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24.후루마쓰의 신목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24.후루마쓰의 신목

  • 승인 2017-08-25 00:01
  • 최민호최민호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24.후루마쓰의 신목

이제 막 청년기에 들어선 젊은 남녀들에게 자존심과 열정이란, 한 숲에 사는 사자와 토끼 같아서 번갈아 나타날 뿐 동시에 나타나는 법은 없다.

상대방이 맘에 들어도 사자와 같은 자존심이 고백을 허락지 않다가, 막상 사자가 없어지면 토끼와도 같이 구애를 위해 열정적으로 온 숲속을 뒤지고 다닌다.

마순원과 나리코는 처음에는 서로 어색함과 수줍음으로 말을 아꼈지만 그런 형식의 껍데기가 한 꺼풀 벗겨지자 제법 많은 말을 나누게 되었다.

후루마쓰는 하루 종일 연구실에만 있어 마순원은 범접하기가 쉽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저절로 나리코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다.

대화도 일상적인 것에서 점점 깊은 내용으로 발전하게 됐다.

후루마쓰라는 인물이 도대체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인지 못내 궁금했던 마순원은 나리코가 아무렇지도 않은 양 담담하게 들려주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숨이 막히는 듯하였다. 

후루마쓰는 선천적으로 농아였다. 그 정도도 심해 후루마쓰는 어떠한 소리를 듣거나 낼 수 없는 장애인이었다.

그가 농아로 태어났을 때 집안에서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후루마쓰 집안의 내력, 즉 유전적으로 농아인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집안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후루마쓰 집안은 어떤 규칙도 없이 선천적인 농아가 태어나는 특이 유전혈통을 갖고 있었다.

다만 여자에게는 농아가 태어나는 법이 없었다.

후루마쓰 집안에서 농아가 태어나면 그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바와 같다.

그는 신목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으로 간주되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조상신, 신목이 점지한 자식인 것이다.


후루마쓰 집의 시조는 바로 나무로 미륵상을 조각하는 사람이었고, 그가 죽어 남기고 간 나무가 야마노아마고우치 깊은 산 사당 안에 모셔져 있는 신목이라는 것이다.

그 신목은 붉은 소나무라 하지만, 생김새가 범상치 않게 굵고 붉으며 구불구불 뻗어나가 줄기와 가지는 마치 용이 하늘에 비천하는 상이었고, 솔가지나 이파리도 푸른빛이 남달라, 비유를 한다면 봉황이 하늘을 날아오르는 양 모두 솟구쳐 오르는 형상이었다. 

누구든지 이 나무를 보기만 하면 그 장엄하고도 신묘한 모습에 고개가 수그려졌다.

바로 이 신목의 씨앗을 가져와 심었던 시조 할아버지는 바다를 건너 온 분이었는데, 신목의 나무로 미륵상을 조각하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아무 소리도 못 듣게 되었다는 전설이 아직도 살아있는 후루마쓰 집안을 무거운 중량감으로 휘감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 나무는 후루마쓰 집안을 지켜주는 수호목으로 여겨져 후루마쓰 집안에 일이 생기면, 이 신목에 가서 제사를 지내고 빌면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신목에게 아무나 접근되지 않도록 후루마쓰 집안은 반드시 신목지기를 두고 사당을 지키고 봉사하도록 하였는데, 신기하게도 후루마쓰 집안에서 대를 끊지 않고 나타나는 농아자가 그 몫을 다 해 왔다는 것이다. 

후루마쓰 집안은 대대로 산과 나무를 업으로 하며 살아왔지만, 그래서 이 인근 일대의 산은 야마노아마고우치 산을 비롯해서 후루마쓰의 집안 종중재산으로 말하자면 이로 인해 생활에 빈곤함은 없었다.

그 그늘에는 신목의 보살핌이 넓은 자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라고 집안 사람들은 믿었다.

또 한가지 신기한 것은, 후루마쓰 집안 사람들의 재능이었다.

말 못하고 듣지 못하는 유전인자가 있는 것은 그렇다 하지만, 말을 하고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언변이 청산유수라는 것이다.

후루마쓰 집안사람들에 유독 변호사나 정계에 많은 배출을 하고 있는 것도 집안 내력과 무관치 않는다고 나리코는 말했다.

그래서 나리코가 언어감각이 뛰어난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닌 것이었다.

후루마쓰 마사히로. 

나리코의 아버지는 태어나면서부터 농아로, 그리고 자라나면서 신목의 사당지기로 교육받고 종사해 왔다.

그는 신관이 된 것이다.

아침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는 사당에 봉사하러 간다.               

그는 말은 못하지만, 생각이 많았다고 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도 없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늘 무언가를 꿈꾸며, 그리는 눈이었다고 한다.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머리가 영특하였다.

그는 농아학교에서도 수석을 양보치 않았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 임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후루마쓰가 강력하게 갈망한 공부였다.

