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홍승우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 임효인 기자 |
1조 5000억 원 단군 이래 최다 예산이 책정된 단일 사업이라 불리는 한국형 초전도 중이온가속기 '라온' 건설이 1단계 사업인 저에너지 구간 빔 인출과 시운전에 드디어 성공했다. 2010년 개념 설계 시작 후 13년여 만이다.
홍승우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은 6월 9일 대전 유성구 신동 연구소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1단계 구축 성과에 대해 기쁨을 전했다. 홍 소장은 "발사체 쏘는 것과 달라서 카운트다운 후 (성과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고 124기의 가속관마다 실험하다 어느 순간 결과가 나왔다"며 "마지막 가속관에 빔을 넣고 에너지가 올라가는 게 모니터에 나오니까 다들 '됐구나' 했다"고 말했다.
홍승우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 IBS 제공 |
홍 소장은 "과학이란 건 수많은 사람이 검증한다. 아인슈타인이 이랬다고 해서 그걸 믿어주는 건 다른 사람이 실험해서 검증을 하든지 재현성이 확보돼야 과학적 사실로 인정되는 것"이라며 "알려진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개념설계와 상세설계, 제작설계에 따라 만들었고 공학적 기술적 모든 노하우가 들어갔으면 안 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지 인간이 하는 것이므로 여전히 인간의 실수는 있을 수 있고 성능이 다 안 나올 수도 있고 실수에 의해 초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지만 안 되는 걸 하자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10년 개념설계 시작 후 사업계획이 네 차례 변경되는 등 그간 사정을 겪으며 중이온가속기에 대한 오해나 불신에 대한 설명이다.
홍 소장은 1단계까지 건설구축에 함께한 연구진과 국내 기업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했다. 홍 소장은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대한민국을 떠받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연구진은 엄청난 노력을 했고 건강을 해친 사람도 있어 마음 아픈 부분도 있다. 그 정도로 열심히 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유성구 신동에 위치한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정문에 저에너지 구간 빔 인출 성공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임효인 기자 |
중이온가속기 연구진은 저에너지 빔인출과 시운전 과정에서부터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하고 있다. 3월 3일 ISOL(아이솔) 첫 빔 시운전에서 Na(나트륨) 희귀동위원소 4종을 생성한 데 이어 5월 23일 두 번째 빔 시운전에서 AI(알루미늄) 1종과 Na(나트륨) 희귀동위원소 5종, 6월 1일 KoBRA 빔 시운전서 Be(베릴륨)·Li(리튬)·He(헬륨) 희귀동위원소 7종을 각각 생성하고 희귀동위원소들에 대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현재 2단계 사업인 고에너지 가속구간 구축을 위한 선행 R&D(연구개발)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저에너지와 고에너지 가속구간이 동시에 구축될 예정이었지만 동시 추진에 어려움이 있어 단계별 구축으로 계획이 변경된 바 있다.
홍 소장은 "고에너지 구간은 가속관 타입이 매우 도전적인 타입으로 선택되면서 그동안 사업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며 "선행 R&D를 통해 무르익어서 바로 대량생산에 들어갈 수 있는 형태로 되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선행 R&D 결과에 따라 고에너지 가속구간인 2단계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연구진은 당초 계획한 ISOL과 IF(아이에프) 두 가지 희귀동위원소 생성 방식을 동시에 사용하는 중이온가속기 '라온'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홍 소장은 "1단계만으로는 이 분야 희귀동위원소 세계 최고로 부족하다"며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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