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리그 축구 미생들의 120분 연장 대혈투

  • 스포츠
  • 축구

3부리그 축구 미생들의 120분 연장 대혈투

FA컵 K3리그 대전 한국철도 1부리그 대구에 연장에 승부차기 대접전

  • 승인 2022-05-26 15:44
  • 수정 2022-05-27 09:52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clip20220526134523
25일 2022하나원큐 FA컵 16강전이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열렸다. 대전 한국철도 선수들이 대구 공격수 제카와 공격을 저지하고 있다.(대한축구협회)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대혈투'였다. 120분간 그라운드를 달궜던 전사들은 주심의 휘슬 소리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25일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펼쳐진 FA컵 16강전 대전 한국철도와 대구FC와의 경기는 6골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였으나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라는 '러시안룰렛'을 돌린 끝에 승자를 가려냈다.

대전 한국철도는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K3팀 소속으로 국내 축구리그 3부 리그 팀이다. 프로와 아마추어 축구팀이 모두 출전하는 FA컵에 출전해 16강에서 K리그1(1부 리그) 대구FC를 만났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1부리그 대구FC가 유리한 위치에 있었고 대부분의 축구전문가들과 팬들도 대구의 승리를 예견하고 있었다. 이날 대구는 K리그1에서 뛰고 있는 주전급 대부분을 선발에 올렸다. 제카, 케이타, 세징야 등 외국인 선수들과 홍철, 이근호 등 베테랑 주전급도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전 한국철도 역시 주전급을 총동원했다. 한국철도 선수들 중 상당수는 K리그1, 2리그 출신들로 주전에서 밀려났거나 부상 등 기타 이유로 선택받지 못한 선수들이다. 한마디로 축구 미생(未生)들이다. 한때 자신들과 같이 땀을 흘렸으나 지금은 전혀 다른 위치에 있는 선·후배들과 FA컵 8강 티켓을 놓고 격돌하게 된 것이다.



한국철도가 홈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 외에는 유리한 점이 없었다. 대구에서 올라온 100여명의 서포터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분위기를 압도했다. 모든 것이 대구 승리에 무게가 실려 있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경기 양상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경기 주도권은 대구가 이끌었으나 선제골은 한국철도가 터트렸다. 전반 37분 순간적으로 열려있던 대구의 수비벽을 공격수 천지현이 파고들며 날린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허를 찔린 대구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공세를 퍼부었다. 그리고 후반 6분과 23분, 28분 높이를 앞세운 대구가 머리로만 3골을 넣었다. 한국철도는 후반 13분 PK를 얻어내 리드를 잡는 듯했으나 이후 두 골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골키퍼 박태원은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대구의 막판 공세에 몸으로 받아냈다. 수비수들 역시 몸을 던져 실점을 막아냈다. 후반 종료 불과 수십 초를 남겨놓은 시간까지 대구의 일방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후반 추가 시간이 끝나 갈 무렵 한국철도가 동점골을 넣었다. 교체로 들어온 송수영이 대구 문전 앞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더로 밀어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천금 같은 동점골이었다.

승부는 연장전까지 이어졌고 결국 잔인한 승부차기가 이어졌다. 한국철도는 4명의 키커가 골을 넣었지만, 마지막 키커 송수영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대구의 마지막 키커 세징야는 침착하게 골을 넣으며 팀의 승리를 확정 지었다. 장장 120분에 달하는 혈투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1부리그 6위 팀에 맞서 연장까지 끌고 간 한국철도는 서로를 다독이며 유유히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혈투에 혈투를 거듭했던 축구 미생들의 도전은 16강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8강 티켓은 넘겨줬지만, K3리그 대표로 저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김승희 감독은 "원없는 경기를 했다. 패배 보다는 팬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주지 못한 것이 마안하다"며 "상대가 베스트 멤버로 나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선수들이 선제골을 넣고 연장까지 잘 버텨준 부분에 대해선 고맙게 생각한다. 이제는 리그전에 모든 것을 집중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어 "늦은 시간까지 경기장에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준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금상진 기자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진명 작가 '세종의 나라'에 시민 목소리 담는다
  2. 대전 신세계백화점 앞 6중 추돌사고…1명 숨지고 2명 중상 등
  3. 대전문화방송과 한화그룹 한빛대상 시상식
  4. 세종 '행복누림터 방과후교육' 순항… 학부모 97% "좋아요"
  5. 전교생 6명인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 초대의 날 행사
  1. 사나래복지센터, 이웃들과 따뜻한 정 나누기 위한 사랑의 김장나눔
  2. [인터뷰]장석영 대한언론인회 회장
  3.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한국건축시공학회와 업무협약 체결
  4. 대전 향토기업 '울엄마 해장국'...러닝 붐에 한 몫
  5. 따르릉~ 작고 가벼운 '꼬마 어울링' 타세요!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