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대통령의 내재된 역사인식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대통령의 내재된 역사인식

오광영 (사)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 승인 2023-03-26 09:36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오광영 (사)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오광영 (사)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결정된 강제동원 노동자 문제의 해법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시민단체는 제3자 대위변제의 철회를 요구와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여론도 이번 회담의 성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휴대전화 100% ARS 조사, 표본수 1031명 응답률 3.0%, 표본오차는 95% ±3.1% 포인트)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의 긍정평가는 37.5%인 반면 부정은 60.0%에 달했다.

여야 간 찬반도 치열하다. 한미일 안보 강화와 미래를 위한 외로운 결단이었다는 것이 여당의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역사의식 없는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이 빚은 무능과 오만한 외교 참사라는 주장이다. 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동원노동자 해법을 이렇게 결정하고 밀어붙이는 데는 왜곡된 역사의식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통령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간단한 이력을 살펴보면 그 이유가 명징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할아버지 윤호병 옹은 1898년에 태어나 해방 이듬해인 1946년 사망했다. 생전에 관직을 지냈거나 기록에 남을 만한 어떤 행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선린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의 도쿄고등상업학교(현 히토쓰바시대학)를 졸업한 것으로 되어 있다. 1920년대에 일본으로 유학 갈 정도였으니 경제적으로나 꽤 부유하게 살았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할아버지가 졸업한 도쿄고등상업학교는 그의 아들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아버지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유학한 히토쓰바시대학의 전신이라는 사실이다.

아들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1931년 충청남도 논산군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공주농업고등학교(현 공주생명과학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충청의 아들'이라고 홍보했던 근거가 이렇듯 아버지의 출생지에 있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석사 졸업하고 한일수교 직후인 1967년 일본 문부성 국비 장학생 1호로 선발돼 일본 히토쓰바시대학 대학원에서 유학했다는 사실은 언론과 각종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윤기중 교수는 1997년까지 한양대 교수와 연세대 교수를 지내며 통계경제학자로서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냈고 통계학회와 한국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 과정에서의 정치적 활동들은 찾기 어렵지만, 그의 역사의식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있다. 소위 '뉴라이트운동'이 한창이던 2006년 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국선언'이 있었는데 윤기중 교수가 이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이 선언문의 내용은 북한 핵에 대한 규탄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를 주도한 뉴라이트 단체들은 일본 식민지배에 대한 정당성을 옹호하는 역사 인식을 가지고 활동해왔다.

뉴라이트의 대표적 인물인 유석춘은 "안중근은 테러리스트다"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친일인명사전에 수록할 명단을 발표하자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저해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짐작하건대 윤석열 대통령의 내재된 역사관은 아버지와 할아버지로부터 내려온 일본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은 특별히 가르침을 받지 않았더라도 자연스럽게 터득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방일에 앞서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에노역에서 내려 아버지 아파트까지 갔다"고 회상하며 "선진국답게 아름다웠다", "일본 분들은 정직하다"고 하는 건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심'을 담은 말이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에드워드 햇릴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언을 남겼다. 지도자의 역사관은 자연인일 때의 역사 인식에 매몰돼선 안 된다. 그런데 일본에서 손꼽히는 명문대학에서 유학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둔 자연인 윤석열의 역사 인식은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민족의 자존과 국익을 위한 역사 인식이 아쉽기만 하다.

/오광영 (사)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선도지구 발표 임박…몇 개 구역 선정될까?
  2. "서산 왕산 감태 빵 없어서 못 판다", 서산 어촌마을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라
  3. 세종 파크골프 전문가 키운다… 제2기 아카데미 활짝
  4. [한화에어로 참사] 참사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사고 한 달 지났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 '아직'
  5. [한화에어로 참사] 금속분말-세척수 반응했나… '수소가스 폭발' 가능성도 조사 쟁점
  1. '새벽 스쿨존 30㎞' 손보나… 황운하, 보호구역 탄력 운영법 발의
  2. 대전 밀알복지관,'안전한 보금자리'사업 수행
  3. '외연 확장' KAIST 이광형 총장 이임…실패연구소 이끌며 도전과 개척 강조
  4. 제5대 세종시의회 상임위 구성 마무리… 4개 위원장 모두 민주에
  5. [白壽 김희수와 건양의 사람들] 당신에게 건양은 어떤 이름 입니까…

헤드라인 뉴스


한화에어로 참사 중간수사 결과 "세척기 발화 가능성 커"

한화에어로 참사 중간수사 결과 "세척기 발화 가능성 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참사 발생 한 달 만에 경찰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규명하지 못했다. 사고 지점이 세척기 주변일 가능성과 당시 작업자들이 세척 설비 내부 탱크를 청소하고 있었다는 정황은 확인됐지만, 폭발을 일으킨 직접 점화원과 작업 공정상 문제, 안전관리 책임 소재는 추가 감정과 보강 수사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일 대전경찰청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사고 중간 수사 브리핑을 열고 현재까지 현장 합동감식 3회, 압수물 5700여 점 분석, 관계자 32명 조사 등..

대전 선도지구 발표 임박…몇 개 구역 선정될까?
대전 선도지구 발표 임박…몇 개 구역 선정될까?

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 발표가 임박하면서 최대 몇 개 구역이 선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둔산지구의 경우 최대 3개 구역까지 선정 가능하며, 송촌지구는 1개 구역만 신청해 사실상 선정이 확정된 상황이다. 현재 대전시는 국토교통부와 사전 협의를 마친 상태로, 2~3주 내 선도지구 선정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시에 따르면 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 공모에 둔산지구 9곳, 송촌(중리·법동)지구 1곳 등 총 10개 구역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청구역은 특별정비예정구역 27곳 중 1구역(상록수·상아·초원·강변) 3899..

[MSI 2026] 대전 뜨겁게 달군 T1… 이제 우승 향해 달린다! 브래킷 스테이지 대진 확정
[MSI 2026] 대전 뜨겁게 달군 T1… 이제 우승 향해 달린다! 브래킷 스테이지 대진 확정

대전에서 열리고 있는 이스포츠 게임축제 2026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026)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대표로 출전한 T1이 승승장구하며 본선 라운드 브래킷 스테이지에 진출했다. '페이커' 이상혁의 소속팀인 T1은 1일 진행된 MSI 플레이-인 스테이지 최종전에서 강팀 '리퀴드(TL.북미)'를 세트 스코어 3대 0으로 완파하며 단 1팀에 주어지는 브래킷 스테이지 진출권을 따냈다. 이로써 T1은 세계 최정상급 8개 팀과 함께 우승을 향한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하게 됐다. T1의 본선 과정은 그야말로 '압도적'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 이재명 대통령,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참석 이재명 대통령,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참석

  • ‘개문냉방 안돼요’ ‘개문냉방 안돼요’

  • ‘함께하는 가치, 소비자의 힘’ ‘함께하는 가치, 소비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