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노란봉투법'의 진실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노란봉투법'의 진실

이훈 노무사

  • 승인 2023-11-16 14:19
  • 신문게재 2023-11-17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훈 노무사(노무법인 동인)
이훈 노무사
9일 국회에서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지난 2월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가결되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었으나 여당의 반대로 60여일간 심의없이 표류하던 '노란봉투법'은 소관 상임위인 환노위에서 3/5의 동의로 본회의 직회부를 거쳐 약 8개월만에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어김없이 대통령실은 이르면 28일 국무회의에서 다시 거부권 행사검토를 시사하고 있고, 경총을 비롯한 업종별 단체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고 나섰다. '노란봉투법'의 내용이 무엇이길래, 윤석열 정부는 집권 1년 반만에 양곡관리법, 간호법에 이어 벌써 세 번째 거부권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을까? '노란봉투법'의 주요내용은 불법 쟁의행의로 인한 손해배상은 각각의 책임범위 내에서 청구하도록 하고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 결정할 수 있는 원청 사용자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먼저, 개인이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행위에 대해서만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과실 책임주의는 우리나라 민법의 대원칙일 뿐 아니라 시민의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은 파업이 끝나고 나면 파업참가자들에게 수백억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하고 그것을 1/N씩 청구함으로써 사실상 노동조합 운동을 파괴해왔다. 예를 들어 시민 수 백명이 참가한 시위현장에서 일부 발생한 불법행위를 빌미로 불법행위자, 시위 주최자와 단순 참가자를 구별하지 않고 수백억의 손해배상액을 똑같이 1억씩 청구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사실상 집회와 시위 금지행위에 해당하게 될 것이다. 이미 대법원에서도 쌍용자동차 불법파업 손해배상 판결에서 개별 조합원에 손해배상책임은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둘째, 지난해 8월 26일 고용노동부가 밝힌 고용형태 공시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300인 이상 기업의 파견·하청등 간접고용 노동자는 약 17.9%에 달한다. 특히 조선업은 그 비율이 62.3% 달하고 건설업도 47.3%가 된다고 한다. 즉 조선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10명 중의 6명이 하청 노동자이고, 건설업은 10명 중 5명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이들 하청노동자는 사실상 임금 결정권을 가진 원청 사용자와 임금협상과 단체교섭을 하지 못하고, 아무런 권한 없는 하청 사용자와만 단체교섭을 하라는 것이다. 결국 불법 파업을 무릅쓰고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하게 되고, 협상이 타결되어도 원청 사용자는 수백억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하여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형국이다. 이 또한 대법원에서는 원청 사업주도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상의 사업주라 결정한 바 있다.

결국 '노란봉투법'은 사실상 법률의 최종 해석권한이 있는 대법원에서의 해석에 맞추어 개정한 법률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총과 업종별 단체는'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극단적인 불법행위를 과도하게 보고하고 원청업체에 대한 쟁위행위를 정당화시켜 기업과 국가경제를 무너뜨리는 악법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고 있다. 이미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법률 해석이 완료된 내용을 법률로써 명시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무리수를 써가며 거부권까지 행사해달라는 경총등 사용자 단체의 호소는 왜일까?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1/N으로 청구해도,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을 거부해도 결국 법원으로 가게 되면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사용자의 패소는 이미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소송 절차의 늪으로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끌어들이고 나면, 기나긴 소송과 막대한 소송비용으로 이들이 하나둘씩 소송을 포기할 것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2009년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에 맞선 77일간 파업이 가져온 상처는 너무나 가혹했다. 법원의 복직판결로 35명이 복직되었지만, 이미 100여명의 노동자가 구속되고, 노조와 노조원들에게 100억원대의 손해배상금액이 청구되어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을 포함한 33명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등 많은 이들의 가슴을 무겁게 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비극에 대한 사회적 성찰과 반성을 바탕으로 한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고노동자와 가족의 비극에 대한 국회의 최소한의 책임인 "노란봉투법"마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가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훈 노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전 반대 "정치권 힘 있는 움직임 필요"
  2. 장애인활동지원사 급여 부정수급 수두룩…"신원확인·모니터링 강화해야"
  3. 2025년 국가 R&D 예산 논의 본격화… 출연연 현장선 기대·반신반의
  4. 세종시 대평동 '종합체육시설' 건립안 확정...2027년 완공
  5. [썰: 기사보다 더 솔깃한 이야기] 최규 대전 서구의원, 더불어민주당 복당?
  1. 학생 온라인 출결 시스템 '유명무실' 교원들 "출결 민원 끊이지 않아"
  2. 대전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 이장우 "법 어길 수 없다" 중앙로 지하상가 강경입장
  3. 감스트, 대전 이스포츠 경기장서 팬사인회… 인파 몰려 인기실감
  4. 민주평통 유성구협의회, 백두산 현장견학…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의 길을 찾아서"
  5. [사설] 불법 홀덤펍, 지역에 발붙여선 안 된다

