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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조 세종교육회의 공동대표 |
이 사업은 애초부터 전동면 송성리를 전제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행복도시 6-1생활권 월산공단에 시설을 두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2018년 행복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계획을 변경했다. 이후 세종시는 2020년 입지 후보지를 공모했고, 전동면 심중리와 송성리 등이 후보지로 거론됐다. 심중리 신청이 철회된 뒤 2021년 3월 송성리가 단독 후보지로 선정됐다. 신도심에서 읍·면 지역으로 계획이 옮겨가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충분히 설명을 들었는지, 대안과 부담을 함께 검토했는지는 지금도 중요한 쟁점이다.
송성리가 후보지가 된 뒤 주민 반발은 계속됐다. 입지선정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주민들은 시청 앞에서 항의했고, 주민대표 추천과 참여를 둘러싼 갈등도 이어졌다. 기존 주민대표들의 사퇴 뒤 위원회가 다시 구성되는 과정도 논란이 됐다. 2022년 2월에는 주민들이 설명회장 밖에서 반대 집회를 벌였고, 설명회는 무산됐다. 당시 세종시는 2020년 주민설명회를 시작으로 약 14차례 대화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화를 몇 번 시도했는지만으로 소통의 충분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왜 주민들이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았는지, 반복되는 집회가 무엇을 말하고 있었는지 살피고 행정이 소통 방식을 바꿨는지가 더 중요하다.
세종시는 2023년 3월 30일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송성리를 최종 입지로 결정했고, 같은 해 7월 13일 입지 결정·고시를 했다. 주민들은 7월 입지 결정·고시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 뒤에도 토지 보상 등 후속 절차가 추진됐다. 항소심 판결 뒤 시 관계자는 "이미 땅을 사서 진행하고 있다"는 취지로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토지 매입은 절차상 하자를 해소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이미 지출한 돈이 크다는 이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시민의 손실을 줄이는 길인지, 비용과 선택지를 공개해 따져야 한다.
재판 결과도 시간순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전지방법원은 2025년 11월 1심에서 주민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전고등법원은 2026년 9월 1심 판단을 뒤집고 입지 결정·고시를 취소했다. 핵심은 입지선정위원회에 참여한 주민대표의 자격이었다. 항소심은 주민대표 5명 가운데 4명을 법에서 정한 '폐기물처리시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대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도됐다. 주민들이 주장한 '처분이 처음부터 무효'라는 청구까지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입지 결정·고시의 취소를 명한 것이다. 세종시는 이에 불복해 9월 15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2026년 11월 2일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번 항소심 판결을 사업 전체의 원천 무효로 단정해서도, 반대로 위원회를 다시 구성하면 기존 절차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고 미리 결론 내려서도 안 된다.
행정은 법령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법정 위원회를 꾸리고 회의를 열었다는 것만으로 주민 참여가 충분했다고 할 수는 없다. 법은 주민 참여의 최소 기준이지, 주민의 질문에 답하고 지역의 우려를 해소해야 할 행정의 책임을 대신하지 않는다. 주민들이 참여하지 않거나 대표가 사퇴했다면, 행정은 그 이유를 확인하고 자격 있는 주민대표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절차를 보완했어야 한다. 참여가 어렵다는 사정이 법적 자격 기준을 낮추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 사안을 단지 특정 공무원 한두 명의 실수로 축소해서도 안 된다. 입지선정위원회 구성과 주민대표 위촉을 검토한 실무자, 법률 검토를 받은 간부, 최종 결재·지휘권자가 당시 어떤 정보를 알고 있었는지, 주민들의 집회와 위원 사퇴에 어떤 대응을 했는지 살펴야 한다. 법령이나 직무상 의무 위반이 확인되면 그에 맞는 행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만 판결만으로 개인의 고의나 범죄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각자의 역할과 인식, 실제 조치를 근거로 책임을 밝혀야 한다.
사업의 내용도 바뀌고 있다. 당초 계획은 하루 400톤의 생활폐기물 소각과 80톤의 음식물류 폐자원 처리를 포함해 총 480톤 규모였으나, 2026년 4월 변경 고시에서는 음식물 처리 기능을 제외하고 소각시설을 435톤 규모로 축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계획이 달라졌다면 주민에게 반대한 기존 계획과 현재 계획이 무엇이 다른지, 시설 규모와 사업비, 환경 영향은 어떻게 바뀌는지 다시 설명해야 한다. 시설 계획이 바뀌어도 주민의 의문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찬성과 반대를 재확인하는 형식적 절차가 아니다. 첫째, 폐기물 발생량과 전망, 시설 규모 산정 근거, 감량·재사용·재활용으로 줄일 수 있는 양을 공개해야 한다. 둘째, 현재 계획과 대체 입지, 단계별·분산형 처리방안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셋째, 자격 기준을 사전에 공개한 주민대표와 지역 주민, 전문가, 시민단체, 행정이 참여하는 공개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독립적인 진행자를 두어야 한다. 넷째, 주민이 낸 질문과 대안에 대해 시가 무엇을 반영하고 반영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와 후속 조치를 기록해 공개해야 한다. 환경·건강 영향에 대해서도 기초자료를 공개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지속적인 측정과 점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민선5기의 시민청은 이런 사안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시민청이 행정이 미리 정한 주제와 선택지 안에서 의견을 모으는 데 그치면, 시민은 또다시 결정의 대상이 된다. 주민과 시민이 논의할 쟁점을 직접 제안하고, 행정이 자료와 답변을 내놓으며, 반대와 소수 의견까지 결과에 남기는 공개 숙의가 돼야 한다.
친환경종합타운의 필요성은 주민의 목소리를 건너뛸 이유가 아니다. 오히려 공공시설이 필요한 만큼, 행정은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더 넓은 논의를 보장해야 한다. 주민은 사업을 설명받고 설득당할 대상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함께 살피고 대안을 만드는 주체다. 세종시가 이제라도 그들을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세울 때, 법원의 판결과 오랜 갈등은 행정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출발점이 아니라 신뢰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최병조 세종교육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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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