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54. 사회적 약자에게 연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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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54. 사회적 약자에게 연민을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1-25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경제는 자본과 노동이 결합하여 발전합니다. 그러나 자본과 노동이 충돌하는 경우도 많지요. 노사관계는 협력적일 때는 '착한 성장'이 가능하지만, 갈등이 심화하거나 철저한 신자유주의 체제에서는 '양적 성장' 위주로 진행되고 그 결과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지요.

그런 연장 선상에서 기득권 세력과 사회적 약자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계층이 상생 관계에 있을 때는 그 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적이지만, 대립적일 때는 불신과 분노가 팽배하는 사회가 되지요. 그러나 두 집단은 협력 관계일 때가 거의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자본과 노동의 갈등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대기업 임원으로 있다가 국회의원이 되신 분이,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업과 가진 자를 악이라고 보는 우리의 인식이 문제다."라고 얘기했습니다. 기업이 없으면 노동이 있을 수 없고, 노동자에게 분배되는 상당 부분의 정부 예산도 기업에서 충당한다고 하면서 기업이나 가진 자를 악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는 것이지요.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기업에 요구하는 것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달라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은 우리나라 '상위 0.1퍼센트'의 한 해 수익이 하위 26퍼센트 인구 소득을 합한 것보다 많다는 현실에 상당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재산 형성이 능력과 노력에 기인했다고 인정을 받는 분들도 있지만, 그분들도 미국의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과 같이 공익사업에 많이 투자하고 재산을 상속하지 않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지요.

사회적 약자들은 금전적 보상만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와 권력을 가진 정치·경제 엘리트들의 따뜻한 시선을 원하는 것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당연히 사회적 약자 편에 서야 하는 종교마저도 극히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정치화·세속화되었다는 점입니다. 면죄부를 사야 구원을 받는다는 중세 가톨릭 교단의 극단적인 타락이 종교 개혁의 원인이 되었는데, 지금 극히 일부 개신교는 자신이 탄생한 이유를 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6·25 전쟁 이후 최빈국 중 하나로 시작한 우리나라는 가장 짧은 기간 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세계적 모범국가입니다. 지금도 국위를 선양하는 K컬처 등 각 분야의 한류는 세계를 감동시키고 지구촌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는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출산율 최저, 빈부격차 최고 수준, 신뢰 지수 최하위 등 부끄러운 세계 기록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 경제와 기후 위기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세계화를 추진하다 보니 전 세계가 공급망으로 얽혀 있어 생산과 유통에서 어느 한 나라가 마비되면 그것은 여러 나라에 그대로 영향을 줍니다. 몇 년 전 요소수와 관련한 우리의 어려움도 이와 무관하지 않지요. 지금도 미국과 예멘 후티 반군과의 갈등으로 글로벌 무역 요충지 홍해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요.

그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 경제는 단기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효율성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렇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위험 부담을 약자에게 지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탄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요. 지난번 코로나 19라는 재난을 겪으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실감했습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되던 음식점 종업원, 배달원, 돌봄 노동자 등이 바로 그 사람들이었습니다. 저임금으로 일해온 노동자들이 우리에게는 필수적이고 절실한 사람들이지요. 그래서 사회적 약자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좋은 성장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을 가져야 합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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