헤드라인 뉴스


장애인활동지원사 부정수급 만연…"모니터링 강화해야"

장애인활동지원사 부정수급 만연…"모니터링 강화해야"

<속보>=대리 지원, 지원시간 뻥튀기 등으로 장애인 활동지원사 급여 부정수급 사례가 만연한 가운데, 활동지원사 신원확인과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도일보 2024년 5월 2일자 6면 보도> 2일 취재결과, 보건복지부 장애활동지원 사업으로 활동하는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장애인의 가사, 사회생활 등을 보조하는 인력이다. 하지만, 최근 대전 중구와 유성구, 대덕구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 급여 부정수급 민원이 들어와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대부분 장애 가족끼리 담합해 부정한 방식으로 급여를 챙겼다는 고발성 민원이었는데, 장..

2025학년도 충청권 의대 389명 늘어난 810명 모집… 2026학년도엔 970명
2025학년도 충청권 의대 389명 늘어난 810명 모집… 2026학년도엔 970명

2025학년도 대입에서 충청권 의과대학 7곳이 기존 421명보다 389명 늘어난 810명을 모집한다. 올해 고2가 치르는 2026학년도에는 정부 배정안 대로 970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대전지역 의대는 199명서 156명이 늘어난 355명을 2025학년도 신입생으로 선발하고, 충남은 133명서 97명 늘려 230명, 충북은 89명서 136명 증가한 225명의 입학정원이 확정됐다. 2일 교육부는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과 함께 '2025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제출 현황'을 공개했다. 2025학년도 전국 의대 증원 총..

"앞으로 욕하면 통화 종료"… 민원 담당 공무원엔 승진 가점도
"앞으로 욕하면 통화 종료"… 민원 담당 공무원엔 승진 가점도

앞으로는 민원인이 담당 공무원과 전화 통화를 하며 폭언하는 경우 공무원이 먼저 통화를 끊어도 된다. 기관 홈페이지 등에 공개돼 이른바 '신상털기(온라인 좌표찍기)'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공무원 개인정보는 '성명 비공개' 등 기관별로 공개 수준을 조정한다. 행정안전부는 2일 국무총리 주재 제38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3월 악성민원에 고통받다 숨진 채 발견된 경기 김포시 9급 공무원 사건 이후 민원공무원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여론에 따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덥다,더워’…어린이날 전국에 더위 식혀줄 비 예보 ‘덥다,더워’…어린이날 전국에 더위 식혀줄 비 예보

  • 도심 속 공실 활용한 테마형 대전팜 개장…대전 혁신 농업의 미래 도심 속 공실 활용한 테마형 대전팜 개장…대전 혁신 농업의 미래

  • 새하얀 이팝나무 만개 새하얀 이팝나무 만개

  • 2024 대전·세종·충남 보도영상전 개막…전시는 7일까지 2024 대전·세종·충남 보도영상전 개막…전시는 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