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01강 막비천운(莫非天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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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01강 막비천운(莫非天運)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12-2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01강 막비천운(莫非天運) : 하늘이 정한 운수로다.(하늘의 운이 아님이 없다)

글 자 : 莫(없을 막) 非(아닐 비) 天(하늘 천) 運(운수 운)으로 구성된다.

출 처 : 태종실록(太宗實錄)과 한국 인명대사전(韓國 人名大辭典)에 보인다.

비 유 : 하늘의 타고난 운(運)은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음을 비유함

대한민국은 2022년부터 시작되는 5년 기간의 왕(王)을 선출하게 된다.

그런데 나라를 안정시키고, 살맛나는 나라를 만드는 왕을 뽑아야하는데 그들의 선거운동이 초등학교 반장선출보다 페어플레이를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매사가 상대방의 약점에 대한 비방(誹謗)이나 인신공격(人身攻擊)의 추한 모습뿐이다.

왕은 하늘이 낳는다는데 하늘이 누구를 점지해주실지 가늠하기 어렵고 측근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일 추한 자료를 가지고 침 튀기는 설전을 쏟아내고 있다.

조선의 태조(太祖) 이성계(李成桂.1335~1408)는 제1차 왕자의 난(亂)이 일어나자 둘째 아들 방과(芳果/정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뒤 상왕(上王)이 되었다. 그 후 다시 다섯째 왕자 방원(芳遠.1367~1422)이 제2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태종(太宗)으로 즉위하자 태조는 태상왕(太上王)이 되어 함흥(咸興)으로 은거해 버렸다.

이에 태종은 태상왕의 노여움을 풀고자 성석린(成石璘), 박순(朴淳) 등을 함흥으로 보냈으나 모두 죽임을 당하여 돌아오지 못했다. 여기에서 유래된 말이 함흥차사(咸興差使)이다. 태종은 마지막으로 태조의 정치적 스승이기도한 무학대사(無學大師)를 불러 자기의 심정을 털어놓고 아버지를 꼭 모셔 오도록 간곡히 부탁했다.

이로써 무학대사는 석왕사(釋王寺)에서 태상왕인 이성계를 만나 그간의 정(情)을 나누었다. 그리고 태종에 대해 말했다. "금상(今上)에게 비록 과실이 있다 하나 전하의 사랑하는 아들이 아닙니까? 이제 인륜을 끊어버리신다면 금상은 그 자리에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보위가 불안하면 신하와 백성들의 마음이 동요되고, 나라가 위태롭게 될 것입니다. 부디 이를 통찰하시어 하늘이 맡기신 왕업을 보전케 하시옵소서."

드디어 이성계는 무학대사의 간절한 설득으로 함흥을 떠나 한양(漢陽)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한편 태상왕 이성계가 환행(還幸) 길에 올랐을 때, 임금 태종은 그의 심복 하륜(河崙)과 만조백관들을 거느리고 친히 의정부까지 영접을 하기위해 출영하였다.

구름 같은 차일(遮日)을 치고 장막을 두르고, 모두 환영 절차와 그 준비를 서두를 때, 하륜(河崙)이 아뢰기를 "차일기둥은 특히 아름드리나무를 써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의아한 태종이 "그건 왜 그런고?" 라고 하문하자 하륜은 심각한 표정으로, "차차 아시게 되실 터이니 이번만은 꼭 큰 기둥을 써야 되겠사옵니다"라고만 할 뿐이었다. 워낙 지혜 주머니라 일컫는 하륜이요, 또 누구보다도 임금 태종의 신임이 두터운 그 인지라, 태종은 더 묻지 않고 아름드리 통나무로 차일을 떠받치게 하였다.

이윽고 태상왕의 환도식은 엄숙하고도 장엄한 분위기 속에서 거행하게 되었다. 그 때 태상왕은 마련된 상좌로 올라가 앉아, 태종이 들어와 배알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임금 태종은 곤룡포와 익선관에 만조백관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그가 그렇게 들어오는 모습을 굽어보고 있던 태조의 얼굴에는 순간 긴장과 노기의 빛이 가득히 어리었다.

여러 해 만에 만나는 이 아들, 미우나 고우나 어쩔 수 없는 일이거니…… 굳이 마음을 돌리려던 조금 전까지의 생각과는 딴 판으로, 태상왕의 입술은 자신도 모르게 파르르 떨리면서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예끼, 이 고얀 놈! 네가 그래 무슨 면목으로……" 말도 채 맺지 못한 그는 옆에 놓인 강궁(强弓)을 들어 화살을 메기더니, 한 대에 태종을 꿰뚫으려는 듯 활시위를 당겼다.

실로 아슬아슬하고, 모든 사람들이 경악하는 순간, 살은 푸르르 날아가 차일의 큰 기둥에 꽉 꽂히었다. 태종은 어느 틈에 기둥 뒤로 몸을 피하였던 것이다. 그러자 태조는 성이 좀 풀리는지 화살을 내던지며 "천운은 어쩔 수가 없구나(莫非天運)" 하고 탄식하였다.

이제 헌주(獻酒/술을 올리는 예법)만이 남았다. 물론 태종이 손수 잔을 따라 부왕에게 올려야 하는 것이다 그 때 옆에 있던 하륜이 태종에게 귓속말로 속삭이듯 아뢰었다. "태상왕의 노기는 아직도 측량키 어렵사오니 잔은 근시관(近侍官/임금을 가까이 모시는 벼슬아치)으로 하여금 대신 드리게 하옵소서." 태종도 이 말을 그럴싸하게 여겨, 술은 자기가 손수 따랐지만 근시관을 시켜 올리게 하였다. 그러자 태상왕은 긴 한숨과 함께 소매 속에서 철퇴(鐵槌/쇠로 만든 몽둥이)를 꺼내서 던지고 잔을 받으며, "하늘이 정한 운수로다(莫非天運), 사람으로 어쩔 수 없구나!" 라고 하였다. 그리고 헌주의 예가 끝나자 태상왕은 드디어 옥새(玉璽)를 꺼내어 태종에게 내던지면서, "옛 다, 이 놈! 네가 종당 탐내던 게 바로 이것이지?"하였다. 태종은 마지못해 세 번 사양하는 척하다가 그것을 받았다. 이리하여 태조는 다시 한양으로 환궁하였는데, 그는 왕위에 있기 7년, 상왕으로 10년 만인 춘추 74세에 승하하였다.

옛말에 나라님은 하늘이 낸다고 한다.

그런데 하늘은 말을 못하고 행동으로도 누구를 점지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동양의 철인 맹자(孟子)는 천심(天心)이 곧 민심(民心)이라했다. 곧 백성이 지적하는 자가 왕이 되는 것이다. 봉건시대에 벌써 민주주의가 세상을 운영하는 주체임을 역설한 것이다.

요즈음 대선후보들이 가족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가족도 흠이 없어야 됨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후보를 종합적으로 검증하여 누가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여 국민을 편안히 살도록 할 수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하루 빨리 이 나라의 혼란을 수습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맞이하여 잃어버릴 뻔한 대한민국의 국운(國運)을 다시 잡아야한다. 하늘을 대신하는 국민들의 올바른 선택이 향후 5년의 대한민국 운명을 가름할 것이다. 막비천운(莫非天運)이 가까이오고 있다.

하늘[국민들]이시여! 현명한 선택을 기대합니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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