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36. '옛 자유주의'와 '새로운 자유주의'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136. '옛 자유주의'와 '새로운 자유주의'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09-18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자유주의'는 역사적으로 매우 다양한 의미로 쓰였고, 학자마다 또는 보수와 진보의 시각에 따라서 강조점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자유주의에 대한 정설이나 통설은 없지만 정치학 교과서에서 일반적으로 정의되는 자유주의의 핵심 개념은, 개인의 권리나 자유 존중, 법치주의와 권력 제한, 시장 경제 및 사유재산 존중 그리고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뉴욕시립대학 교수로서 자유주의를 비롯한 지성사 연구에 많은 업적을 낸 헬레나 로젠블랫은 자유주의를 '옛 자유주의'와 '새로운 자유주의'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하, 로젠블랫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 참조)

옛 자유주의는 최소한의 정부, 시장의 자유, 국가의 간섭 최소화, 정부의 역할은 법률과 질서 유지, 재산권 보호, 개인의 자유 보장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자유주의는 정부 개입을 인정하고 빈곤·노동 조건 개선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또는 입법적 개입을 강조합니다. 도덕과 공공선에 대한 시각도 다른데, 옛 자유주의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개인의 권리·자유 중심인 데 반해, 사회적 관계나 도덕적 덕목, 공동체의 역할은 부차적으로 취급하였습니다. 이에 비해 새로운 자유주의는 사람들이 단순히 자유로운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라는 인식이 강하고, 도덕적 책임 또는 공동체적 가치를 강조하였으며 공공선과 시민의 의무 등이 자유주의 사상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경제나 시장관(市場觀)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옛 자유주의는 시장 중심, 경쟁과 자유무역 강조,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부가 창출되고 국가 개입은 왜곡 가능성 때문에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습니다. 이에 비해 새로운 자유주의는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 계급의 조건 악화, 빈곤 증가 등의 현실을 목격하면서 시장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으며, 노동 조건, 사회보험, 공교육, 보건위생, 주택 문제 등에 국가 개입의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자유의 내용도 옛 자유주의는 소극적 자유를 주장하였으며 새로운 자유주의는 적극적 자유를 포함했습니다.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에 대한 태도도 다르지요. 옛 자유주의는 빈곤이나 불평등은 개인의 책임으로 보았고 새로운 자유주의는 빈곤과 불평등이 자유주의의 정당성을 약화하는 문제로 보고, 사회복지, 노동법, 조세 정책 등 제도적 개혁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로젠블랫의 옛 자유주의와 새로운 자유주의의 구별을 한국적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한국에서의 자유주의는 한동안 경제적 자유와 시장주의를 동일시하거나, '반공 이데올로기'와 결합되어 이해되었습니다. 로젠블랫의 구분을 적용하면 옛 자유주의의 특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지요. 한국은 여전히 경제적 불평등, 교육 격차, 주거 문제 등으로 인해 '형식적 자유'와 '실질적 자유' 사이의 간격이 큽니다. 로젠블랫의 정의를 적용하면 옛 자유주의식(式) 권리 보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새로운 자유주의적 정책 즉 복지, 사회 안전망, 공정한 기회 보장 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함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유주의 논리는 개인주의 대 집단주의 대립으로 단순화되지만, 로젠블랫은 자유주의 자체가 공공선, 시민적 덕성을 중시해 왔다고 말합니다.

한국 정치에서는 자유주의가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다르게 사용됩니다. 보수는 주로 옛 자유주의를 강조하고 진보는 새로운 자유주의를 강조합니다. 사실상 이러한 갈등은 서구 자유주의에서도 전통적 긴장으로 이어져 왔지요. 그래서 자유주의를 보수와 진보의 싸움으로 단순하게 볼 것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 속에서 다양하게 변화된 전통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맥도날드·세종시립박물관' 차례로 오픈… 고운동 정주여건 좋아진다
  2. 김해낙동강레일파크 10년간 266만명 찾았다
  3. 표준연, 국산 반도체 공정용 가스 '품질평가 체계' 구축
  4. 아산시, 골목형상점가 4곳 추가 지정
  5. 꿈의 무용단 천안, 전국 예술단과 '우리들의 하모니' 선보여
  1. 한기대 STEP, '스마트직업훈련 패키지 과정 3기' 모집
  2. 천안어린이꿈누리터, 8월 '2026 찾아가는 팝업놀이터' 운영
  3. 천안도솔도서관, 여름방학 맞이 다채로운 독서문화 프로그램 운영
  4. 천안청수도서관, 원어민과 함께하는 '모든 영어 모든 독서' 운영
  5. 230쌍 예약 대전 월평동 불법 예식장…서구의회 예비부부 피해 대책 촉구

헤드라인 뉴스


230쌍 예약 대전 월평동 불법 예식장…서구의회 예비부부 피해 대책 촉구

230쌍 예약 대전 월평동 불법 예식장…서구의회 예비부부 피해 대책 촉구

대전 서구의 한 무허가 예식장이 구청으로부터 형사 고발과 이행강제금 부과 등 행정조치를 받았으나, 불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어 대전 서구의회가 예비부부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전 서구의회 청년의원 일동은 7일 오전 10시 의회 앞에서 적법한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운영 중인 서구 월평동의 모 예식장에 대한 소비자 피해 방지와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해당 업체는 공연장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았으나 예식 영업을 했고, 일반음식점 영업 신고 없이 음식을 조리하고 제공 했다. 서구청은..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1만가구 돌파…피해 인정도 4만건 넘어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1만가구 돌파…피해 인정도 4만건 넘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실적이 1만가구를 넘어섰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사례도 4만건을 돌파한 가운데 정부는 피해주택 매입 절차를 단축하고 계약 전 위험을 점검하는 예방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세사기피해자 등 결정 및 피해주택 매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LH가 매입한 전세사기 피해주택은 1만256가구로 집계됐다. 피해주택 매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024년 90가구에 불과했던 매입 실적은 지난해 상반기 977가구(월평균 163가구), 하반기 3924가구(월..

`위안부` 기림절, 세종서 만난다… 역사의 아픔 치유, `평화의 장`
'위안부' 기림절, 세종서 만난다… 역사의 아픔 치유, '평화의 장'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세종시에서도 '기림절' 의미를 되새기는 사진전과 시민 행사가 차례로 열린다. 사진전은 이 기간 세종시청 1층 로비에서 선보이고, 기림의 날 시민 행사는 14일 오후 6시 30분부터 세종호수공원 앞 평화의 소녀상 일대에서 진행된다. 세종여성회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평화의 뜻을 나누기 위한 자리로 마련하고 있다. 세종여성회(대표 이혜선)가 주최·주관하고 세종특별자치시(시장 조상호)가 후원하는 '제14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절 기억주간 사진전'은 오는 10일부터 14일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안전모를 착용합시다’

  •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극한 폭염 속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한 선로관리

  •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폭염으로 단축 영업합니다’

  •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