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하차 태그'가 버스 노선을 움직인다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하차 태그'가 버스 노선을 움직인다

  • 승인 2018-06-25 15:23
  • 전유진 기자전유진 기자
증명사진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이 한순간에 아무 것도 아닌 게 된 기분이다. 서울에서 거주 할 땐 퇴근길 인파에 밀려 버스에서 미처 하차태그를 못 하고 하차하면 다음 날 아침 요금을 두 배로 내야만 했다. 환불 체계는 없다. '오류'가 아닌 이상 돈을 되돌려 받기란 불가능했다. 대중교통 이용객 개인이 꼭 카드단말기에 교통카드를 갖다 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전에 와보니 버스 이용객들이 하나 같이 그냥 내렸다. 하차태그를 하지 않아도 '페널티 요금'이 부과되지 않다 보니 별다른 신경이 쓰이지 않았나 보다.

대전은 하차태그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 버스 하차 시 부담이 없어 보였다. 내려야 할 정류장이 다가오면 사람들 사이를 뚫고 어떻게든 하차태그를 하고자 카드단말기에 필사적으로 발을 내딛는 서울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그런데 대전시가 내달부터 하차태그 의무제를 시외 노선버스에 시행한다고 한다. 일부 요금손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란다. 장기적으로는 전체 시내 노선까지 확대 도입한다. 단순히 대전시의 버스 요금 관리 체계를 위해서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답은 서울이 왜 '하차태그 의무제'를 전 노선에 시행하는지 살펴보면 나온다. '지옥철', '지옥 버스'로 입구까지 승객이 가득 차 교통카드를 찍기도 버거운 곳에서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빅데이터 때문이다. 승하차 태그 자료가 있으면 이용객 통행패턴을 분석해 효율적인 버스 노선 정립이 가능하다. 승차 자료 하나만으로는 분석이 어려워 대전은 그동안 조사원에 의한 표본조사 결과에 의존해왔다. 현재 대전의 하차 태그율은 47%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선 수요와 다르게 노선이 정립될 수밖에 없으며 그 불편은 고스란히 대전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 길 찾기에서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대전지방경찰청에서 같은 구 도안동으로 가는 법을 검색해보면 차량으로는 15분 밖에 걸리지 않지만 버스로는 1시간 21분이 걸린다고 나온다. 걸어서는 1시간 50분이다. 결과적으로 나의 출퇴근길에 버스가 많이 다니려면, 환승 없이 우리 마을로 한 번에 가는 노선이 생기길 원한다면 교통카드를 이용해 하차태그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잠시의 귀찮음이 대전시 대중교통 체계 전체를 이롭게 한다.



전유진 사회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축소 해명 나서
  2. 새정부 유일 충청 출신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 ‘지명 철회’
  3. 한솔제지 "신탄진공장 사망사고 근로자 깊은 애도"
  4. 폭우 구름띠 좁고 강해졌는데 기상관측망은 공백지대 '여전'
  5. 폭우 지나고 폭염·열대야 온다…당분간 곳곳 소나기
  1. 자연계 강세 4년째 지속… 인문계와 격차 벌어져
  2. 나흘간 물폭탄에 충청권 3명 사망·1명 실종, 이재민 965명 (종합 2보)
  3. [대전 둔산지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대전 둔산지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변화의 기로
  4. [한성일이 만난 사람-성지순례 특집]세계평화를 위한 한국가톨릭순례단 동행 취재
  5. 3년째 축소된 지방교육재정, 전국교육감들 "깊은 우려… 축소 논의 멈춰야"

헤드라인 뉴스


[대전 둔산지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대전 둔산지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변화의 기로

[대전 둔산지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대전 둔산지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변화의 기로

대전 둔산(屯山) 신도시가 30년을 넘기며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노후계획도시 정비 특별법이 마련되면서 둔산의 미래를 새롭게 그릴 기회가 열리면서다. 둔산은 과거 군부대가 다수 주둔하던 작은 군사도시에서 행정, 경제, 문화가 집약된 중심지로 성장했다. 이제는 대전의 '강남' 또는 '심장'이라 불릴 정도로, 지역의 상징적인 계획도시다. 하지만 둔산 신도시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노후화된 인프라와 기존 도시 계획의 한계를 마주한 게 현실이다. 도시 미래를 새롭게 디자인할 기회가 어렵게 찾아온 만큼, 단순 주거 재건축을 넘어 미래세..

이진숙 후보 낙마 왜?”… 분열한 충남대·침묵한 대전 국회의원
이진숙 후보 낙마 왜?”… 분열한 충남대·침묵한 대전 국회의원

“사안으로 보면 강선우 후보가 더 문제 아니냐.”“지역대 총장 출신이라 희생양이 된 거다.”“대전 국회의원들은 엄호했어야 했다.”“충청 출신 장관이 1명은 있어야 하지 않나.”이재명 정부 초대 신임 내각 후보 중 유일하게 충청 출신이던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의 낙마를 놓고 여러 반응이 나오고 있다.집권당 내에서 별다른 조력자조차 없이 장관 후보까지 지명돼 기대감을 모았던 이 전 후보. 인사청문회에서도 여러 논란을 정면돌파하면서 비판 여론을 일부 잠재우기도 했지만, 끝내 대통령실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인사청문회 전부터 쏟아진 의혹..

`요일제 몰라 헛걸음에 신청접수처 오인까지`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첫 날 잇단 해프닝
'요일제 몰라 헛걸음에 신청접수처 오인까지'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첫 날 잇단 해프닝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이 시작된 21일 대전에서는 시민들의 관심이 폭발하면서 곳곳에서 혼선을 빚었다. 일부 시민들은 요일제 운영을 숙지하지 못해 헛걸음했고, 대부분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선불카드가 조기 마감됐다. 또한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는 신청 접수처로 오인한 접속자들이 몰리면서 서버가 폭주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날 오전 9시 대전 서구의 한 행정복지센터.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신청접수가 시작되자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센터로 몰렸다. 벽에 붙은 안내문을 확인하거나 직원에게 설명을 듣는 모습이 이어졌고, 대부분 신분증을 손에 쥐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생회복 소비쿠폰 접수 첫 날…북적이는 행정복지센터 민생회복 소비쿠폰 접수 첫 날…북적이는 행정복지센터

  • 쿨링포그로 식히는 더위 쿨링포그로 식히는 더위

  •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지급 D-1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지급 D-1

  • 위험한 하굣길 위험한 하굣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