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아벳의 바타안: 모르는 지역에서 가능성의 지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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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아벳의 바타안: 모르는 지역에서 가능성의 지역으로

원은석 목원대 교수·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이사장

  • 승인 2026-05-12 14:07
  • 신문게재 2026-05-13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원은석 교수
원은석 목원대 교수·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이사장
50대 이상 필리피노(필리핀 현지인을 지칭하는 용어)에 바타안(Bataan)은 익숙한 이름이 아니었다. '바타안 출신이에요'라고 이야기하면 필리핀의 대도시인 '바탕가스(Batangas)'로 알아듣는 경우가 많았다. 20년의 시간이 지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필리핀에서 공공-민간 협력사업(PPP)을 이야기할 때, 이제 바타안은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 됐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알버트 가르시아(Albert S. Garcia) 하원의원이다. 필리핀의 지역 정치는 고려시대의 호족처럼 유력한 가문이 장악하고 있다. 바타안주는 가르시아 가문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인데, 아버지 엔리께 가르시아 주니어(Enrique Garcia Jr.)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연달아 3번 주지사를 역임했고, 뒤를 이어 알버트 가르시아 역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3선 주지사를 맡았다. 2022년부터 동생인 호세 엔리께 가르시아가 주지사를 맡게 되면서 알버트 가르시아는 지역의 하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바타안 주는 오랜 시간 동안 가르시아 가문의 영향력으로 정치적 안정성을 가진 지역이다. 필리핀 정치인은 보통 이름을 줄여서 별명처럼 부르곤 하는데, 알버트 가르시아의 별명은 '아벳(Abet)'이다. 아벳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흔히 떠올리는 정치인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다. 말투는 소탈하고 태도는 담백하다. 상당히 복잡한 정치적인 상황과 지역의 문제를 상당히 쉽고 명료하게 정리해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해 '바타안 발전'과 관련된 내용과 정보를 상당히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그래서 아벳을 만나 대화를 나눠본 한국의 기업인은 대부분 그의 매력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이렇게 명료한 비전으로 아벳은 지역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를 하나씩 구축해 갔다. 필리핀은 지역 개발 사업을 수행할 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행정 간극이 크기로 유명하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면 행정 절차가 길어지고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는 경우가 많아 글로벌 기업에게 필리핀은 신뢰도가 낮은 국가다. 아벳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지방정부의 조례(PPP Code)를 제정했다. PPP는 공공 민간 협력사업(Public Private Partnership)의 줄임말로 민간 자본 유치를 통해 지역을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를 의미하는데, 바타안주는 이 조례 덕분에 중앙정부의 승인에 의존하지 않고 바타안 주정부 차원에서 민간 자본을 유치하고 프로젝트를 빠르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아벳은 지역 개발이 실제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행정 인프라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바타안 공공-민간 협력 투자센터(PPPIC)를 설립하며 PPP를 위한 전담 조직을 구축해 프로젝트의 실무 조직을 구축하였다. 그리고 바타안 자유경제무역특구(AFAB)를 유치해 지역 내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유치를 도모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바타안은 핀테크와 디지털자산 기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무엇보다 가장 상징적인 프로젝트는 마닐라만을 가로질러 바타안과 마닐라를 연결하는 해상대교 사업이다. 총길이 약 32km 규모의 '바타안-카비테 연결교(BCIB)' 프로젝트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AIIB 등이 참여하는 초대형 인프라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육로로 2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이동시간이 다리가 완공되는 2030년에는 약 40분으로 단축되며, 이를 통해 현재 80만의 인구가 120만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더불어 반도 지형을 이용한 전력 발전 시설이 집중되어 있어 루손(마닐라가 위치한 필리핀 최대의 섬)섬의 에너지 공급 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교통과 에너지 인프라가 집중되며 지역의 주된 산업이 농업과 어업에서 에너지와 물류로 전환되고 있다.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사람은 투자자다. 이에 지금 바타안 주의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지역 개발은 결국 '아젠다'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의 문제인데 바타안은 안정적인 정치적 기반을 토대로 도와 행정 구조를 어떻게 설계해 왔다. 계획에 힘을 불어넣고, 현실화시켜 꽃을 피우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 몫이다. 바타안의 리더 아벳은 지난 20년 동안 문제를 해결해 오며 바타안을 매력적인 성장 가능성을 가진 지역으로 바꿨다. 아벳의 바타안은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재밋거리가 충분한 지역이다. /원은석 목원대 교수·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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