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34강 불겸물패(不謙勿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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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34강 불겸물패(不謙勿牌)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6-11-02 17:1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234강 不謙勿牌(불겸물패) : 겸손하지 못한 자는 문패를 걸지 마라

사람이 살아감에 만인이 공통으로 공감(共感)하는 바가 겸손(謙遜)한 언행(言行)이다. 삶의 처세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곧 자만(自慢)과 오만(傲慢)이라 할 수 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福生於淸儉(복생어청검) 복은 청렴하고 검소함에서 생기하고, 德生於卑退(덕생어비퇴) 덕은 (자기를) 낮추고 물러서는 데서 생긴다"라고 했다.

사람에게는 세 개의 손이 필요하다. 오른손, 왼손, 그리고 겸손(謙遜)이다. 그래서 겸손을 "제3의 손"이라 한다.

두 개의 손은 눈에 보이지만, 겸손은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느낄 수 있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며, 타인을 존중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자신보다 뛰어난 자들이 있음을 겸허(謙虛)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이에 해당이 된다.

속담에 '부자가 없는 체하기보다는 식자(識者)가 모른 체 하기가 더 어렵다'라고 한다. 가진 재산이야 남이 안 보이게 감출 수는 있지만, 아는 것은 입이 근질근질하여 참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제3의 손 겸손(謙遜)!

살면서 꼭 필요한 손이다. 스스로 잘났다는 자만(自慢), 남을 무시하는 오만(傲慢), 남을 깔보고 업신여기는 교만(驕慢), 남에게 거들먹거리는 거만(倨慢), 이 못된 4만(慢)의 심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오직 겸손(謙遜)뿐이다.

옛 어느 시골 마을에 살던 노인이 큰 성(城)에 볼일이 있어 나귀를 타고 집을 나섰다. 도착해서 나귀를 끌고 걷다가 어느 집 문패를 보았는데 거기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장기를 잘 두는 사람이 사는 집!'

노인은 그 집 문을 두드렸다.

"어떻게 오셨소?" "집주인과 장기를 한판 두고 싶어서 왔소."

이윽고 젊은 주인과 노인이 마주 앉아 장기를 두는데 주인이 내기를 제안했다.

"그냥 두면 재미없으니, 진 사람이 스무 냥을 내면 어떻겠소이까?" "그거 좋소이다!"

그리하여 판돈 스무 냥을 걸고 장기를 두는데, 노인이 쩔쩔맸다.

"어르신, 장을 받으셔야지요." "과연 장기를 잘 두시는구려. 내가 졌소이다."

"그러면, 약속대로 스무 냥을 내시지요."

"내가 약속은 했지만, 지금 수중에 돈이 없소. 대신 내가 타고 온 나귀가 오십 냥 가치는 되니 나귀를 받아 주면 안 되겠소?"

젊은 주인은 생각지 않았던 나귀를 얻게 되어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당장에 우리를 짓고 나귀를 씻기고 멋진 안장을 만들어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그 노인이 다시 찾아왔다.

"장기를 한 번 더 두고 싶소이다. 이번에는 돈을 가져왔으니, 내가 지면 스무 냥을 내고 이기면 대신 나귀를 찾아가겠소이다. '옳거니 저 나귀에다 이번에는 공돈 스무 냥' 주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다시 노인과 주인이 마주 앉아 장기를 두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찌 된 일인지 젊은 주인이 노인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안절부절못하다가 결국은 지고 말았다.

"제가 졌습니다." "그럼! 약속대로 나귀를 몰고 가도 되겠소?"

깨끗하게 목욕시키고 새 안장까지 깔아 놓았는데, 나귀를 돌려주려니 집주인 마음이 떨떠름했다. 하지만 내기에 졌으니, 약속대로 나귀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노인이 나귀에 올라타 길을 떠나려 하자 젊은 주인이 노인을 다급히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지난번에는 어르신이 수가 많이 모자랐는데, 대체 어떻게 장기를 잘 두게 되었소이까?" 노인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100리쯤 떨어진 시골에 사는데, 관가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관가 입구에 '나귀를 타고 들어올 수 없다'라는 방(榜)을 보고 어디 나귀 맡길 데가 없나 염려하다가 마침 주인장 집 문에 쓰여있는 글을 보고 장기를 지면 이 집에 맡겨둘 수 있겠다 싶어서 장기를 졌소이다. 그리고 이제 일을 다 봤으니, 나귀를 찾아가려면 장기를 이겨야 하지 않겠소이까?"

젊은 주인은 기가 막혔다. 일주일 동안 나귀만 잘 돌봐준 격이었다. 집주인은 얼굴이 빨개져 노인이 멀리 가자마자 '세상에서 제일 장기를 잘 두는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문패를 뜯어내 던져버렸다. 드디어 겸손(謙遜)해야 함을 깨달은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똑똑한 줄 안다. 그러나 그것은 더 잘나고 똑똑한 사람을 만나보지 못한 착각에 불과하다.

교만(驕慢)은 언젠가 화(禍를 부른다. 자만심(自慢心)은 사람을 태만(怠慢)하게 만들고 태만은 실수(失手)를, 실수는 실패(失敗)를 부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족(不足)함을 아는 것이 지혜(智慧)의 시작이다. 당신은 이 순간에도 어떤 문패(門牌)를 달고 사는가?

지금 세상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만 오만과 자만에 취해 있다. 김정은, 트럼프. 푸틴, 시진핑, 그리고 대한민국의 위정자들… 자신의 망(亡)함이 가까와 있는 줄도 모르고….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장상현 교수님-수정
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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