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대학의 사회적 책무와 착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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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대학의 사회적 책무와 착한 교육

이철성 건양대 총장

  • 승인 2022-01-11 09:48
  • 신문게재 2022-01-12 18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이철성 총장 교체
이철성 건양대 총장
윤현식(23) 학생은 지난달 한국의 우수한 청년 100명에게 주는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 윤 군은 신입생 때에 이미 '우울증을 잡아먹는 심리치료 VR'이라는 아이디어를 정부기관 공모전에 출품해 주목받았으며, 충남 청소년 위원회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방혜림(23) 학생은 세계적인 기업 SAP와 취업이 예약된 학과의 학생이다. 전공과 무관하고 취업과도 관련이 없지만, 중소도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초중고 학생 활동의 멘토 역할을 해주는 등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 자원봉사유공자 표창을 받았다.

이지훈(24) 학생은 5명의 재활복지로봇팀의 리더이다. 이들은 'EMG 근전도 신호와 딥러닝을 통해 뇌졸중 편마비 재활기기'에 대한 실전 문제 해결형 결과를 유관 학회의 경진대회에 제출하여 최우수상을 받았다.

자신의 전공과 이론 지식을 현실에 적용하는 활동과 사회적 공익을 위한 자원봉사활동은 소득 및 결과물에서 가시적 효과를 얻기 어렵다. 그러나 가치관이 뚜렷하고 공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활동성은 세계적 거대 담론과 이상하리만큼 연동되어 있다.



2050년까지 인류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핵심 과제는 무엇일까? 사회적 차원에서는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며, 인간과 자연에서는 환경과 기후의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대적 담론은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과도 연결될 수밖에 없다. 대학도 인간과 사회, 인간과 자연 생태계와 연관된 모든 분야에 책임성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반도체와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 세계는 최첨단 기술의 자국화와 자원의 무기화라는 신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이에 우리의 대학은 인공지능, 디지털 헬스케어, 바이오, 수소연료전지 등 최첨단 산업에 필요한 인재양성에 주력해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인재 배출에도 힘을 쏟아야 하며, 동시에 지역 기업과 연계된 현장실습을 통해 우수한 실무형 인력 양성도 담당해야 한다. 또한 대학은 저출산 시대를 극복을 위한 전문 교육과 청년 일자리 연계에 힘쓰고,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을 위한 사회통합 교육도 담당해야 한다. 건강하고 부유해진 55세~75세의 욜드세대(Young Old)와 빈곤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전생애주기 교육의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대학이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교육이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대학의 사회 책무성(University Social Responsibility, USR) 교육이 그것이다. 이 교육은 '전문 교육'을 포함하는 상위의 개념이며, 대학이 수행해야 할 '착한 교육'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매출과 이익만을 따졌던 기업도 이제는 '당신 회사 덕분에 세상이 얼마나 더 나아졌는가'라는 질문 답해야 하는 시대이다.

그러나 현재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 미달의 위기에 내몰린 우리 대학의 현실은 어떠한가?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외치며 대학 간 인기 전공 베끼기, 학과 이름만 고치기, 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높이기에 열심이다. 그러기에 대학에서 환경과 기후를 생각하고, 장애와 비장애를 인식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교육은 대학의 생존과는 상관없는 그저 '착한 교육'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사회적 양극화와 환경에 대한 거대담론의 해법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팬데믹 상황에서 학력의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도, 사회적 불공정과 빈부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토대도, 세대 간 공존의 길도 착한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MZ세대가 대학에 진학하는 시절이다. 대학도 단순한 위기 극복 차원이 아니라 미래 지속가능성을 위한 착한 교육의 관점에서 교육혁신에 돌입할 시점이 되었다. 대전·충청의 몇몇 대학을 비롯해 전국의 유명 대학들이 기업의 ESG 경영을 대학교육에 담아내고자 노력하는 것도 바로 '착한 교육'의 참된 가치를 열고자 하는 진지한 움직임으로 주목되는 이유이다.

이철성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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