유지에 대한 세밀한 설계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지역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시 명칭까지 변경했던 일본의 경험을 거울삼아, 통합 광역정부 체제 안에서 각 시·군의 특화 산업과 브랜드를 보호하고 육성할 구체적인 전략 마련이 필수적입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해법으로 추진된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첫 출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하나의 경제·생활권을 구축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주민 동의와 재정·권한 이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것만으로 통합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행정통합을 경험한 일본과 대만 역시 행정 효율화와 재정 기반 강화라는 기대 속에 주민 갈등과 재정 부담,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본보는 일본의 헤이세이 대합병과 오사카 행정체제 개편, 대만 가오슝의 현·시 통합 사례를 통해 통합의 성패를 가른 조건을 짚어본다. 해외 사례를 통해 배울 것은 배우고,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경험 삼아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과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멈춰 선 충남·대전 통합… 20여 년 먼저 합친 일본의 교훈

② [르포] 충남·대전 통합의 미래는… 27년 먼저 합친 도시를 가다

③ 두 번의 주민투표도 부결… 오사카가 충남·대전 통합에 남긴 교훈

④ 먼저 합친 가오슝 16년… 충남·대전 통합에 던지는 질문

⑤ [르포] 충남·대전 통합 청사는 어디로… 가오슝 16년의 선택

⑥ 두 번의 실패는 없어야… 충남·대전 통합, 이제는 '이후'를 준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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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효고현 단바 사사야마시 시청 전경. (사진= 이혜린 기자)
일본에서 가장 먼저 행정통합의 길을 걸었던 도시가 27년이 지난 지금도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사사야마·니시키·단난·이마다 등 네 개 마을을 하나로 묶는 데는 성공했지만, 늘어난 빚을 줄이고 주변 지역의 행정기능을 지키는 일은 그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지역의 대표 농산물인 검은콩을 지키기 위해 도시 이름까지 바꿔야 했다.

지난 13일 찾은 일본 효고현 단바사사야마 시청 본청은 그런 통합의 시간을 간직한 곳이었다. 청사 입구에 걸린 커다란 지도에는 네 지역이 하나의 도시로 표시돼 있었다. 1999년까지만 해도 각각의 정사무소와 살림을 꾸리던 마을들이다. 이제 지도에서 행정구역의 경계는 찾아볼 수 없었다.

1층 민원창구에는 주민들이 간간이 찾아와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이용객이 많지는 않았다. 청사 밖도 한적했다. 통합의 성과를 내세우는 기념물보다 눈길을 끈 것은 오히려 평범한 지방 도시의 일상이었다. 행정구역을 합친다고 주민들의 생활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곳은 일본의 대규모 지방자치단체 통합인 '헤이세이 대합병'의 첫 사례로 꼽힌다. 합병 당시 '사사야마시라'는 이름으로 출범했으며, 현재의 '단바사사야마시'라는 명칭은 2019년부터 사용 중이다. 충남·대전이 행정통합을 추진하다 한 차례 멈춰 선 지금, 이 도시의 27년은 통합 이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되짚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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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단바사사야마시 관계자가 합병 당시 기록이 담긴 책자를 보여줬다. 사진에는 합병 추진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주민들을 초청해 설명회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김지윤 기자)
▲네 마을 합쳐 살림 키웠지만… 남은 것은 재정 부담=단바사사야마의 통합은 행정 효율화와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에서 출발했다. 네 정이 각각 운영하던 행정조직을 하나로 묶고, 개별 지역이 감당하기 어려웠던 광역 현안을 공동으로 해결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일본 정부의 합병특례채는 통합을 뒷받침한 핵심 수단이었다. 시는 이를 활용해 중앙도서관과 시민센터, 상수도 등 공공시설을 확충했다. 하지만 재정지원에 기대어 벌인 대규모 사업은 시간이 흐르면서 지방채 상환 부담으로 돌아왔다.

효고현 지방자치단체 연구소 등이 참여한 '사사야마시 합병 확인 보고서'는 당시 재정 악화의 배경으로 무리한 인구 전망과 공공사업 확대를 지목했다. 시는 인구가 6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인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 축소까지 겹쳤다.

당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분의 3 이상이 합병특례채로 건설한 시설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3분의 2에 달했다. 통합으로 확보한 재원이 주민들에게 필요한 곳에 쓰였는지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결국 시는 인건비와 사업비를 줄이는 재정개혁에 나섰다. 공무원 임금 삭감과 주민 서비스 축소도 뒤따랐다. 통합을 통해 얻은 재정지원의 이면에 이후 세대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남았던 셈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재정 상황을 당시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시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방채 잔액은 2003년도 말 합병 당시의 약 1.8배까지 늘었으나 2024년도 말에는 약 164억 엔으로 감소했다. 정점 대비 70.9% 줄어든 규모다. 합병으로 늘어난 빚을 줄이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충남·대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합에 따른 재정특례를 얼마나 확보할 것인지뿐 아니라 그 재원을 어디에 쓰고, 이후의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까지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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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바 사사야마시 시청 1층 민원실. (사진= 김지윤 기자)
▲본청은 사사야마에… 옛 정사무소는 지소로=단바사사야마시청 본청은 합병 이전 사사야마정 청사였다. 네 정이 하나의 시로 통합되면서 이곳이 행정의 중심이 됐고, 니시키 등 다른 지역의 정사무소는 지소로 전환됐다. 행정조직을 하나로 묶는 과정에서 주변지역 주민들이 체감한 변화는 달랐다.

