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 시리즈]석관이 눈앞에… 수백여년 역사 직접 느낀다

[현충원 시리즈]석관이 눈앞에… 수백여년 역사 직접 느낀다

  • 승인 2016-12-07 11:09
  • 신문게재 2016-12-08 20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 프랑스 팡테옹에서 관람객들이 인솔자의 안내를 받으며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1시간여 진행된 인솔투어에서 프랑스 역사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다.
▲ 프랑스 팡테옹에서 관람객들이 인솔자의 안내를 받으며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1시간여 진행된 인솔투어에서 프랑스 역사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다.

[국가의 성역, 세계 현충원 탄생과 역할을 찾아서] 9.역사교육 현장으로 다가가는 현충원

한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에 이르기까지 모습은 다르지만, 현충원을 최고 존엄한 공간으로 예우해 운영하고 있음을 이번 취재에서 파악할 수 있었다.

200여년 전 건설한 종교시설을 혁명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프랑스 팡테옹부터 40만명 이상이 잠들고 현재도 하루 30여차례 안장식이 열리는 미국 알링턴국립묘지는 그 자체가 국가를 상징하는 작은 축소판이었다.

특히 세 나라의 현충원이 방문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각각 달랐고 그에 따라 방문객을 맞이하는 모습도 특성이 있어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먼저, 7월 방문한 프랑스 팡테옹은 입장할 때 2만원에 가까운 요금을 내는 유료시설임에도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테러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 실내 관람시설 대부분 보안요원이 가방 등을 검색했고, 팡테옹 역시 금속탐지기를 거쳐 입장할 수 있었다.

팡테옹은 과거 파리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세워진 생트주느비에브 성당을 프랑스혁명 이후 현충원으로 개조한 곳이다.

이방인의 시선에서는 박물관 같으면서도 성당 같은 모습으로 비췄고, 시신을 안치하는 묘역이 혼합된 느낌이었다.

팡테옹에 입장한 관람객들은 햇빛이 차단돼 다소 어두운 듯 엄숙한 분위기가 연출된 1층에서 프랑스 탄생부터 주요 전투장면을 묘사한 벽화를 관람한다.

아름드리나무 같은 돌기둥에 나뭇가지를 연상케 하는 세밀한 석조각은 이곳에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는지 느낄 수 있었고, 하늘에 치솟는 듯한 박공지붕은 팡테옹의 웅장함을 대변했다.

지하에 마련된 안장실은 방문객이 안장자의 석관을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롭게 개방돼 있는데 역사책이나 문헌에서 보던 공화정의 위인들과 한 공간에서 숨 쉬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설계됐다.

시인이며 철학자인 볼테르부터 화학자 퀴리 등 안장자의 업적을 기록한 설명을 읽고 서로 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안장자가 인권, 자유, 진보, 혁명 등 어느 분야에 헌신했는지 분류했을 뿐 같은 크기에 석관은 색상이나 꾸밈까지 같아 신분이나 계급적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

팡테옹 직원이 해설사가 되어 관람객을 인솔해 프랑스 역사를 설명하고 팡테옹과 안장자의 위대함을 조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가이드는 “프랑스에서는 군에 입대하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기거나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데 팡테옹이나 앵발리드, 루브르처럼 국가를 체험할 시설이 잘 갖춰진 게 하나의 이유 같다”고 설명했다.

▲ 관람객들이 투어버스를 타고 알링턴국립묘지를 둘러보고 있다.
▲ 관람객들이 투어버스를 타고 알링턴국립묘지를 둘러보고 있다.

대서양을 건너 미국 워싱턴DC의 알링턴국립묘지는 팡테옹과는 판이한 모습이면서 역사 학습공간으로 활용되는 공통점이 있었다.

두 곳은 기후부터 달라 우리나라 초가을의 선선한 날씨의 파리와 달리 워싱턴DC는 한여름 땡볕보다 뜨거운 여름이었다. 그 때문인지 수많은 전몰장병이 안장된 알링턴국립묘지를 찾은 관람객들도 반바지에 티셔츠의 가벼운 옷차림이었고, 화려한 색상의 관광객으로 보이기도 했다.

묘역에서 마주한 투어버스에 기자는 약간 당황하기도 했다.

전몰장병과 역사적 사건 희생자들이 안장된 묘역에서 창문 없는 투어버스가 수시로 오갔으며, 마이크를 잡은 해설사의 설명이 스피커를 통해 묘역까지 들렸기 때문이다.

투어버스에서 흘러나오는 스피커 소리가 묘역 참배에 방해되는 건 아닐까? 또는 동물원 사파리 관람열차라도 되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짧지만, 머리를 스쳤다.

낯선 이방인을 당황하게 한 알링턴국립묘지의 투어버스도 사실은 드넓은 국립묘지에서 국가에 헌신한 이들을 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한 제도의 일환이다. 알링턴국립묘지는 개인의 자가용 운행을 금지하는데 관람객들은 출입구에서 탑승권을 구매해 투어버스를 이용해 단체로 이동한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케네디 대통령 묘역에 만들어진 꺼지지 않는 등불 앞에서 묵념하고 무명용사 묘역에 근위병 교대식에 참석하는 게 하나의 관람코스처럼 여겨졌다. 굳이 묘역을 오래 걷거나 묘비를 찾아 읽지 않아도 투어버스의 해설사를 통해 이곳에 안장된 이들의 헌신과 관련 사건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무명용사묘역에서는 엄숙함이 느껴지다가도 묘역과 관람시설에서는 나무와 숲이 있는 공원처럼 여겨졌고, 관람객들도 자유롭게 행동했다.

기자가 만난 알링턴국립묘지 관계자 역시 관용차량에 운행목적을 표시한 비표를 차량 밖에 부착한 후에 묘지 내에서 차량을 운행할 수 있었다.

알링턴국립묘지는 주변에 내셔널몰 및 백악관과 어울려 국가적 관람시설이 됐다는 점에서 많은 관람객이 유입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이곳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매주 묘역을 전문가와 함께 돌아보는 인솔자 수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기자가 방문한 때도 '미국과 냉전'이라는 인솔자 투어가 마련돼 참여했다.

참석을 예약하고 미국 전역에서 찾아온 60여명이 인솔자의 안내를 받으며 투어버스를 통해 국립묘지 곳곳을 순회하며 우리를 미국 역사 속으로 안내했다.

인솔자 투어에서 만난 현지인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아들과 함께 왔는데 국가와 희생이 무엇인지 잘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끝>

▲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객이 현충탑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객이 현충탑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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