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편 가르기와 친구하기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박광기의 행복찾기] 편 가르기와 친구하기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9-10-1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1170485237
게티 이미지 뱅크
세상에 내 편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은 항상 늘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언제나 외로움을 느끼고 때로는 혼자라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내 편이 있다는 것은 정말 마음 든든하고 큰 버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나의 편과 나의 편이 아닌 사람으로 굳이 구분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나의 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편을 더 많이 접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더 내 편에 집착하고 내 편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내 편은 가깝게는 가족이나 친구, 동창, 직장 동료 등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가장 잘 알고 우리와 뜻을 같이 하거나 일정 부분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가깝고 서로가 잘 아는 지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내 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평소 친분이 두텁고 서로를 잘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특정 사안이나 아니면 사소한 오해 또는 섭섭함으로 인해서 내 편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분들과 등을 돌리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말 믿고 싶지 않지만, 흔히 말하는 영원한 동지나 영원한 친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에 조금은 아쉽기도 합니다. 아울러 친구라는 의미도 과연 평생을 함께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친구가 과연 얼마나 있는 가를 생각하면 그 아쉬움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친구를 만든다는 것은 분명히 또 다른 내 편을 만들거나 생긴다는 의미에서 정말 긍정적이고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진정한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또 진정한 친구가 있다는 점에서 인생의 행복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를 만들고 친구를 내 편으로 생각하는 이면에는 평소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내 편과 내 편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친구를 만들어 내 편으로 삼는 것은 그 반대의 개념에서 보면 내 편이 아닌 또 다른 부류를 전제로 하고 그 부류에 속하지 않는 경계를 구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면서 만나고 교류하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내 편과 내 편이 아니 사람으로 양분하는 것은 위험한 사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의 주변에서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내 편 그리고 다른 편으로 구분할 수 없는 그냥 알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너무나 쉽게 자기 스스로와 다른 사람들을 내 편과 내 편이 아닌 사람으로 의도적으로 그리고 의도하지 않는 무의식적으로 구분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편이 아닌 사람들을 경계하고 무시하고 질시하고 미움과 갈등의 대상으로 간주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양분하고 두 부류로 구분하는 것이 우리의 사고를 단순화 하고 스스로의 복잡성에서 벗어나려는 어쩌면 본능적인 무의식에 우리가 익숙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단순히 내편이 아닌 사람이나 나를 반대하는 사람을 궁극적으로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 스스로를 방어하고 지키려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가 인간의 삶의 대부분에 팽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이념적인 사고 역시 진보나 보수, 찬성과 반대, 수성과 개혁 또는 변화 등과 같이 구분하려고 하니 말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에는 이와 같은 이분법적 논리 또는 사고가 지속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양극화라는 현상이 심화되고, 그 양극화는 사회 전반에서 마치 변하지 않는 진리처럼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양극화의 현상은 가진 자와 못가진 자라는 경제적인 물질의 양극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는 인식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어떤 것도 스스로 거부하고 나와 남, 친구와 적, 찬성과 반대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자기 스스로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강요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것 아니면 다른 것을 선택하라는 강요는 선택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나 그 어떤 것에도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을 소위 비겁한 것으로 간주하고 내편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동일시하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이런 경직된 사고나 선택의 강요는 결과적으로 극심한 양극화와 분열과 갈등, 대립과 투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음에도 말입니다.

이와 같은 현실을 직시하면서, 지금은 작고하신 존경하는 대학 은사님께서 대학 졸업을 앞둔 제게 사석에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은사님께서는 인생의 끝에서 그때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이거나 비난하지 않는 사람이 전체의 반 정도만 되면 정말 잘 살아온 것이라고 생각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해가되는 일을 하지 말고 살라는 당부도 하셨습니다. 어찌 보면 은사님의 말씀이 너무나 평범한 것이라서 그 당시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은사님이 하신 말씀의 의미를 이제 조금은 이해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평범하고 당연한 말씀의 뜻에 따르는 삶을 산다는 것이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며 어쩌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씀을 새기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삶에서 우리는 그 동안 내 편을 만들고 친구를 만들기에만 집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내 편과 친구를 만드는 것이 또 다른 이면에서 나의 적과 반대하는 사람들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내 편이 아닌 사람을 비난하고 원망하고 분열과 갈등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만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분열과 갈등의 원인에 대한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음에도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사회의 갈등과 분열에 대한 해법은 바로 우리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의식적으로 그리고 또한 무의식적으로 정해 놓은 편 가르기에 우리 스스로가 매몰되어 그 속에서 갈등과 대립을 더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제 우리가 스스로 정해 놓은 편 가르기라는 허상에서 벗어나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 허상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스스로의 갈등과 대립과 투쟁과 불행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번 주말 스스로를 묶어 놓은 사슬을 깨는 사고를 정리해야겠습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3.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