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수술 사망률 0% 복강경 담낭절제술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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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수술 사망률 0% 복강경 담낭절제술 '대가'

■ 을지대병원 외과 박주승 교수

  • 승인 2010-08-25 14:15
  • 신문게재 2010-08-26 11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지난 3월 을지대병원 외과 박주승 교수는 지역 의료계에 대단한 기록을 만들어 냈다. 지난 1992년 1월부터 약 18년간 한 건의 수술 사망 사례 없이 담낭담석증 및 담낭염 환자 5000명을 복강경을 통한 담낭절제술로 치료하는데 성공한 것.

박 교수는 시술 과정에서 과거 복부 수술의 병력이 있거나, 합병증을 동반한 급성담낭염 환자까지 포함한 모든 환자에서 순수 개복률(배를 열고 수술하는 비율)이 3%에 그쳤고, 최근 1000례에서는 1%에 불과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5000여건의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성공하는 과정 모두 단일 집도의인 박주승 교수에 의해 시행됐다는 것이다.

단일 집도의에 의해 성공한만큼 집도의별 오차가 없어 향후 국내외 복강경 담낭절제술에 대한 치료 기준 자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수련의를 거쳐 지난 1981년 대전을지대학병원이 문을 열면서부터 의술을 펼쳐온 을지병원의 초창기 멤버다.

서울대에서 전문의를 취득하고 병원을 물색하던 박 교수에게 그의 선배인 전 마산병원 의료원장을 지낸 박건춘 원장이 대전을지병원을 소개했다. 2~3년 후 서울로 다시 복귀할 것을 전제로 의료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전의 시골의사 길을 선택해야했지만, 고맙게도 당시 어린 2명의 자녀를 둔 부인도 말없이 그의 선택에 동참했다.

80년대만 하더라도 대전은 계룡로가 비포장 도로였고, 인근은 모두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시골지역이었다. 모든 가족이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생활해온 덕분에 문화시설과 교통 등 모든면이 불편했지만, 그에게는 환자들이 있었다.

박 교수는 전문의료인의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한 환자들을 생각해 2년 후 서울로 돌아가지 않고 을지병원에 남게 된다. 그는 외조부를 비롯한 외가 친족들이 외과의사 가족이었던 만큼 외과의사의 길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고교시절부터 외과의사를 꿈꿨던 그는 지역에 있었지만, 지역 환자들에게 첨단 의술을 펼쳐야 겠다는 꿈은 접지 않았다.

1987년 세계최초로 복강경을 통한 담낭절제술이 시연된 이후 전세계 의사들은 놀라움과 함께 시술에 대해 믿지 않았다. 개복을 하지 않고 담당을 수술한다는 것은 획기적인 혁명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복강경 수술의 장점이 여러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국내에는 1990년 처음 도입됐고, 박교수는 대전에서는 최초로 1992년 1월부터 복강경 수술을 시작했다.

복강경 수술은 직접 시술부위를 보고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를 통해 시술을 해야하는 만큼 새로운 공간개념을 가져야 한다. 만약 공간개념을 파악하지 못하고 실수할 경우 출혈과 타장기 손상 등으로 환자가 위험에 빠질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비를 넘기지 못한 의사들의 상당수가 복강경 시술을 포기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복강경 수술을 시도하는 곳은 2~3곳에 불과했지만, 을지대가 박주승 교수의 도움으로 선두주자로 뛰어들게 된다.

박 교수는 이후 복강경 담낭절제술에서 발전된 치료법으로 경과적 복강경 담낭절제술도 개발해 주목을 받는다.

경과적 복강경 담낭절제술은 새롭게 선보인 치료법으로 급성 담낭염 등 심한 염증을 동반한 경우 곧바로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시행하지 않고 우선 복부 초음파 하에서 담낭에 배액관을 삽입하는 담낭조루술을 시행해 환자의 통증과 염증반응을 즉시 없애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보통 응급수술시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되는 당뇨, 고혈압, 심폐질환 등을 확인 조절하는 것은 물론 담관 담석의 유무에 대한 확인 및 처치, 그리고 주위 조직과의 유착을 최소화한 뒤 시술 2~3주 후 안전하게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었다.

박 교수는 “경과적 복강경 담낭절제술이 합병증을 동반한 급성 담낭염 환자에서 표준 수술법으로 인정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을지대병원장을 지냈다.

지난 2004년 을지대병원이 둔산으로 이전을 한 직후 병원장을 맡아오면서 오늘의 을지대병원 입지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전당시 이전준비 위원장을 맡아 지역병원의 새로운 롤모델 작업을 하기로 했던 그는 “장비와 시설은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지역에서는 다시는 이러한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서울로 환자들이 상경진료하는 쏠림현상에 대해 을지대병원의 첨단 시설과 장비 등으로 환자들을 잡겠다는 노력은 많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의료, 진료, 병원의 근본인 환자를 위해 환자 위주로 모든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박 교수는 환자 우선주의 교수로도 유명하다.

“나는 의사이기 때문에 환자를 위해 잘 치료하고, 낫게하는 명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박교수는 겸손하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후배 의사들에게도 아름다운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김민영·사진=손인중 기자

□ 박주승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원 석사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원 박사 ▲ 일본 국립암센터 연수 ▲영국 에딘버러대학 연수 ▲ 을지대학병원 일반외과 과장 ▲ 을지대학병원 일반외과 부장 ▲ 을지대학교 중앙연구소 소장 ▲ 을지대학병원 의무원장 ▲ 을지대학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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