임학을 공부하면서 그는 온 산, 온 나무를 찾아다니며 헤매며 무언가를 알고자 했다.

나무에 관한 한 그는 박사가 아닌 신계에 달한 달인이라 했다.

그는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가 강의하는 것을 입모양을 보고 타자를 칠 수 있었고, 노트북 컴퓨터가 개발된 뒤로는 문자 그대로 그의 입과 귀가 되었다.

그는 학위나 학계의 명성을 바라지 않았다.

교수가 되어 학생을 가르치기는 것이나 학회의 세미나에서 발표한다는 것에 소극적인 이유는 다 사정이 그러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말하지 못하는 것을 기록하였다.

무엇을 연구하는지 세상 사람들은 알 수 없었다.

언젠가 그의 정리된 기록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고 나리코는 말하면서, 시즈오카 국제 꽃박람회가 개최될 때 플라워텔레스코우프를 아버지를 졸라 한번 출품해 보았다고 했다.

세상에 아버지를 알려 보고 싶은 나리코의 바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아무런 명성도 업적도 기억되지 않았다. 

순원은 그제사 주곤중이나 자기가 찾아왔을 때도 후루마쓰가 결코 반가와 하지 않았던 것이나, 나리코만이 성의껏 자기들을 대접한 것이나 하는 것이 이해가 갔다.

그런가. 그랬다.

그런 신화 같은 사람이, 신화 같은 곳에서, 신화 같은 일을 하면서, 신화 속에서 플라워텔레스코프는 잉태되고 있었다.

(계속)

/우보 최민호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타임월드 매각 검토에 둔산 상권 촉각…백화점 유지 변수
  2. 타임월드 매각 검토에 고용 불안…노조 “안정 보장하라”
  3. 대전 한전 전력연구원 ESS 화재…배터리팩 28개 전소
  4. 행정수도 온통대전 충청 밥상머리 민심 관통 전망
  5. 최재근 일자리진흥원장과 전용석 대전신보재단 이사장 각각 임명
  1. 대전시 지역 첫 방산 소부장 특화단지... 'AX 클러스터' 시정동력 탄력
  2. 허태정 "트램 흔들림 없이 추진" 정상 추진의지 밝혀
  3. 충남 천안·아산 7개 산업단지, 반도체 후공정 특화단지 지정
  4. 중부권 최대 민속놀이 대축제…제36회 충남도지사배 민속대제전 성료
  5. 석 달 파행 끝낼까…대덕구의회 21일 의장단 선출

헤드라인 뉴스


전국 유일 `식물의회` 대덕구의회 의장 선출 또 무산

전국 유일 '식물의회' 대덕구의회 의장 선출 또 무산

석 달째 '감투 싸움'으로 개점휴업 상태인 대전 대덕구의회가 21일 임시회를 열고 다시 의장 선출에 나섰으나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또다시 무산됐다. 전국 227개 기초의회 가운데 아직까지 원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한 곳은 대덕구의회가 유일하다. 민생 현안은 뒷전인 채 의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주민들이 의회에 근조화환을 보내는 등 지역사회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21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대덕구의회는 이날 오전 제295회 임시회를 열고 전반기 의장 선출을 위한 표결을 진행했으나 단독 후보로 등록한 서미경..

저축성예금 50조원 목전 둔 대전... 은행권 예금 금리 경쟁에 더 오를까
저축성예금 50조원 목전 둔 대전... 은행권 예금 금리 경쟁에 더 오를까

주요 시중은행이 앞다퉈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며 금융소비자 모시기에 나서면서 50조 원을 목전에 둔 대전 예금은행 저축성예금 수신 잔액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은행들이 수신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정기예금 금리를 3% 중반까지 올리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대표적인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1%포인트 올렸다. 지난 14일 같은 상품 금리를 최고 0.6%포인트 올린 이후 일주일 만에 추가 인상이다. 이에 따라 1년 이상 2년 미만 만기 예금 금리는 연 3.4%에서 3.5%로 올..

충청권 AI활용 발전비전 전력공급 원활한 확보 시급… 화력발전 의존 장래에 불리
충청권 AI활용 발전비전 전력공급 원활한 확보 시급… 화력발전 의존 장래에 불리

충청권 지자체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방산·바이오·반도체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 AI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있지만, 필요한 전력 확보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충청권은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데다 송전망과 무탄소 전원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향후 데이터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전력 공급에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한국전력 대전충남본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충북이 AI를 활용한 성장전략에 집중하면서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나 전력공급이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한다’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한다’

  • 미리 보는 2026 지상군페스티벌…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실전 시현 미리 보는 2026 지상군페스티벌…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실전 시현

  • ‘풍요로운 추석 명절 보내세요’ ‘풍요로운 추석 명절 보내세요’

  •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 차례상 차리기 배우는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