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의 숙원인 '세종시=행정수도' 명문화는 빠진 반면 호남권이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5·18민주화 운동은 헌법 전문에 포함되면서 나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개헌에서 특정 지역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어젠다는 행정수도와 5·18민주화운동이다. 지방분권 개헌은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 17개 시·도 전체의 관심사다.
행정수도 개헌은 현행 헌법에 수도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세종시=행정수도'를 명문화, 14년 전 헌법재판소 위헌판결 족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정부부처 3분의 2 이상이 자리잡고 있어 사실상 행정수도 기능을 하고 있는 세종시에 헌법적 행정수도 지위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국회, 청와대 등 이전이 가능해져 국가적 행정효율 제고는 물론 수도권집중 완화 등 국가균형발전 취지에도 들어맞는다.
5·18민주화운동은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 체제를 가져온 동력인 역사적 사건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 헌법엔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건으로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만 명시돼 있는 상태다.
행정수도와 5·18은 모두 문재인 정부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주요 국정과제로 문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국정운영 기조가 반영된 어젠다라는 데 이견은 없다. 개헌 정국 속에선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9일까지 실시한 개헌초안 작성을 위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도 똑같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행정수도 관련 여론이 찬성 1만 839명 중립 354명 반대 5538명, 5·18 등 민주화운동 찬성 1만 2321명 중립 67명 반대 6185명 등으로 찬성비율도 엇비슷했다.
하지만, 정부 개헌안 초안에 반영된 결과는 판이했다. 행정수도의 경우 '세종시=행정수도' 명문화를 빠지면서 정권성향이나 국회 의석수 등 정치적상화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법률위임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충청권이 반발하고 있다.
반면, 5·18민주화운동은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과 시민혁명의 정신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헌법 전문에 부마 항쟁, 6·10 민주항쟁 등 역사적 평가가 이뤄진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추가로 담기로 했다. 5·18정신 정부 개헌안 초안에 반영되면서 호남권은 고무됐다.
물론 정부 개헌안 초안이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안을 발의할 것으로 보이는 21일께까지 수정의 여지가 남아 있고 국회 합의안을 도출할 경우 자동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회 내에서 여야가 본격적인 개헌안 협상을 착수하는 시점에 정부안 초안 반영과 미반영의 차이는 정치권 논의 동력 여부를 결정짓는 잣대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스럽다. 충청권이 호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호소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1987년 체제이후 31년만에 추진되는 개헌을 지역적 잣대로 제단해서도 안되고 그럴 생각도 없다"며 "하지만, '세종시=행정수도' 명문화를 위한 충청권 주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홀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고 촌평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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