'사사야마시 합병 확인 보고서'에 따르면 합병 이후 지소의 인력과 예산 권한이 점차 줄어들었다. 과거 가까운 정사무소에서 처리하던 업무가 제한되면서 주민들이 지역의 요구를 전달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합병 11년 뒤 진행한 설문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긍정적인 평가보다 12%포인트 이상 높았다. 응답자의 70% 이상은 지역 간 격차가 확대됐다고 답했다.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통합이 주변 지역에는 행정서비스의 후퇴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이는 과거 조사 결과다. 취재 당일 본청 민원창구가 한산했다는 사실만으로 현재의 행정서비스 수준이나 주민 만족도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네 정이 하나로 합쳐진 뒤 본청과 지소의 역할이 달라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충남·대전 통합 역시 대전 도심과 천안·아산, 충남 서해안과 내륙 농촌을 하나의 광역 정부로 묶는 구상이다. 행정기능이 특정 거점에 집중될 경우 주변 지역의 행정서비스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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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바 사사야마시 시청 1층에는 합병 이후 4개 지역의 특산물을 상징하는 그림과 단바 사사야마시의 특산품인 검은콩을 상징하는 그림이 놓여 있다. (사진= 김지윤 기자)
▲검은콩을 지키기 위해 도시 이름까지 바꿨다=단바사사야마에서 확인한 통합 이후의 고민은 재정과 행정조직에 그치지 않았다.

시청 입구에 놓인 관광·특산물 안내물에는 이 지역의 먹거리와 볼거리가 소개돼 있었다. 현지 단바사사야마시청 관계자와의 대화에서도 지역 특산물인 검은콩이 중요한 화제로 떠올랐다. 단바사사야마시청 관계자는 "합병 당시에는 사사야마시라는 이름으로 출범했지만, 이후 지역 특산물인 검은콩의 브랜드를 지킬 필요성이 커졌다"라며 "지역의 대표 농산물을 보호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장이 시명을 단바사사야마시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단바'는 검은콩이라는 뜻이 아니라 이 일대의 옛 지명이다.

'단바 검은콩'은 오랫동안 지역을 대표하는 농산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지역의 이름은 농산물의 산지와 품질을 알리는 중요한 자산이었다. 문제는 2004년 인근에 '단바시'가 출범하면서 불거졌다. 단바사사야마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관광자원이 이웃 단바시의 것으로 혼동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사카이 다카시 당시 시장은 지역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시명 변경을 추진했다. 시는 명칭 변경에 따른 경제효과를 52억 엔 이상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는 사전 전망치로 실제 그만큼의 경제적 성과가 발생했다는 뜻은 아니다.

시명 변경 과정에서도 주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결국, 2018년 주민투표가 진행됐고, 찬성 1만 3646표, 반대 1만 518표로 변경안이 통과됐다. 그렇게 합병 20년 만인 2019년 5월 도시의 이름에 '단바'가 더해졌다. 네 정을 하나로 묶었던 도시가 이번에는 지역의 산업을 지키기 위해 이름을 다시 정한 것이다. 행정구역을 합친다고 지역의 정체성과 경제적 기반까지 저절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같은 사례로 볼 때 충남·대전 역시 통합 이후 농촌의 경쟁력을 별도로 고민해야 한다. 충남 각 시·군이 가진 특산물과 관광자원, 지역산업은 통합정부가 출범한다고 자동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광역경제권 안에서 개별 지역의 이름과 산업이 묻히지 않도록 지키고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27년 먼저 합친 도시가 충남·대전에 남긴 과제=단바사사야마의 사례를 충남·대전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일본의 기초자치단체 합병과 한국의 광역자치단체 통합은 규모와 제도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7년 먼저 통합을 경험한 도시가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행정 효율화를 기대하며 시작한 합병은 대규모 투자와 재정 부담을 남겼고, 주변 지역의 행정서비스 문제도 불거졌다. 이후에는 빚을 줄이고 지역산업과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다.

한 차례 출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충남·대전이 다시 통합을 추진한다면 이제는 합친 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재정지원의 규모만큼 투자 우선순위가 중요하고, 통합 청사의 위치만큼 농촌의 행정서비스와 지역경제를 지킬 방안도 필요하다.

취재를 마치고 다시 바라본 시청 입구의 지도에는 네 마을을 가르던 경계가 없었다. 그 곁에는 지역의 이름을 알리는 특산물 안내물이 놓여 있었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데는 한 번의 결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통합된 도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27년이 지난 지금도 새로운 선택이 필요했다.
일본 효고현 단바사사야마=김지윤·이혜린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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